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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형 May 06. 2021

애플의 소규모 M&A 전략은 애플식 일하는 방식에 기인

2021년 5월 1일 CNBC는 ‘How Apple does M&A: Small and quiet, with no banks(애플은 어떻게 M&A를 하는가? 작은 기업을 대상으로 조용히 그리고 직접 진행한다)’라는 제목으로 애플식 M&A 특집 기사[1]를 다뤘습니다. 그 기사와 함께 2020년 11월~12월 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다룬 ‘How Apple Is Organized for Innovation(애플은 혁신을 위해 어떻게 조직을 구성했는가)’라는 글[2]을 합쳐 보면 애플식 M&A 방식의 특징과 이유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현상뿐만 아니라 그 이유가 애플의 독특한 조직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안다면 각 기업별로 어떤 점은 배우고 적용할 수 있고 어떤 점은 적용 불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기업별 적합한 전략 수립이 가능할 것입니다.



1. 애플식 M&A 특징 : 기술 중심으로 작은 기업을 대상으로 조용히 직접 진행함.


CNBC 기사에서는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인텔(INTEL) 및 아마존(AMAZON) 등 테크 대기업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에 집중하는 반면, 애플은 작은 규모의 기술 기업 중심으로 M&A에 집중하고 있다는 차이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팀 쿡의 2021년 2월 발표에 근거해 애플은 지난 6년 동안 약 100개의 회사를 인수했고 이는 약 3~4주 마다 하나씩 회사를 매입하는 등 M&A가 애플에게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CNBC의 특집 기사에서 다룬 애플식 M&A는 2가지 특징이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첫째 M&A의 목적은 인력과 기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 근거를 CNBC는 2019년 애플 CEO인 팀쿡(TIM COOK)의 ‘애플은 기술적 문제가 있는 곳을 파악한 다음 이를 해결하는 회사를 인수한다’고 밝힌 인터뷰를 활용했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인수한 기업 기술을 바로 기존 제품의 기능으로 접목시켜 왔습니다. 애플이 지문스캔 기술을 가진 AuthenTec을 인수하여 애플의 터치 아이디(Touch ID) 기능을 바로 출시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은 아이폰 등과 같은 애플 제품에 들어갈 기능이 유출되지 않도록 비밀스럽게 진행합니다. 그 비밀 수준이 어느 정도냐 하면 소규모 M&A는 발표도 하지 않으며, 인수된 기업 직원들에게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을 업데이트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또 인력과 기술 확보에만 관심이 있다는 근거가 3가지 더 있습니다. 첫째, 애플은 일반적으로 인수한 회사의 사업을 계속하는데 관심이 없으며, 인수한 부서가 향후 제품을 중단하거나 고객을 쫓아내도록 강요도 한다고 합니다. 둘째, 실리콘밸리 전문 용어로 ‘개별 공헌자(Individual Contributor)’로 불리는 기술 직원에 관심이 있으며, 이들이 합류하지 않으면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업 또는 지원 직원에 대한 관심은 적다고 합니다. 셋째, 중요한 기술 직원은 황금 수갑(Golden Handcuffs)이라 불리는 3~4년에 걸쳐 적용되는 주식 보상 프로그램으로 기술 직원에 대해서 특별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둘째, 애플은 M&A 과정에서 금융 중계인을 활용하지 않고 직접 M&A 대상을 선별하고 진행합니다. 애플의 인수 프로세스는 애플의 기술 팀에 대한 기술 구현(Demo)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애플은 자주 다른 회사를 초대해서 파트너십을 맺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실제 구현해 보고난 후 인수 프로세스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2. 애플형 일하는 방식 : 전문성을 기반한 집중형 기능부제로 협의와 업무


애플은 기업 규모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업들과 달리 CEO를 중심으로 기능 조직들로만 구성된 집중형 기능부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조직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속도와 비용을 줄이고 시장과 고객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독립형 사업부제로 전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대기업들은 사업부제 형태로 운영됩니다. 즉 각 사업부 별로 자체 기능 부서들을 갖고 있으며, 해당 사업은 사업부 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구글이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 밑에 다양한 사업들을 개별 독립적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모바일, TV,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을 개별 사업부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애플도 1997년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기 전까지는 다른 기업들의 일반적인 조직 형태인 사업부제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애플 복귀와 함께 사업부별 별도로 운영되던 기능 부서들을 전문 기능 분야와 의사결정을 하나로 집중한 하나의 조직구조 즉 회사가 하나의 사업부 형태로 재구성했다고 합니다.


[그림] 애플의 집중형 기능부제 조직구조[3]


애플이 조직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집중형 기능부제 운영을 고수했는데요. 그게 가능했던 이유를 HBR에서는 ‘전문가가 이끄는 전문가 조직’이라는 신념과 이를 기반한 업무 때문이라고 합니다. 쉽게 하드웨어 전문가가 하드웨어 조직을 이끌고,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소프트웨어 조직을 이끄는 조직구조라고 합니다. 각 기능별 조직은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강화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다른 조직과 서로 전문성을 인정하며 각자의 역할을 해 나가며 제품, 사업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 같습니다.



3. 애플식 M&A는 결국 애플식 기능부제에 기반한 일하는 방식에 기인함.


앞서 CNBC에서 언급했던 애플식의 ‘기술 중심’ ‘작은 기업’을 대상으로 ‘조용히’ 진행한다는 것은 애플의 조직 구조와 일하는 방식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로 첫째, 애플의 인수 대상이 작은 기업인 이유는 애플의 기능부제 조직구조에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수 기업 자원을 분리시켰을 때 효율성과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일하는 방식으로 본다면 만약 큰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독립된 형태로 운영하도록 두기 보다는 기능별로 다 분리시켜서 기존 애플 조직에 스며들게 해야 합니다. 큰 기업일수록 나름의 일하는 방식이 있을 것인데요. 인수 기업이 애플식의 새로운 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수 후 자칫 애플 스스로 고유의 일하는 방식을 해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인수된 기업을 기능 조직별로 분리시켜 보면 조직들이 애플보다 뛰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아 인수 후 버려야 할 인수 기업 자원이 더 많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둘째 애플이 ‘기술 중심’ M&A인 이유는 애플이 필요한 요소가 기술과 이를 개발할 인력뿐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기능별 조직들이 애플의 고객과 시장 그리고 그 니즈를 충족시킬 제품에 대해서 세상에서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전문성 중심으로 조직 운영을 해 왔기 때문인데요. 각 기능들이 모여서 고객과 시장 니즈를 충족시킬 상품을 구현함에 있어서 제약(Bottleneck)이 바로 내부에서 개발할 수 없는 기술, 그리고 개발할 인력일 것입니다. 그래서 애플은 기술 중심으로 인수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기술 외 다른 기능 조직들은 애플에게 필요 없는 자원일 확률이 높습니다. 필요한 자원에만 돈을 쓰는 가장 합리적인 M&A가 기술과 인력에 집중하는 M&A일 것입니다.


셋째 애플의 기능부제 조직구조는 인수 대상 기업 정보를 비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애플의 기능부제 조직구조는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의 상품과 고객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수 기업의 기술은 실제 애플의 상품 라인업에 바로 적용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인수 기업의 노출은 제품 로드맵을 노출시키는 것과 같아 조용히 비밀스럽게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넷째 애플이 직접 M&A 대상을 선정하는 것은 가장 전문성을 가진 기술부서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실제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보다는 애플이 필요한 기술을 가진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를 진행하기에 금융기관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술보다는 매물 정보와 금융 기법에 강한 금융기관을 활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리해 보면 애플은 애플의 고객과 시장의 추가적인 니즈를 충족시키는 상품을 구현할 방안으로 애플식 M&A를 활용하고 성장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애플식 M&A는 기업에서 필요한 바로 그 자원만 인수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머리속에서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M&A 방법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플식 M&A 방식을 고려해 보는 경우가 많을 것인데요. 애플식의 M&A는 애플식 기능부제 중심의 일하는 방식에 적합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약 이미 사업부제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애플식 M&A을 적용해 보려는 시도에 앞서 자사의 조직형태와의 적합성을 한번 더 고민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업부제라면 인수한 기업을 그대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두면서 관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인데요. 그 경우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 큰 조직의 우산 속에서 제대로 역량을 펼치지 못하고 인수한 기업의 문화에 치여서 증발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장동력으로 애플식 M&A 방법을 따라하기 보다는 그들의 신념하에서 만들어진 조직구조와 M&A 방식이라는 점을 염두하고, 각 기업별 조직구조와 일하는 방식에 맞는 성장 방안 그리고 M&A 방식을 발굴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 끝 -



#애플, #APPLE, #인수합병, #M&A, #조직, #ORGANIZATION



[1] How Apple does M&A: Small and quiet, with no bankers (LeswingKif, 2021)(LINK)

[2] How Apple Is Organized for Innovation (PodolnyJoel & HansenMorten, 2020)(LINK)

[3] 애플의 성공 비결이 조직체계 덕분이라고!? (HBR KOREA, 202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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