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20대로 돌아가면
달리는 광역 버스 안에서 우아하게 블로그에 글 쓰려고 했다. 근데 우아하게 쓸 능력이 안 되어서, 그냥 지금의 느낌표를 여기에 쓰기로!
어릴 때 글쟁이들 오빠야들, 언니야들이 우글거리는 집단 안에서 서식했다. 글로 사람을 잡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늘 기가 죽었다. 그 무리에서 놀면 상대적인 열등의식이 너무 많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글쟁이들과는 안 논다고 마음먹었다. 글로, 사상으로, 혹은 어쭙잖은 허세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니 그들과 놀면 내 명에 못 살겠다, 싶더라고.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세월 지나 나이 들어보니 나는 또 글쟁이들 속에서 허우적한다. 역시나 나의 바닥 저 아래는 글쟁이들에게 대한 동경과 그만큼 못 쓰는 것에 대한 지질한 결핍들이 허우적거리면서 나를 다시 만나고 있다.
글을 깨알처럼 잘 쓰는 사람을 만나면 안 되고, 사진을 미친 듯이 잘 찍는 사람을 만나면 안 된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냥 무장해제되니. 다시 태어나 20대가 된다면 나는 글쟁이와 미친 듯이 연애할 것이고, 사진쟁이와 또 밤새워 그 예술 같은 사진 이야기를 할 것이다. 글 잘 쓰는 작가를, 사진 잘 찍는(내 마음에 드는) 작가, 거기에 음악 이야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내가 먼저 미쳐봐야지. 연애를 미친 듯이 해 봐야 했는데. 연애를 제대로 못 해 본 것이 제일 아쉽다.
광역버스가 내 목적지 근처까지 왔다. 오늘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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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쓴 글인지 아리송한데, 임시저장에 묻혀있다. 이 글을 이 밤에 끄집어낸다. 그래, 이런 감정선도 세상 구경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