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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Apr 06. 2020

[기획서 쓰기] 경우의 수를 미리 써 봐야

궁극적인 기획의 대상은 '나'

기획자로 오래 일 했다, 중간에 기획을 접고 강의에만 매진한 적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그 관련 일은 크든 작든 접촉하고 산 것 같다. 매거진 분류 없이 대중적인 것들 몇 가지만 여기에 남기려 한다.




22. 궁극적인 기획의 대상은 ‘나’이다. 


기획서 쓰는 일이라는 게 조직 구성원으로 직무의 일부분일 수도 있고, 발주받아서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기획서를 가지고 자신이 우선적으로 하고 싶어야 한다. 쓰면서 설레어하고, 기대효과를 상상하는데 자신이 짜릿짜릿한 맛이 있어야 한다. 짜릿짜릿한 그 맛이 좋은 성과로 연결되면 쌩큐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일단 자신이 먼저 신나야 한다. 그 신남이 있어야 나중에 다른 사람들 상사든 다른 부서 사람이든 발주처든 설득할 수 있다. 1차 기획 대상자는 자신, 바로 나라는 사실을 각인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획서를 잘 써서 통과되고, 일이 실행된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변수들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오케이 했던 상사가, 협업하기로 한 동료가, 알아서 잘해 달라던 발주처가, 혹은 기획의 서비스를 받을 수요자가, 생각지도 못한 것으로 물음표 달면서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고, 브레이크 걸 수도 있고, 심할 때는 애초에 만든 세부 실행서가 통째로 바뀌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통상 ‘일을 좀 해 본 기획자’는 경우의 수를 100개, 1000개를 써 두고 시작한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일일이 열거 해 두고는 이럴 때는 이렇게 하고, 저럴 때는 저렇게 해야겠다는 것을 미리 점쳐 두고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의 수는 기획자 혼자 작성하는 것보다, 같이 일할 내부 구성원, 외부 구성원들까지 같이 작성해 보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열 명이 같이 일한다고 과정 하면 한 명당 열 개 쓰면 100개의 경우의 수가 나오고, 스무 명이 열 개 쓰면 200개, 가 나오는데 이런 경우 서로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리스크가 큰 부분이니 그런 분야는 따로 리스트업 해서 관리해야 하고, 기획서를 쓴 사람의 머릿속에 적어도 겹쳐진 부분은 거의 외우고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에게 또 물어보게 된다. 이 부분 이해되는 것 맞아? 저 부분은 애당초 내가 기획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팀원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 맞아? 제대로 소통되고 있는 거 맞아? 결국 경우의 수를 많이 나열할수록 결국 기획자 스스로를 트레이닝하게 되고, 애당초 자신이 기획한 부분들이 조직과 혹은 발주처의 기본 가치와 잘 맞아떨어지는지 점검도 하게 된다.      


실제로 내 경우에는 이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의아해했다. 뭘 이런 것을 귀찮게 쓰게 하느냐, 혹은 뭘 이런 것까지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느냐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서로 간의 이해나 배려 혹은 설득이 없으면 실행 과정에서 반드시 문제가 생기고, 고생한 만큼의 성과는 안 나온다. 누구든 알고 있으면 긴장한다. 아침에 우산 들고 나오지 않았지만, 비 올 줄 알았어하는 것과 비 올 줄 전혀 몰랐다가 비가 오는 것은 다르다. 예측 못 한 비가 오면 당황한다. 기획도 딱 그것과 같다. 일기예보를 미리 봐서 우산을 드느냐 마느냐를 내가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 그것과 같다.      


청소년 캠프를 진행하면서 써 본 경우의 수에서, “나 이거 하기 싫어요” 하면 어쩌냐 하는 예측이 나왔는데, 그거 현장에서 있었다. 조원이 된 친구랑 싸워서 부모에게 연락하면 어쩌냐, 그것 때문에 부모가 전화 오면 어쩌냐, 경우의 수로 나왔고. 현장에서 일어났다. 그때마다 경우의 수 리스트는 진가를 발휘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궁극적인 기획의 대상을 ‘나’ 잡아서 훈련하고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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