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노래와 영상을 매일 들었고, 봤다
지난 다섯 달. 방탄소년단 BTS에 미쳐서 그들의 음악을 매일 듣고, 그들의 영상을 매일 봤다. 도대체 어떤 힘이 있어서 이렇게 미치게 하는지 나도 매일 물었다. 사실 또래의 음악도 아니다. 사실 그들에게 덕질하고 있다는 소리도 생경하다. 이 나이에. 왜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매일 듣고, BTS의 음악을 왜 매일 듣는가. 이러다가는 방탄소년단 박사가 되게 생겼다.
조용필과 이용, 전영록, 혜은이 그들이 노래 부르던 시대에 살았다. 특히 조용필 공연을 보기 위하여 조퇴를 하고, 심한 친구는 학교를 결석하기도 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이 학교 수업을 빼먹어가면서 조용필이라는 가수에 미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 학창 시절에 덕질은 없었다.
30대에 YB에 빠졌다. 공연을 많이 갔다. 그래도 빠졌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YB노래를 매일 듣지 않았다. 물론 그때는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으니 매일 영상을 볼 수도 없었다. YB를 좋아해서 록페스티벌에 행사에 나흘 연속 자원봉사로 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순간이었지, 지금처럼 매일 YB에 대하여 찾아보고, 매일 그들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뮤지션,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노래들. 딱 그 정도였다. 아, 넘치는 선까지 내닿은 적도 있기는 했다. 2002년에 월드컵 때 모통신사 광고음악으로 애국가를 사용하면서 빚어진 여러 생각들. 그때 커뮤니티 가서 댓글로, 게시판글로 미친듯이 싸우기는 했다. 그때도 딱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 안에서 딱 그 정도였다. 또 그때는 젊기도 했잖아.
방탄소년단을 알게 된 것은 2020년 싱어게인에서 30호 이승윤이 <소우주>를 부를 때 알았다. 아 물론 이름은 알았지. 2018년 유엔에서 방탄소년단의 RM이 영어로 연설을 하고, 빌보드 1위를 하고. 이름은 알았지. 그러나 뉴스로 본 것이 전부였다. 리더 RM을 제외하고는 얼굴도 몰랐다. 지하철 안에서 방탄 멤버들을 봤어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다 싱어게인에서 30호를 달고 있다가 자신의 이름을 처음 밝히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30호 이승윤은 방탄소년단의 <소우주>를 불렀다. 깜짝 놀랐다. 아이돌이 저런 가사로 노래를 부른다고?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저런 노래를 하면서 월드 스타가 되었다고? 가사가 미쳤더라고. "어떤 빛은 야망, 어떤 빛은 방황" 소우주를 기억하기로 했다. 그렇게 방탄소년단이 들어왔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방탄소년단이 월드 투어 마지막날 아미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가 소우주더라고.
<소우주> 방탄소년단
반짝이는 별빛들
깜빡이는 불 켜진 건물
우린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eh oh)
어떤 빛은 야망
어떤 빛은 방황
사람들의 불빛들
모두 소중한 하나
어두운 밤 (외로워 마)
별처럼 다 (우린 빛나)
사라지지 마
큰 존재니까
Let us shine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Oh 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You got me
난 너를 보며 꿈을 꿔
I got you
칠흑 같던 밤들 속
서로가 본 서로의 빛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우린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oh oh oh oh, oh oh oh, oh oh oh oh)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oh oh oh oh, oh oh oh, oh oh oh oh)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70억 가지의 world
70억 가지의 삶 도시의 야경은
어쩌면 또 다른 도시의 밤
각자만의 꿈 let us shine
넌 누구보다 밝게 빛나
- 중략
방탄소년단-소우주-공연장에서 부른 라이브
https://www.youtube.com/watch?v=Iq6RdCTLBd8
그렇게 방탄소년단의 노래 하나를 기억했다. 그게 끝이었다. 2023년 5월, 우연히 방탄소년단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는데 이상한 힘이 스크린 너머 들어오는 것이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돌의 칼군무가, 파트별로 돌아가면서 노래하는 것들이 들어왔다. 묘한 여운이 남았다. 방탄소년단은 왜 아직도,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인가, 하는 호기심이 강렬했다. 그때부터 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듣기 시작했다. 아미가 되었다. 유료 멤버십을 가입하고, 하이브에서 운영하는 위버스 공식 계정에서 방탄소년단 소식을 매일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섯 달을 방탄소년단에 빠져서 그들을 들여다봤더니 이것은 어지간한 자기계발서, 소소한 인문학적 사유, 조직문화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ESG*로 본다면 G**의 지배구조 등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과서였다. 물론 이미 성공했으니 뭔들 갖다 붙이면 모든 결과론에 이르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게 단순히 결과론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그들은 너무 치열했다. 방탄소년단은 치열함을 견디었고, 뛰어넘었다. 내가 20대에 저들만큼 간절했나, 저들만큼 치열했던가 하는 생각을 했다. 매일을 방탄소년단 음악을 들으면서, 멜로디보다는 가사에 전율했다. 영상을 통하여 방탄소년단을 볼 때는 가사가 덜 들어왔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퍼포먼스를 보느라 가사가 덜 들어왔다. 음원을 다운로드하여서 오로지 리스너 입장으로만 들으니 가사가 송곳처럼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달려라 방탄>이라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보면서는 그들의 태도, 그들의 성격들을 보게 되니 거의 매일 스며든다는 것이 맞겠다.
일곱 명의 남자 청년들이 7년을 숙소생활 하면서 그렇게 모여서 두 번의 재계약을 해 나가는 것에는 이유가 반드시 있다. 하이브가 잘 해서? 리더가 잘 해서? 다들 팀을 좋아해서? 아니. 내가 5개월 동안 방탄을 파 보니 방탄소년단은 아무도, 들러리가 없었다.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것, 아주 중요했다.
안무나 노래에서 센터가 붙박이도 아니었다. 수상 때 인터뷰를 한 명이 독점하지도 않았다. 방송이나 공식 인터뷰 때 일곱 명이 두 줄로 앉을 때 고정석도 아니었다. 늘 바뀐다. 월드투어 때 호텔이나 이동하는 버스 등등 자리나 방을 정하는 것도 그들이 스스로 게임이나 가위바위보를 해서 정했다. 아무도 개입하지 않았다. 사이가 좋다. 팀워크가 좋다. 단순히 이렇게 해석할 일이 아니다. 사이가 좋으나 그들은 그들 멤버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한다. 경쟁하되 아무도 들러리가 아니었다. 서로 공존하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이런 것들이 나를 소롬 돋게 했다. 서로 만들어지는 인정지수가 있으니 무대에서는 모두 부서져 버린다. 타인의 인정보다 스스로 인정해야 비로소 웃을 수 있는 것. 그게 무섭다. 무대에서 내려와 산소마스크를 쓰는, 산소공급기를 끼는 그들을 보는데 자세를 바로 세우게 된다. 리허설을 실전처럼, 그리고 핸드폰으로 일일이 찍어서 매번 모니터 하며 연습하는 그 모습들을 보면서 경건해졌다. 그러니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들은 파면 팔수록 더 빠지게 된다고. 그 말이 맞더라. 아이돌이라고 관심도 안 가졌던 내가 참 한심할 정도였다. 방탄소년단 데뷔 10년 만에 나는 아미가 되었다. 내 안의 선입견이 강둑 터지듯 빠져나가는 것, 아이돌을 그저 그렇게 상업적인 도구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것.
방탄소년단을 판 5개월을 제대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성공한 그 과정을 파헤쳐보겠다 보다는 내가 나를 돌아다보는 과정에서 나를 복기하는, 나를 아껴보는 과정으로 방탄소년단을 매칭해 보려고. 아니 그냥 제대로 즐겨보려고. 내 안의 덕질의 힘은, 덕질의 이유는 무엇인지 제대로 챙겨보려고.
방탄소년단 덕질, 지난 다섯 달, 생각한 것들이 너무 많다. 지난 5개월 고맙다.
*ESG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ESG 2020년부터 기업의 책임을 중요시하는 단어로 통용되고 있다.
G**
지배구조(Governance) - 조직내외부의 이해관계에 대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