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그리운 뮤지션들에게 판을 만들다
무대가 그리운 뮤지션들에게 판을 만들다
홍대에서 만난 뮤지션들
아는 사람은 안다는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파이널 무대가 있었던 날, 무대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하여 판을 만들어준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사실 <싱어게인>도 무대가 없어서 무명이 되어 버린 그들을 위하여 방송국에서 만들어준 ‘판’ 이었다면, 여기 홍대 어느 한 공간에서도 어쩌면 무명가수인 그들에게 기꺼이 ‘판’을 만들어 주는 의미 있는 일이 만들어졌다. 긱인더키친 Gig in the kitchen. 이름으로만 이야기하면 딱 주방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라는 것인데, 주방을 중심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일까. 그 현장을 다녀왔다.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공연을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 공연이 삶의 일부인 뮤지션, 공연기획자, 유튜버, 문화기획자, 영상제작자가 꿈인 대학생, 디자이너들이
현재 크루로 모인 사람들의 면면입니다.“
라고 행사 기획자인 스페이스M 김경 대표가 전한 행사 기획 동기이다.
바람을 뚫고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그 너머로 넘어갔다. 밤 9시, 승강기도 없는 4층 건물을 타박타박 거리며 올라갔다. 빼꼼이 문을 열어 보니 이미 현장은 뜨겁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사실상 관객은 아무도 없다. 스탭이라고 모인 크루들이 마스크를 쓰고 조명을 받치고 , 카메라를 들고 있다. 그렇게 ‘긱인더키친’의 파일럿 공연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공연을 만들고 싶고, 하고도 싶고, 참관해보고도 싶고, 공연 영상을 찍어도 보고 싶고, 공연을 실시간 스트리밍 해보고도 싶고, 유튜브 구독자. 인스타 팔로워를 늘리고 싶고, 그냥 재미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나중에 내일(my job)과 연결해보고 싶기도 하고, 아는 사람이 하자고 하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기도 하고. 다양한 욕구를 갖은 크루들이 모였습니다.
제안자이자 기획자인 ‘김경’은 평생 음악 산업에 1도 관여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공연이 좋았고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면서 만날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더 큽니다.“
기획자인 김경이 쏟아낸 이야기들이다. 정리하면 긱인더키친은 홍대를 중심으로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는 작업인데, 코로나 때문에 그나마 있던 무대도 없어진 상황에서 각자의 생각대로, 각자의 방향대로 판을 만들어서 유튜브를 통하여 생중계 하는 것이 ‘긱인더키친’ 방향성이다. 공연 중간 사이사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관객들의 질문에 뮤지션이 답변을 해 주는데, 첫 날 라이브 공연에 100명이 댓글을 달았다. 그만큼 실시간 공연이 고팠다는 반증이다.
첫 날 뮤지션으로 참여한 레이린은 ‘타인의 안녕을 묻는 뮤지션’으로 직접 진행을 맡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댓글과 소통했다. 랜선 관객이나 혹은 여전히 무대가 그리운 그들에게 ‘위로’를 주는 따뜻한 공연이었다.
레이린의 가져가지마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H8FXqaOFrlI
‘낯선사람', '가져가지 마세요'등의 셋리(set list)로 홍대 스페이스M 무대를 메꾸었다. 공연장을 못 가는 대신 이렇게라도 랜선으로 만날 수 있어서 좋다는 방구석 관객들 반응은 뜨겁다. 어쩌면 유일한 관객일 수 있는 나에게 들어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가 사무친 자리였다. 사실은 혼자 보기 아까운 공연을 온전히 라이브로 즐긴 호강은 참으로 감사했다.
‘긱인더키친’은 원래 강연 대관을 하는 곳이다. 스페이스M 김경 대표가 홍대에서 자영업자로 일하면서 코로나로 무너지는 자영업자의 삶, 무대가 없어서 서성거리는 뮤지션들이 안타까워서 자신이 대관 사업으로 운영하는 공간 스페이스M을 기꺼이 내놓았고, 음악 산업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으나 홍대 주변에서 무대를 그리워하는 크루들과 모아서 “공연의 주인공은 우리 모두” 라는 컨셉으로 기획의 판을 만들었다. 그 판에 기꺼이 동참한 기획팀들은 김동재, 박혜린, 이성범 등 지역에서 문화 활동하는 지인 3명이 합류하여 총 4명이 지금은 기획을 같이 맡고 있다. 기획의 판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김경 대표는 이야기했다. 랜선으로 이루어지는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임에도 첫 날 뮤지션으로 참여한 레이린은 많이 설렘했고, 처음 공연하는 새내기처럼 긴장하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최근에 끝난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 많이들 열광해 했다. 오디션이 저렇게 따뜻해도 되냐는 반응과 무대가 그리운 뮤지션들에게 제대로 된 판을 만들어주었음에 시청자는 감동했다. 음악에 맞는 조명을 깔아주고, 그들의 재능을 한껏 뽑낼 수 있게 만들어준 무대에 뮤지션만 감동 받은 것이 아니라, 방구석 관객들도 열광했다. 제작진과 관객이 함께 만든 진정한 협업의 역할 끝판왕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무대들이 매일 매일 현장에서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것을 방송국에서 모두 만들 수 없으니, ‘긱인더키친’이 그 판을 대신했다는 생각을 했다. 하필이면 <싱어게인> 파이널 공연을 하는 날, 그렇게 ‘긱인더키친’은 시작되었고, 나는 감사하게도, 영광스럽게도 그 현장에서 라이브를 볼 수 있었다.
“내 안녕에 무궁한 안녕을 빌어다오” 라고 속삭이는 류근 시인의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에서 건진 그 문장이 그 날 공연장에서 다시 소환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의 코로나를 같이 뛰어 넘고 있었다.
*긱인더키친, 2회 공연은 2월 22일 오후 9시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라이브 스트리밍(뮤지션-남달리)한다. 어려운 문화예술 팀들을 응원하는 것은 그들에게 기꺼이 댓글 하나 달아주는 손품을 파는 것, 방구석 관객으로 방청해 주는 것이 아닐까.
Gig in the kitchen 긱인더키친 첫번째 공연 "안녕"
https://www.youtube.com/watch?v=nK8gaIsCl94
https://www.youtube.com/watch?v=Hj3LMV1reEA
본 글은 한국교육신문에 E-리포트/문화.탐방면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