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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Oct 16. 2021

언어와 권력 8

원희룡 후보

1. 어제 원희룡 후보의 TV 토론이 참 좋았다. 식사 하고 교회 zoom 미팅 기다리다가 얼떨결에 본 것이었는데 이번 대선에서 후보에게 처음으로 호감을 가졌다. 역시 말의 힘!!! 


2. 나는 주로 대화와 스토리, 혹은 미디어 텍스트를 활용하면서 연구하기 때문에 정치인의 토론 데이터를 실제로 분석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직관적이나마 원희룡 후보는 말의 기술, 내용과 형식체계 모두 잘 구성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3. 대화/토론을 하며 시종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차례를 잘 관리했고, 즉각적이며 적절하게 맞장구(backchanneling)을 제공했고, 주장에는 논거가 분명하게 제공되었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전달하는 목표지향성, 이걸 권력지향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도 느껴졌다. 


4. 내용에 관한 판단은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판단하기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주택, 복지, 지방경제 등을 두고 ‘인간의 존엄성’ 등의 키워드를 사용한 그의 논술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렸다. 달리 말해 그의 말 기술로부터 나는 설득당했다. 


5. 말은 관행이지만 실천이다. 같은 진영끼리는 실천의 말이 필요없다. 관행(이데올로기)으로부터 찍어낸 말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화자든, 청자든, 말로부터 구성되는 새로운 실천을 믿어야 말로부터 더 나은 세상이 온다.


6. 원희룡 후보의 숨겨진 ‘진짜’에 나는 관심없다. 진짜/가짜 공방보다 나는 (대통령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타협하는) 그의 말의 형식과 내용을 더 주목한다. 그가 약속한 말을 기억하고 기대하는 사회구성원의 비판적 언어인식(critical language awareness)에 더 관심을 둔다. 


7. 일대일 토론에서 유승민 후보는 원희룡 후보에게 윤석렬 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어떻게 생각하냐며 묻는다. 난 그게 참 뜬금없다 생각했다. 그건 본인이 윤 후보와 일대일 토론에서 나눌 수 있는 쟁점이 아니던가. 유승민 후보는 아는 것이 많을 지 모르지만 내게는 듣고 싶은 것을 들려주는 후보가 아니다.


8. 무엇이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을 바꾸나?  말을 새롭게/다르게 배우지 않고서 우린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집단의 의례나 서로 다른 가치/신념체계는 잘 안 바뀐다. 거기서 틈을 낼 수 있는 건 (새로운) 텍스트(의 선택과 배치)라고 나는 늘 생각한다.


9. 원희룡 후보의 텍스트가 2021년 대선판의 콘텍스트를 새롭게 구성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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