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의 연속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 경험과 가치에 따라 수많은 판단과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나 또한 그렇다.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 그리고 그에 따른 나의 판단과 행동에 확신이 있는 편이다.
어제 친한 친구와 45분 가량 통화를 했다. 어렸을 때는 술만 처먹으면 친구들과 곧잘 통화를 하고는 했는데, 지금은 대면해서도 나의 모든 것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좁힐 수 없는 어떤 생각들에 대한 차이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잘 아는 그는, "어차피 너 하고 싶은대로 하겠지만"이라는 서론을 깔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웬만한 사람들은 아는 뻔한 답들. 쉽고, 빠르다.
"그래, 맞아 나도 아는데..."
아니, 사실 틀렸다. 왜냐하면 그건 세상이 정한 기준을 잘 따르고 맞추면서 스스로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피우는 요령 같은 거니까.
나는 우리사회가 우선시하는 어떤 가치들이 여전히 왜곡되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집단적이고 문화적인 권력이 정해주는 답들을 쫓는 건 사실 쉽다. 그냥 시키는 대로, 메뉴얼을 성실히 따라서 선택하면 그만이다. 대개는 결과도 보장된다. 근데 재미가 없다. 그리고 애초에 비딱한 시선을 가진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어떤 사람들로부터 듣는 "싸가지 없다"는 말은 칭찬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나답게 살고 싶다. 나는 올바른 답을 세우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동시에 재밌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덜 이기적이고 싶다. 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싶지만, 감정과 직관을 더 많이 개입 시킨다. 그리고 그게 나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나 내가 설정하는 방향, 그에 따른 행동이 틀리지 않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세상이 주는 답지를 앞에 두고 쉬운 길을 돌아가더라도,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 나도 안다. 그냥 나도 메뉴얼을 따랐으면, 어쩌면 훨씬 쉬웠을텐데. 그래도 후회는 없다. 그냥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가끔은 단순하고 쉬운 사람들이 부럽다. 내가 생각과 고민이 많아서, 감정이 실려서,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러한 고민을 통해 내가 만든 선택들이 틀리지 않았음은, 그래도 제법 괜찮은 오늘날 나의 삶이 증명해준다.
내가 꿈꿨던 28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더 세련되고 조금 더 자신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보다 투박하더라도, 주저하더라도, 사실은 불안하더라도 내가 내리는 어떤 선택들에 후회가 남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 나는 나대로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어른이 되고 싶다. 그 과정에는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쉬운 답이 낄 틈은 주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