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에서 잠깐
내가 이런 고약함이 언제쯤 빠져나갈까.
버스 정류장에서 어떤 분이 00 마을 00단지가 어디냐고 물었다. 길 건너 저기라고 말해 주었다. 그 사람은 길 건너가고. 거기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옆에 있던 다른 분이 또 물었다. 저기가 00 마을 00단지예요? 거기는 임대라는데 왜 00 마을이라고 붙이죠?라고 물었다. 그 말에 좀 퉁명스럽게
“몰라요. 임대면 어쩌라고요”라고 대답해 버렸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혼자서 뭐라고 중얼중얼했다.
여하튼 사실 별거 아닌데. 내 마음에 이 사람이 임대라고 무시하는구나, 싶더라. 그 순간 나의 말에 고약함이 툭 배어져 나왔다. 이게 나의 한계이다. 뭐 굳이 이렇게 예민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런 상황을 직면하면 무슨 정의의 사도처럼 고약해진다. 그래서 내가 참 불쌍하다. 이게 나의 결핍 아니겠나 싶은 게. 아직 멀었구나 싶다. 뭘 얼마나 더 다듬어야 내공이 깊어질까.
- 광역버스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