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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간한 <<미학적 삶을 위한 언어감수성 수업>> 318-320쪽의 초고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1154772
책을 보지 못하는 분들에게 이것만이라도 꼭 나누고 싶습니다. 모두 다시 시작하시기를.. 포기하지 마시기를..
1... 이런 이야기는 거창한 혁명을 꿈꾸는 사회공학자들에게 낭만적이고, 개별적이고, 미학적인 유희로 들릴 것입니다. 현실도피의 방편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2. 수년 동안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무표적 일상이었습니다. 마스크를 벗는 건 어디서든 호통을 당할 수 있는 유표적 의미였어요. 재택근무나 격리가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나와 같은 연구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몸을 낮추고 그저 버티는 삶에 전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3. 그런 고립과 고통의 시대에 우리가 언어와 기호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면서 새로운 삶의 양식을 꿈꾼다는 건 헛된 망상과도 같은 이야기였죠.
4. 모두가 숨죽인 시간에 나도 시간만 흘러가길 바라며 삶의 에너지 를 아끼고 내 마음만 돌보며 지냈습니다. 그런 중에 나는 팬데믹 시대에 이 책을 소박하고도 의연하게 만들어 세상에 내보낼 결심을 했습니다.
5. 이 책의 원고는 상처받은 나의 내면, 우리들의 권력관계, 권위적인 사회질서를 성찰할 수 있는 나만의 명상집이 되었습니다. 나 스스로 윤리적이면서 미학적인 삶의 실천, 그런 삶의 가능성을 두고 자주 성찰했습니다.
6. 권위주의 통치질서가 선명하게 드러난 팬데믹 시대에 나는 무력감에 시달렸지만 내가 선택한 언어와 기호로 내 삶만은 더욱 아름답게 의미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나는 각자가 버티는 미학적 삶의 실천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도 믿었습니다.
7. 이 책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언어와 기호로 구성된 의미체계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이기도 하지만 달리 말하면 임시적이고 가변적이기도 한 것이었어요. 차이의 대립을 의식한 다른 선택과 배치만으로도 다른 의미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8. 내가 일상적으로 만나고 소비하는 언어와 기호의 선택과 배치가 너무나 당연해지면 아무런 변화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런 ‘언어의 감옥’에서 나오려면 이 책에서 다룬 의미체계와 의미작용에 관한 언어감수성을 비판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9. 구조화된 언어세상의 지시만 따르는 직무 대행자의 삶을 살지 않으려면 언어와 기호를 새롭게 선택하고 배치하면서 우리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역전의 발상이 필요합니다.
10.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의 시 〈라피스 라줄리Lapis Lazuli〉는 비극적 환희를 다루는 내용입니다. 자본의 탐욕과 대립적 다툼이 넘치는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예이츠는 예술이 무너진 문명을 다시 세워준다는 비전을 제시합니다. 예술을 감상한 사람은 비극의 시간에서 잠시나마 해방되고 기쁨을 구가할 수 있습니다.
11. 고통과 죽음을 초월한 환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예이츠가 그걸 예술이라고 말했다면 나는 내가 가르치고 연구하는 연구활동에서 그걸 찾습니다. 그건 언어적 전환입니다. 그건 언어와 기호에 관한 미학적 차원의 상상력입니다. 언어와 기호로 창발시키는 새로운 권력이고 실천입니다.
12. 팬데믹 이후 지치고 아팠던 모두의 삶에 온전한 회복과 변화를 응 원합니다. 예이츠는 “모든 것이 멸망할 때 파멸 속에서 기쁨으로 노래하라”고 말했어요. 그걸 이 책의 주제의식으로 다시 바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