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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Oct 23. 2021

언어와 권력 9

윤석렬 후보의 상징언어

1. 윤석렬 국힘 후보의 ‘전두환’ 발언은 부적절했다. 전두환 정부는 반민주적이고 자유를 억압하고 우리의 생명까지 뺏는 고통을 안겼다. 


2. 윤석렬 후보는 결국 사과를 했고 과일 사과를 건네 주거나 자신의 반려견까지 등장하는 상징적 언어를 배치한다. 이걸 놓칠 수 없는 이재명 후보는 광주로 달려가 전두환 비석을 두 번 밟고 “피로 지킨 민주주의” 텍스트를 선택한다.


3. 내 눈에는 전두환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이재명/홍준표/윤석렬 후보 모두 권위주의 정부의 수장이 될 사람으로 보인다. 그들은 반지성주의를 조장하고 자유민주주의 절차를 퇴보시키고 양편 진영의 전쟁언어로부터 우리가 분노하고 복수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4. 그러한 진영 언어가 늘 불편한 나는 어쩌면 그런 이유로 문국현, 안철수, 김동연과 같은 어중띵한 위치성을 가진 사람이 눈에 자꾸 들어왔다. 양편의 진영에서도 그나마 합리적인/비판적인 정치인이 마음에 놓였다. 


5. 어째거나 나 같은 사람은 결코 진영에 속할 수도 없고 현실 정치를 해서는 안될 사람이다. 홍준표 후보는 원희룡-유승민 정책토론을 보고 ‘고품격 토론은 머리에 안 남고 똑똑이를 뽑는 대선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대통령의 통치에 익숙해진다면 누가 비판적 문식력을 배울건가?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누가 텍스트로 약속하고 기대하고 또 집행시킬 것인가?


6. 이재명 후보가 카메라 앞에서 비석을 밟으며 엄중한 표정, 비아냥대는 텍스트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를 지지하는 진영 중 누가 윤석렬식 (우스꽝스러운, 유희적인?) 상징 언어를 선택할 수 있을까? 난 이재명 후보의 수사적 선택을 보고 섬뜩하고도 우울했다. 


7. 만약 윤석렬 후보가 다양한 텍스트를 재배치하면서 사과하고 부연하고 변호하더라도, 결국 “독재 정치 찬영하고 호남 민심을 왜곡한다”는 이유로 유력 후보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그 또한 우리의 후진적 정치/언어/기술의 수준이다. 한방에 통했으니 또 한번 누구든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상징적 의미체계에 지독하게 편협한 해석만 보태면 될 것이다. 언론이 다시 호들갑을 떨고 대중은 무심한 듯 언론의 텍스트를 따를테니까.


8. 상징은 콘텍스트와 연결되어 있고 상징만으로는 온전히 소통할 수 없다. 그래서 더 길게 말해봐야 한다. 더 많이 들어봐야 한다. 짧고 선명한 슬로건 수준의 텍스트로 분노나 복수의 정치가 넘치게 되면 우린 정치 바보가 된다. 


9. 이번 대선이 삶의 정치와 연결될까? 공허한 거대/결투 이데올로기만 메아리처럼 울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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