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약 2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우리의 첫만남은 별것이 없었다. 푸릇푸릇했던 새내기 대학생 시절,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고 싶었던 나는 관련 활동에 지원했다. 목적은 딱 하나였다. 외국인 친구를 만드는 것. 돌이켜보면 외국인 친구보다는 좋은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긴 했지만.. 그곳에서 처음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처음 그 시절 남자친구를 봤을 적 떠올랐던 생각은, 와 이사람 참 선하게 생겼다! 이 정도. 그러나 이성적인 감정은 크게 들지 않아서 그렇게 소위 ‘아는 오빠’ 정도의 사이에서 우리의 관계는 멈췄다. 신기하게도, 7년이 빠르게 흘렀고, 취직 후 우연히 남자친구와 하게 된 연락이 우리를 연인관계로 이끌었다. 7년 후에 본 오빠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너무나도 이성으로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는 내년 11월 결혼을 약속했다. 2년 전까지만해도 지금의 남자친구가 내 남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 순간순간마다 그랬다.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 이루어졌던 적은 손에 꼽는다. 스페인어를 전공하게 될 줄도 몰랐고, 유통관련 일을 하게 될 줄도 몰랐고, 지금의 남자친구가 남편이 될 줄도 몰랐다. 내 인생을 계획했던 과거의 내가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앞으로도 그렇겠지. 어떤 순간은 예고도 없이, 그리고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찾아온다. 그 순간들이 처음엔 고통스럽고 힘들 순 있지만, 언젠가는 그 모든 것들이 내가 남들보다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것이 될지 모른다. 스페인어를 전공해서 스페인에서 살기도 해봤고, 한국어, 영어 외에도 할 수 있는 언어가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유통 관련 일을 하면서 물가를 남들보다 빠르게 체감하고, 이상한(?) 인간들을 만나면서 더 이상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된 것도.(사실 좋은 점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넘치는 사랑과 배려를 받으며 나의 가정을 따스히 꾸려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어느날 나에게 찾아온 남자친구처럼, 언젠가 나의 태양이 뜰 날도 찾아올거다. 언제까지나 밤일순 없으니까. 밤하늘의 별이 내 손에 닿을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