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박장대소하게 한 "물장난이 하고시퍼요"

24.6.17. 비니 + 701일

by 비니아빠



아침 첫차를 타고 새벽근무를 한 월요일. 마음은 늘 20대인데 몸은 그렇지 않음을 느끼는 요즈음.

피로하지만 새벽근무날엔 16시 퇴근이라 설레인다. 그만큼 잠시라도 서빈이를 빨리 볼 수 있음에 기뻐하며 버스에서 내린 순간,

횡단보도 길 건너편에 아빠를 마중나온 엄마와 비니가 보인다.

우리 아가가 길 건너에서 아빠를 보고있구나!

하루 내 쌓였던 피로가 날아가며 몸이 산뜻해지는 기분이다.

아내랑 재잘재잘 떠드는걸 잘보니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빨간불~ 초록불~하며 신호등을 가르쳐주는 듯 하다. “아빠도 초록불에 건너갈게”하고 소리치며 손을 흔들어보니 비니가 두팔을 벌려 날 알아본다.

아가를 키워 본 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런걸까 하는 찰나 신호가 바뀌고, 길을 다 건너가니 내게 올 수 있도록 그제서야 비니를 놓아주는 아내.

아빠를 향해 달려오는 비니의 몸짓, 얼굴, 찰랑거리는 머리칼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며 두팔 벌려 내게 달려온 아가를 힘껏 안아올린다~

“아빠가 너무 보고싶었어”라고 하니 살짝 더 세게 부둥켜 앉는 듯한 아이의 몸짓에 흐뭇한 웃음이 나온다.


비니가 슈퍼에 가자고 한 걸 “아빠 오면 가자”라고 했다길래 슈퍼에 같이 들러 구경도 하고(오늘은 내일 사자~하고 그냥 나오는 데 성공!)


아파트 조경, 연못 사이를 건너 놀이터에 간다.

아빠를 만나 신이 난건지 놀이터에서 혼자 계단에 오르고 씩씩하게 미끄럼틀까지 가서 앉는 비니. 아직은 높은 미끄럼틀이 무서운지 마지막엔 “아빠랑 손잡고”를 말하지만, 어느덧 엄마 아빠 도움없이도 난간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 아이가 되었다.


한창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공뻥도 하고, 지렁이도 만지며 놀다 들어와 밥을 먹었다.


최근의 비니가 기특한건 아빠든엄마든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기 밥을 챙겨주고 있노라면 갑자기 “아빠(엄마)두 머거” 하고 말해준다는 것. “알았어 먹을게~” “진짜 머거” 이런 대화를 하고 있다보면 여태 수십 수백번 느꼈던 흐뭇함이 다시 올라온다.


치카치카 후 우루루 퉤!하는 시간, 퉤하고 뱉는 물 보다 먹는 물이 몇배는 많지만, 꼭 “우루루 퉤 하꺼양” 하고 말하는 비니가 너무 귀엽다.


우루루 퉤 하러 가서는 물장난을 치려고 하는 아이. 자기전이라 옷이 다 젖게 할 수 없어 그만하자고 하면, 자기 생각대로 안되었다고 느꼈는지 또 ”앙!!! 빽!!“하고 소리를 지른다.

”빈아~(웃음) 소리지르는 게 아니고 아빠한테 하고 싶은걸 말하는거야~“라고 말해주었는데, 그순간 비니 입에서 ”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나왔다.

이 다섯 글자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박장대소, 크게 웃고 비니를 꽉안아준다. 아빠가 웃으니 기분이 풀렸는지 순순히 안겨서 거실로 오는 귀여운 아이.


”지구본 사져. 아우렛에서 바써. 동글해써. 돌아가써“ 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지구본을 사주겠노라 약속했는데, 어디 아울렛에서 본건지 알 수가 없다.

갑자기 저런 기억이 왜 떠올랐는지도 모르겠고 ㅋ

하지만 사주기로 했으니 언젠가(?) 사주긴 해야겠지 ㅎㅎ


오늘도 우리 아가가 아빠 엄마를 놀랍게 한 멘트의 정확한 표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놀라움, 경이로움, 행복한 감정은 또렷한데 하루에도 수어번 비니에게 놀라다보니 비니의 표현 그대로가, 그 당시의 맥락이 흐릿해진다.

머리가 나빠진건지, 아님 사실은 원래 머리가 나빴던건지.. 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순간이다.


우리 아가의 모든 순간순간을 기억에 저장하고 싶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생동감을 기억하고 싶다.


오늘도 자러 들어가며 (씨익)”굿나잇“ 하는 아가의 멘트에 내 마음은 스르르 녹아내린다~

아 피곤하지만 행복하다고 100번 생각한 방금이다.


오늘도 잘자렴 우리 아가❤️

작가의 이전글입이 트인 23개월차, 너를 기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