Combinational plane 과 Moulding plane set
미 중서부 지역에는 중서부 공구 수집가 연합 (MWTCA, Mid-West Tool Collectors Association, https://mwtca.org/)이라고 하는 상당한 역사와 규모를 가지고 있는 수공구 애호가 협회가 있다. 서부 및 동부에도 유사한 단체들이 있고, 주별로도 모임이 있어 각 지역 회합이나 합동 행사를 열기도 한다. MWTCA는 봄과 가을 두 차례 전체 규모의 모임을 갖는다. 6월 초 어렵사리 날짜를 맞추어 7시간을 운전해서 MWTCA 연례 전국 회합 (National Conference)에 참석해 볼 기회가 있었다.
4일간 열리는 행사는 행사 장소 주변의 목공과 관련된 사적지나 기업, 박물관 등을 탐방하는 프로그램과 초청된 연사들의 시연 및 강연 등으로 구성된다. 이런 행사들도 흥미롭지만 단연 주요 프로그램은 행사기간 동안 열리는 Vintage tool market이다. 행사는 과연 전국 단위 규모로서 많은 동호인들이 각자의 부스를 차리고 손님을 맞는다. 이런 Seller 들은 각자 사는 고장에서는 벼룩시장이나 골동품 시장에서 Vintage 공구들을 취급하기도 하고, eBay나 Etsy 등을 통해 영업을 하기도 한다.
대체적인 가격대는 물건들의 상태를 고려할 때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저렴하다. 특히 몰딩 플레인, 끌 등 치수와 세트를 맞추어 구비하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Seller booth 에는 몇몇 전문적인 유통 중개인을 제외하고는 대개 수집가 본인들의 컬렉션 가운데 자랑할 만한 물건들을 내놓는다. 18-19 세기 정도에 제작된 유서 깊은 물건들도 많고, Witherby, White 등 유명한 개인 제작자, 스탠리, 마플스 등 유서 깊은 브랜드의 희귀한 모델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도 평소 가지고 싶었던 combinational plane과 moulding plane 세트를 약간씩 하자는 있지만 괜찮은 가격의 물건을 찾아 하나씩 장만했다. Tool market이 마칠 시간이 가까워지자 가지고 온 물건들을 다시 가져가기는 섭섭한 Seller들이 팔리지 않은 물건에 할인을 걸기 시작했는데 나도 보아두었던 물건을 꽤 싸게 살 수 있었다. 실제 쓰자면 손을 무척 많이 봐야 하는 상태이지만, 휜 것을 맞추고, 구멍을 메우고, 날을 세우는 것 자체가 이 취미의 묘미이지 않겠는가.
MWTCA meeting에 물건을 내놓는 Seller 들 가운데서 각 collection 및 presentation에 대한 시상을 하기도 하는데, 실로 어떻게 보존되었을까 싶은 collection들이 많다. 실제로 쓰였다는 외과의사들의 공구(?) 일습에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수공구와 같은 저변이 넓지 않은 분야에서도 개인 수집가들의 컬렉션 수준이 높은 것은 전동화 이전의 목공 역사가 긴 것과 수집을 취미인 동시에 일종의 투자로 여기는 문화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북미의 경우 수공구를 사용하는 목공인과 전동공구를 사용하는 목공인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있다. 수공구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종종 Neanders라고 부르곤 하는데, 덜 진화된(?) 수공구를 고집한다는 의미로서 네안데르탈인에 빗댄 이름이다. 실은 이마저도 아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별명에 걸맞게 수공구 애호가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수공구를 쓰는 이들의 연령대가 높다 보니, meeting 자리는 각자의 근황을 조심스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MWTCA 회원이 되면 명부에 연락처와 이름이 오르고 간행물이 배송된다. 간행물에는 기여가 컸던 회원의 부고가 심심치 않게 실린다. 나 역시 젊다기에는 민망한 나이임에도, 전시장에서 부스를 지키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이 왔다며 이것저것 호구조사를 하신 뒤에 뭐라도 한 두 개씩 집어주려고 하신다. 평생 모은 수집품들, 손 때 묻은 연장들을 픽업트럭에 싣고 먼 길을 손수 운전해서 오는 것은, 비싼 값에 물건을 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를 알아봐 주는 이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꼭 아이에게 막대사탕을 주듯 쥐어주는 송곳이며 드라이버를 받아 들고 잠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