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일 Feb 27. 2024

집으로 가는 길 16

시카고를 떠나며

1. 시카고에서 (미시간 호수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는) Lake Shore Drive 도로를 지나면서 ‘여기 참 멋지다’란 생각을 새삼 했습니다. 


2. 석사 과정 공부하면서 처음 와볼 때만 해도 여기 도로를 지나면서 늘 마음이 설레곤 했는데요.. 자꾸 보니까 이젠 덤덤해져서 마치 한강을 옆에 두고 강변북로 운전하듯 지나치곤 했네요.


3. 내 성격이 ‘slow starter’라고 해야 하나.. 한국어로는 ‘뒷북치는’ 스타일이라서.. 서울로 돌아갈 때 되니까 새삼 여기 공간에 애정이 확~ 올라옵니다. 


4, 해변 도로를 지나며 폴킴의 노래를 들었는데.. 시카고란 경관에 k-텍스트가 끼워지면서 저만의 고유하고도 특별한 삶의 궤적이 떠오릅니다. 힘든 시간도 있었죠. 그러나 감사하게도 잘 버티었습니다.


5.  또 다시 시작되는 서울 생활이 기대됩니다. 존귀한 삶을 사는 것이 쉽지만 않겠지만 그렇다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 필요는 없죠. 나를 돕고 좋아해주는 분들은 늘 있었습니다. 그들을 다시 알아보고 유쾌하게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현재성에 전념할 것입니다.


6. 주말에 커피숍에서 수업 준비를 하는데 어느 멋쟁이 할머니가 지나가면서 내게 웃으며 말을 걸었어요. “Take a happy break and have smile (행복한 휴식을 갖고 웃으세요)’라면서.. 노트북을 심각하게 노려보는 내 표정을 흉내냈죠. 우린 함께 웃으며 몇 마디 나눴는데.. 개강을 앞둔 나의 내면은 이내 말랑해졌어요. 유쾌했고 그날 저녁에도 편한 느낌이 이어졌습니다.


7. 그런 것이 관계의 축복입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런 할머니는 내 곁에 늘 있었어요. 그들은 대개 개방적인 품성이고 배려하는 말을 전하는 분들이죠. 서울에 가서 내가 할 일은 이것입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화답하고, 함께 기분 좋게 웃는 것.. (쉬운 것 같지만 쓰레기통만 뒤지는 분들은 못 그럽니다.) 


8. 10년 전 영화인데요.. 샌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가 나오는 ‘Gravity’ 영화가 있었어요. 우주 탐사선 업무를 보는 중에 인공위성 잔해물과 부딪히면서 우주 미아가 될 뻔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샌드라 블록이 지구 해안가에 도착하는 마지막 장면이 있습니다. 난 그게 너무나 감동적이었는데요.. 힘겹게 육지를 향해 헤엄쳐 오다가 드디어 발을 땅에 꽉 딛고..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 


('Gravity' 마지막 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JCq8gQWxkBQ


9. 예, 그렇습니다. 하늘 바라보며.. 땅 위에 발을 꽉 붙이고.. 한걸음.. 한걸음.. 예. 그렇게.. 믿음과 소망으로.. 무엇보다 사랑으로.. 너무 멀리만 보지 말고..  


10, Goodbye, Winter! and Happy MARC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