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미학

덕질의 이유-연결고리의 인연

by 동메달톡

관계의 미학 -연결고리의 인연




양준일 덕질이 오늘로써 두 달 반 되었다. 그 두어 달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있었는지 셀 수가 없다. 구랍 12월 20일에 입국하여, 12월 31일에 팬 미팅을 한 후, 책이 나왔고, 여섯 개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들었고, 말을 보았다. 아직 방송으로 송출 안 된 것도 있는데, 두 달 동안 여덟 개의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광고도 여섯 개 찍었다. 남들 몇 년 동안 할 것을 두어 달에 다 해치운 사람 되시겠다. 그러니 기적이라고 하지.


음악인생 30년과 30년 만에 복귀의 조화, 참 버라이어티 하다.

덕질하는 동안 인생의 여러 가지들을 생각했다. 삶의 롤러코스터, 말하나 마나이고, 사람들의 관계학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생각. 결국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운명이 달라지는 그 전환점들이 애처롭다.

지난주에 있었던 배철수 잼(MBC-TV). 한쪽은 음악 인생 30년, 한쪽은 30년 만에 복귀. 운명의 인연 같은 것들이 우리 인생 단면을 다 보여준다. 배철수 아저씨는 대학가요제로 데뷔하여 송골매를 결성했고, 이런저런 인연 속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MBC-라디오)를 맡았고,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하는 영혼 있는 예술인이 되었다. 일을 하며 연애를 했고, 담당 피디와 결혼을 한 것이 운명인지, 아니면 그의 뼛속까지 있는 지속성의 근성인지, 어느 것이 우선순위인지 알 수 없으나, 음악캠프의 터줏대감이 되었다. 인생의 절묘한 기회들이 운명처럼 왔고, 그 운명은 결이 잘 맞았다. 그 사람의 주어진 인연 속의 축복 아니겠나. 음악인생 30년과 30년 만에 복귀의 조화, 참 버라이어티 하다.



연결고리의 힘, 방송 출연

양준일의 방송 출연 연결고리를 보면, 참 많은 연결고리를 보게 된다. 음악중심(MBC-TV)의 출연은 담당 피디가 찐 팬이라 작정하고 섭외했다 하고, 팬 미팅 때 진행을 맡은 박경림의 연결고리로 가수 이수영의 프로그램(CBS-라디오)에 출연했다 생각된다. 팬미팅 때 이수영도 갔더라. 둘은 절친이다. 여성시대(MBC 라디오)에서 송은이가 게스트로 나왔을 때 양준일 영입을 이야기하니 이미 거물이라, 하는 여운을 남겼다. 그 말과 연결되어 안영미가 라디오스타(MBC-TV) MC로 합류하면서 인터뷰하고 싶은 연예인으로 양준일을 꼽았고, 결국 출연했다. 안영미와 송은이도 각별한 사이이다. 거기에 안영미도 두 시의 데이트(MBC-라디오)를 맡고 있고, 양준일 팬이라 하니 조만간 거기도 출연할 것 같다.


해피투게더 4(KBS-TV) 녹화를 마쳤단다. 거기 메인 MC가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최근에 끝난 슈가맨 3의 MC였고, 양준일 소환한 프로그램이니 그 섭외는 무엇보다 쉬웠을 것이다. 아직 방송 안 했지만 다음 주에 박명수의 라디오쇼(KBS-라디오)에 나온다고 진행자가 예고했으니, 또 나올 듯하다. 박명수는 유재석과 무한도전으로 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이렇게 관계로 연결되어서 양준일은 여러 프로그램에 섭외된다. 그 시절 91년에 활동할 때는 그렇게 나오고 싶어서 여기저기 다녀도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실타래 엮이듯이 자연스럽게 그 흐름들이 연결된다. 연결고리도 있고, 그만큼 대세인 것도 있다.


월간 채널예스, 2020년 3월호, 표지모델 양준일


인생이 이렇다. 이렇게 풀어지려면 한 방에 연결되어 풀린다. 좋다 나쁘다의 의견이 아니고 결국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우리들 각각의 삶을 산다. 서로 결들을 보듬으면서 맞는 쪽 결로 열중쉬어 차렷, 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이게 인생이구나, 하는 깨우침. 그 깨우침 안에는 긴 여운도 있고, 숨 쉬기 힘든 아픔도 있는 것 같다. 결국은 돌아 돌아 이렇게 인연 속의 관계로 ‘일’을 하고 살아가는데, 우리는 언제나 머뭇거리고 서성거리며 우리들 일상에서 서로의 중간자 역할을 거부하거나 축복한다. 때로는 잘 연결되어 일이 성장되고, 때로는 어긋나서 일이 주춤한다. 그래서 아프기도 하고, 그래서 행복하기도 한다.


덕질 두 달이 지나면서 나는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계속한다. 덕질의 정체성. 우리들에게 전달해 줄 그의 여러 메시지들이 잘 스며들게 하는 것, 메시지의 본질은 또 뭘까. 양준일이 바라는 것처럼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여백의 작은 연결고리들. 그게 가능할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서, 결국은 사람 안에 우리들 삶이 서성인다 싶다. 그 서성임을 잘 조율하는 아티스트면 좋겠다는 바람을 문득 했다.

덕후로 잘 머물 수 있는 넉넉한 그릇이 오래오래 있으면 좋겠다.


“내 말의 울림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존재할 수 있다”

-양준일, 월간 채널예스, 2020.3, 7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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