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 Nicholson, Moravian workbenches
널리 쓰는 수공구는 톱, 끌, 망치, 대패 정도이다. 이 가운데 미는 대패와 당기는 대패, 미는 톱과 당기는 톱 가운데 어떤 것을 쓸 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작업장 환경이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맞는 자세를 찾고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없겠으나, 각 공구와 작업장 환경이 함께 적응해 온 역사를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는 이미 정해져 있는 범위 내에서 선택하게 된다는 점도 분명하다. 특히 대패질을 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고, 각자의 체형과 공구, 작업장 환경을 면밀히 고려하여 안전하고 효율적인 결과를 얻어야 할 것이다.
당기는 대패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일본식 작업대를 검색하면 주로 나오는 턱이 있는 낮은 작업대나, 대패질 들보 (Planing beam) 등이 쓰인다. 짧은 공작물은 몸 앞에 두고, 긴 공작물은 폭이 좁은 들보로 받쳐서 양손으로 쥔 대패를 보다 몸의 가운데 쪽으로 둘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는 대패는 대패를 미는 손의 진행방향에 공작물을 두는 것이 좋다. 서서 쓰는 워크벤치의 경우에는 대체로 작업대의 앞쪽 긴 측면을 주로 쓰게 되고, 오른손잡이의 경우 작업대의 왼쪽에 바이스 또는 Planing stop 등을 배치하게 된다.
서구에서 기록으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워크벤치는 폼페이 유적에서 확인되는 낮은 로마식 워크벤치 (Roman workbench)라고 한다. (https://blog.lostartpress.com/2019/07/24/free-download-roman-workbenches/). Christopher Schwarz 등이 재현품을 만들고 목공 전문지나 방송에서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두께가 있는 기다란 널에 장부와 쐐기로 다리를 고정한 구조이고, 중세에는 나무로 만든 스크루를 이용한 Moxon 형식의 바이스와 tail 바이스가 추가되기도 하였다. 중국에서 비교적 최근까지도 쓰인 작업대와 거의 형태가 같은 것으로 미루어 고대에 널리 사용된 보편적인 구조로 생각된다 (https://www.popularwoodworking.com/editors-blog/chinese-workbenches-a-little-bit-roman/).
쐐기와 거멀못, 끈 등을 사용하면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공작물을 고정할 수 있고, 사람이 직접 앉아서 작업하는 형태로 작업대에 작업자의 체중이 더해져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에서 제작된 영상이나 자료를 보면 이런 형태의 작업대에 공작물을 앞에 두고 앉아서 양손으로 미는 대패를 사용하거나 공작물 위에 직접 타고 앉아서 옆으로 끌을 사용하는 형태를 많이 볼 수 있다. 현대에 수공구 목공을 하는 경우에는 이를 톱말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미는 톱 (Push saw)을 사용하는 경우에 무릎에 체중을 실어 부재를 고정한 자세로 톱이 들어갈 깊이를 확보할 수 있어 유리하다.
낮은 작업대는 정말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작업 중에 자주 앉았다 일어나야 한다는 점과, 기본적으로 웅크린 자세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널리 쓰이는 워크벤치는 작업자가 선 상태에서 쓰는 것을 전제로 규격이 설정되어 있다. 대략 70-80cm 정도의 높이 (싱크대 정도)에 주로 쓰는 손의 반대쪽에 프론트 바이스가 있다. 선 자세로 계속 일할 수 있고 작업장에서 이동에 제약이 없으므로 여러 명이 동시에 사용하기에도 편하다. 작업자와 분리된 상태이므로 더 큰 공작물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워크벤치의 경우 대패질과 같이 작업자의 체중이 실리는 경우에 흔들림이 없기 위해서는 상당한 무게가 필요하다. 이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 여러 구조가 고안되었다. 루보 (Roubo), 니콜슨 (Nicholson), 모라비안 (Moravian) 스타일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현대에 널리 사용되는 프론트 바이스 중심의 구조는 루보 구조와 유사하다. 루보 구조는 두꺼운 슬래브 또는 집성판으로 제작된 상판을 통해 무게를 확보하고, 해당 상판을 지탱할 만큼 육중한 하부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매우 큰 레그 바이스 (leg vise)를 배치한 경우가 많다. 사실상 가장 직관적인 구조로서 두꺼운 상판을 배치하고 프론트 바이스를 적용하여 고정식으로 사용되는 경우에 필요한 요소들을 넣은 결과이다. 오늘날 사용되는 고품질의 안정적인 작업대가 갖추어야 할 여러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무겁고 또 비싸다.
니콜슨 워크벤치는 흔히 '잉글리시 조이너스 벤치(English Joiner’s Bench)'라고도 불리며, 육중한 무게보다는 공학적인 구조를 통해 강성을 확보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좀 더 경제적인 구조를 지향하는데, 두꺼운 슬래브 상판이 아닌 격자 가로대와 벤치 앞면을 가로지르는 넓은 에이프런 판재를 통해 상판을 지지하도록 한다. 또한 부재를 수직으로 클램핑 할 때 매우 넓은 면적을 제공한다. 홀드패스트(Holdfast), 페그, 고정용 갈고리 (크로셰, Crochet) 와의 결합을 통해 바이스 없이도 큰 가공물의 고정이 가능하며 숙련된 경우 오히려 바이스보다도 더 빠르게 공작물을 고정하고 풀 수 있다.
모라비안 작업대는 분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좌우 2개의 다리 구조물을 아래쪽의 가로대 한쌍과 위에 얹히는 상판으로 결합하는 구조이다. 가로대와 다리는 약간씩 기울어지게 배치되어 쐐기 장부 (tusk tenon)로 결합되는 것이 전통적인 구조이고, 상판과 다리는 나무못으로 고정한다. 구조가 헐거워지면 쐐기를 다시 박아가며 쓴다. 다리와 가로대 상판은 각각 작업자 1인이 들고 다닐만한 무게로 제작되어 장소를 옮겨 다니며 일하던 장인들이 수레에 싣고 다닐 수 있도록 되어있다. 숙련된 경우 몇 분 내에 조립 해체가 가능하지만 쐐기를 잘 박아 넣는 것만으로 깜짝 놀랄 만큼 튼튼하게 조립된다. 경사진 다리와 쐐기의 결합을 통해 대패질을 할 때 가해지는 가로 방향의 힘을 잘 받아내고, 위에서 누르는 하중에도 잘 버틴다.
작업대는 취미 수준의 수공구 목공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개인적으로 모라비안 작업대는 목공을 시작하는데 정말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조립식으로 각 요소들을 차례로 만들어볼 수 있어 무게나 부피 부담이 적고, 여러 종류의 장부와 가공을 연습하기에도 좋다. 하드우드 상판과 침엽수로 다리를 만들면서 서로 다른 나무의 성질에 대해서도 탐구해 볼 수 있다. 목공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공구를 사용하는데 미숙하더라도 어차피 작업대로 사용될 것이므로 가공 결과와 마감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적다. 결과물인 신뢰할 만한 작업대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전반적인 가공의 질과 작품의 수준이 상당히 향상될 수 있다.
톱, 끌, 대패 등 손에 익은 공구들이 목공인의 가까운 벗이라면, 작업대는 정말로 이를 쓰는 사람 그 자체에 가장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필요한 대로 고치고 덧붙여가며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와 목적, 미감에 맞게 바뀌어나가기 때문이다. Paul Sellers는 그의 유명한 동영상 강의에서 "대패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패의 종류나 날의 연마보다도, 흔들림 없이 신뢰할 수 있는 작업대이다"라고 말했다. 나도 내 작업대를 직접 만들었다. 수평을 맞추고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대패에 힘을 실을 때, 나는 내 작업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