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금희 아나운서가 자신의 용돈 절반이 밥 사는 것이고, 유일한 사치가 밥 사는 것이다, 라고 했다. 그게 묘하게 울컥하더라고.
IMF때 남편 사업이 망했을 때, 내가 친구들에게 "이제는 밥을 내가 못 사겠다" 라고 했다. 남편의 사업중에 돈이 얼마나 왔다 갔다 했는지는 모르겠고, 내가 무슨 명품을 쓴 사람도 아니고, 그나마 내가 누린 사치가 있다면 주변에서 친구나 지인들이 힘들다, 지친다, 하면 "그래, 내가 밥 살게" 라고 열심히 외친 사치 밖에 없는데, 그거 못 해서 참 슬프다, 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내가 일 해서 돈 벌고는 제일 먼저 또 부린 사치가 또 밥 사기, 였다. 힘들다는데 내가 밥 한 끼 사서, 그들이 웃을 수 있다면야 그 밥 쯤이야. 내가 밥 사서 더 행복해지는 그런 것, 참 아련하면서도 좋거든.
이미지 출처 양준일 인스타그램 @jiytime / KBS 박명수의 라디오쇼
뭐 먹고 싶어? 할 수 있어서
오늘 양준일이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나와서, 밥 이야기를 했다. 요즘의 수입은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같이 일한 사람들 밥을 기꺼이, 그들이 원하는 것으로 살 수 있을 만큼 수입이 된다고. 예전에 밥 먹으러 가자 하면, 김밥? 했던 것이 뭐 먹고 싶어, 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정말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어이없게도 눈물이 나는 것이다. 뭐 이런 부분에서 감정이입이 되는지. 그 눈물이 몇 방울 나오다 마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오래 가서 감정이 참 복받쳤다. 밥의 기운과 밥이 주는 행복감을 아는 것이지.
밥벌이의 숭고함 혹은 치열함
양준일의 라디오 방송으로 나는 다시 '밥'을 생각했다. 우리는 숭고한 밥벌이를 위하여 얼마나 고군분투하는가. 밥벌이 앞에 숭고함 혹은 치열함, 를 붙이면서 우리들의 밥벌이에 찬란한 건배를 한다. 먹고 사는 문제를 뛰어넘어 남에게 밥 사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 그게 어쩌면 원초적 삶의 방향이었는지 모르겠다. 그 방향성 안에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꿈, 도전, 그럼에도 먹고사는 것에 대한 기본적 해결들, 그런 것들이 참으로 오래동안 자신을 꾹꾹 눌렀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밥 이야기를 하는데 울컥하면서 내 삶의 서성거림도 또 교집합이 되는 것이다.
밥을 살 수 있다는 것,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 하고 경졔적 여유도 있어야 하고, 같이 밥 먹어서 행복 할 수 있는 친구도 있어야 하고, 관계적 거리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갖추어진 일상에서 내가 밥 사는 것, 그거 행복하다.
다시 찾은 덕질의 이유
그런데 밥 사는 이야기에 왜 눈물 났을까. 요즘 피골이 상접해져서 나도 밥을 마음껏 살 수 없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에 대한 스스로의 측은지심일까. 코로나가 여전히 창궐하니, 우리는 소소한 밥 먹기를 못 하고 있음에 대한 안타까움일까. 물리적 한계와 경제적 한계를 같이 느끼는 요즘에, 밥의 의미에 쓸데없이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밥을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 는 그의 목소리...그것으로 덕질의 이유를 또 찾았다.
“마음 놓고 밥 살 정도의 수입, 그래서 행복하다” -양준일, KBS 박명수 라디오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