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수공구점 탐방

쿠라시게 공구, 이노우에 인물점, 모쿠모쿠 우드샵

by 날과 자루

도쿄 여행 중 수공구 전문점과 특수목을 취급하는 업체를 알아봐서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가족 여행 중에 시간을 빼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늦잠 자는 시간을 이용해서 서둘러 다녔다. 도쿄에는 여행과 출장으로 제법 올 기회가 있었는데, 워낙 대도시이고 아무래도 언어 장벽이 있다보니 공구점을 찾아 다니는 것은 간단치는 않았다. 최근에는 일본에 거주하거나 목공 공부를 하고 있는 영어권 유투버들이 올리는 영상을 주로 참고하고, 번역 서비스를 이용해서 업체 사이트를 찾아보곤 한다.


처음 방문한 곳은 Kurashige tools 라는 업체이다. (https://shop.kurashige-tools.com/) 영문 홈페이지가 잘 갖춰져 있고 온라인 몰 및 국제 배송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 홈페이지를 보면 연장에 관심있는 경우 들어봤음직한 츠네사부로, 후나히로, 치요츠루 같은 고가의 대패며 끌이 여럿이다. 언제고 한번 써볼 기회가 있을런지 마음만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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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원짜리 대패들도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는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오지 않은 중고 물품 (영문에는 Old stock 이라고 적고 일어로는 掘り出し物 라고 표현해 두었다) 도 여럿 있는데 흥미로운 물건이 많았다. 톱날 날어김용 망치 머리와 끌자루 갱기, 375g 짜리 망치 머리를 샀다. dovetail plane 으로 보이는 물건이 흥미로웠는데 실제 쓸 일은 없을 듯해서 사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중고 대패날과 덧날, 대패집 반제품도 하나씩 적당한 가격에 마련했다.


이노우에 인물점 (https://www.instagram.com/inouehamono/) 은 숙소에서 도보 거리에 있었다. 일본에서는 칼이나 수공구를 취급하는 점포에 인물 (刃物) 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우리말로는 '날붙이' 정도일 것이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날물'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한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듯 했고, 외국인 손님이 오니 영어에 꽤 능통한 손자(?) 가 나와 응대했다. 나 말고도 스위스에서 왔다는 사람을 포함해서 서양인 손님들이 제법 들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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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인물점에서는 소도 (小刀, 흔히 접목도라고 부르고, 키리다시 같은 표현도 쓴다) 하나와 좌우 기울어진 조각끌 (Skewed paring chisel), 미니어쳐 창대패 를 하나씩 샀다. 가격대가 꽤 높았다. 여러 영어권 유투브 방송에 소개된 덕분인지 외국인 손님이 많았는데, 환율과 품질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는 아직 괜찮은 가격으로 생각될 법도 했다. 아마도 그 지점까지 가격을 설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도쿄 시내에 위치한데다 포장이나 응대도 정중해서 한번쯤 방문해볼만 하다.


가게를 구경하는 동안 택배 물품이 계속 배송되어 왔는데, 칼이며 끌 등 취급하는 물건들을 외부에서 납품받는 것들이었다. 배송되어 온 끌 반제품(?) 을 약간씩 손질하여 가게 이름을 스탬핑하고 있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유통 전문인 듯 하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제작자나 가문을 브랜드로 사용하는 경우는 아닌 것 같다. 서울에 있는 덕영상사가 자체 브랜드 대패를 취급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여러 종류의 목재를 작은 단위로도 취급하는 목재상에 들렀다 (https://www.mokumoku.co.jp/). 취급하는 목재의 규격과 종류가 다양하고 취미 목적에 정말 친화적이다. 집 근처였다면 일주일에 한번은 왔을 것이다. 회양목을 꽤 여러개 샀다. 언제고 목재 서양대패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몰딩 대패 등에서 마찰이 많은 부분에는 Boxing 이란 작업을 한다. 경도가 높은 Boxwood (회양목)을 끼워넣어 변형을 줄이는 방법이다. 회양목 목재를 구하는 것이 간단치 않아서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일단 재료는 갖추게 되었다. 눈만 높아진 탓에 정말 만들 기회가 닿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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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공구 전문점을 둘러보며 인물 (刃物) 이란 표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톱, 끌, 대패 등 수공구들의 형태는 결국 날과 자루를 결합하는 구조에서 비롯한다. 이런 수공구와 연장을 바라볼 때 아무래도 날붙이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이시도, 치요츠루 등 고급 대패를 만드는 장인들은 그 연원을 도검장에 찾는 경우가 꽤 많다. 날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습관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식 대패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어미날이다. 연마와 대패집의 세팅도 중요하지만 대패날 만큼의 공을 들이는 것 같지는 않다. 공구강에 연철을 덧대어 날을 두껍게 만들고, 미묘한 곡선을 두었다. 날의 곡면과 쐐기 형태에 맞추어 대패집을 깎아내어 날과 대패집을 맞추는 방식이다보니, 서양대패와 같이 금속제 몸통을 적용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 서양대패의 경우 딱히 주인공이 있다기보다는 구조와 만듦새에서 차이가 난다. 주조된 몸통과 나사를 사용한 조립 구조는 어떤 면에서는 다소 사치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 산업적, 공학적 합리성을 추구한 결과일 것이다. 일본 대패의 아름다운 곡선들은 그만큼 규격화되기 어렵고 사용하는 사람이 감각을 키워야 하는 부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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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날씨가 추워 집 안에서 대패집을 고쳤다. 바닥에 앉아 칼로 다듬자니 허리는 아프지만 약간 기분도 난다 (오른쪽) 이번에 마련한 망치 두개. 큰 망치가 균형이 좋다.


언제고 대패날을 대패집에 맞추어 넣어보고 싶었다. 귀국하자마자 영상이며 책을 참고해서 물매를 맞추고 날골을 조정해서 날을 꽂았다. 물매는 얼추 맞추어 깎았는데 날골이 뜨는 부분이 생겨버렸다. 날골의 대칭이 정확하지 않으니 좌우의 압력이 맞지 않아 날이 균일하게 내려오지 않는다. 또 한나절은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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