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려고 쌓는 마일리지
요즘 부쩍 바다를 꿈꾸는 이유는, 아마도 도시의 질서 정연한 삶이 너무도 익숙해진 탓일 테다. 그 익숙함에 젖어 살다 보면 어느덧 반대로 생각하는 법을 잊고 만다. 군중의 거대한 물결에 몸을 맡긴 채 걷다 보면, 우리는 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들과만 눈을 맞추게 된다. 흐름을 거슬러 가려는 이들, 혹은 제자리에서 치열하게 발버둥 치는 이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진다.
내가 뒤를 돌아보는 일을 이토록 두려워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의 나는 내 의지로 물결을 밀어내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편안함이라는 매끄러운 수면에 기대어 무력하게 밀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몸에 힘을 주어 균형을 잡거나, 닥쳐올 암초를 살피는 경각심조차 내려놓은 채 보내는 시간들. 그렇게 나를 방치한 태도로 흐름에 순응하다 보니, 어느새 삶의 키(舵)를 스스로 쥐는 법을 잊어버렸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의 마일리지를 꾸준히 쌓아온 탓인지도 모른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상황이 그러니까, 혹은 너무 바쁘니까. 반박할 수 없을 만큼 타당한 이유들을 소비하며 차곡차곡 모아 온 그 마일리지를, 어쩌면 지금 이 안주(安住)의 순간에 사용하려 하는 것은 아닐까. 너무 많은 '맞는 말'들에 기대어 스스로 통제력을 놓아버린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 채 떠내려가는 안온함은 달콤하지만 위험하다.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고꾸라질 것 같은 예감.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넘어질 것 같은 그 비겁한 두려움 때문에, 나는 멀어져 가는 치열한 뒷모습들을 애써 외면하며 다시 익숙한 흐름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머릿속에서 휘발되는 상상들을 붙잡으려 바다로 향하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쌓아온 마일리지를 모두 털어버리고 잃어버린 내 삶의 통제권을 되찾고 싶다는 간절한 신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