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환대, 서로 덕질하다
"아미"
"아미, 사랑해요"
모든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아미"라고 먼저 외친다. 아미로 시작하여 아미로 끝난다. 사실 연예인이라고, 아이돌이라고 이렇게 매번 자신의 팬들을 찬양(?)하고 환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20대 남자애들이 매번 자신의 팬을 향하여 마음을 표현하는 것 쉽지 않다. 내가 덕질이 방탄소년단 처음이 아니다. 28년째 어떤 록밴드를 응원하고 있다. 요란한 팬심은 아니더라도 공연장도 가고, 카페에서 글도 쓰고 한다. 그때마다 그들도 팬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처럼 저렇게 찬양하지는 않는다. 사실 거의 없다. 이게 보편적이다. 서로서로 물고 물리며 좋아하는 관계로 팬들과 아티스트는 공존한다. 적절히 감사하고, 적절히 거리를 두는 그 한계에서 덕질은 진행된다. 물론 요즘은 sns에서 워낙 많이들 연결이 되고, 방탄소년단 성공 뒤로 팬들에게 대한 표현이 조금 더 살가워지고 오글거려지는 했으나 방탄소년단처럼 미친 듯이 아미를 외치는 경우는 못 봤다.
2013년 6월 13일 데뷔하는 날, 그리고 몇 번 방송국을 나갈 때 앞 줄 한 줄의 팬들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 팬들이 이제는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한다고.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3년 대한민국 엔터는 사실상 3대 기획사에 의하여 움직이는 시대였다. 그러니 방송들 그들 기획사 우선순위로 돌았을 것이다. 어쩌다 팬들을 볼 수 있는 음악방송은 다른 팀이나 가수의 땜질이었고,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너무 소중해서 메가폰 들고 여의도 공원에서 팬미팅이라고 하고 했다. 메가폰이 성능이 좋은 것이 아니니 소리가 삐삐 나기도 하고.
도대체 방탄소년단을 무엇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좀 보자!!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덕질이었기에 나는 어떻게든 그 이유를 찾고 싶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은 미국 아미들이 커뮤니티를 조성하여 미국 라디오 시장에 사연을 보냈다고 한다. 제발 이 곡 좀 들려주세요,라고. 빌보드 순위는 음원 판매량도 중요하지만 라디오에서 얼마나 음악이 많이 나가는지도 중요한 지수란다. 그래서 미국 아미들이 주마다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이 주에서, 저 주로 점조직처럼 사연을 보냈다고. 그래서 미국 시장에서 도대체 방탄소년단이 뭔데 이러나 싶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그게 시작이다. 그런데 그 미국 아미들은 왜 그렇게까지 움직였을까. 소위 방탄소년단이 전하는 메시지 때문이라고.
나는 이 메시지라는 것에 환대를 붙이고 싶다. '적극적인 환대' 적극적인 환대를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이 서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서로 덕질하고 있다. 그 덕질이 서로 환대로 연결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사람, 장소, 환대>를 쓴 김현경 작가는 그의 책에서 '성원권'이라는 단어로 환대를 표현한다.
사람이라는 것은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받는 것이다.
_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중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아티스트로 인정하고, 팬으로 인정하여 서로 적극적인 성원권을 구사하는 것. 이게 환대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사람이 살면서 적극적인 환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고,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적극적인 환대를 해 본 사람만이, 적극적인 환대를 받아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아미"
시상식에서 울려 퍼지는 방탄소년단의 "아미"는 사실 모든 것을 다 치유하고, 모든 것을 다 환대받는 느낌이라는 것, 나는 알겠더라. 거창한 학문적 의미를 풀어내지 않더라도 내가 행하는 것, 내가 움직이는 것을 일일이 기억하여 환호하고, 기억하는데 어느 누가 미치지 않겠는가. "무조건적인 환대는 현대사회의 기본 원칙이다"라고 <사람, 장소, 환대>에서도 언급한다. 방탄소년단의 아미에 대한 환대에 팬들은 그만큼 답하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은 서로 적극적인 환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또 삶의 가닥가닥을 둘러보게 된다. 나는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향하여 적극적인 환대를 했을까.
”예뻐해 주세요, 사랑해 주세요, 아껴주세요 “
2016년, 방탄 팬미팅에서 슈가가 한 말이다. 자신들의 팬들을 향하여 예뻐해 주고, 사랑해 주고, 아껴 달라고 부탁하는 말을 보고, 저 문장을 글로 써서 화면에 비치는 것을 보고 울컥했다. 삶이라는 것이 언제나 예뻐하고,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한데, 팬들을 향하여 저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단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 어느 여배우가 음악방송 첫 디제이를 했다. 배우이기는 했으나 생방송 라디오는 처음이라 살짝 어설펐다. 그럼에도 청취자들이 한결같이 "처음이라 떨릴 거예요". "응원할게요", "정말 잘할 겁니다" 등등의 댓글을 달면서 적극적 환대를 했다. 덕분에 그 배우는 디제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비교적 순조로웠다. 환대라는 것이 이런 것이다.
군에 가 있는 진은 "아미들이 원하기 때문에"라는 말을 자주 했다. 아미들이 원하기 때문에 예능에도 나가고, 내가 군에 가 있는 동안 그래도 아미들이 심심하지 않을 만큼 몰아서 여기저기 방송에 얼굴을 내밀고 박제해 두고 간다고 했다. 소위 마케팅으로 본다면 고객중심의 팬서비이스이다. 물론 회사에서 만든 기획일 수도 있겠으나 아티스트 본인이 정말로 팬들을 환대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 군에 가 있는 진뿐만 아니라 일곱 명 전부가 아미가, 아미가, 아미가, 를 외치고 있다. 연습생 시절에서 데뷔, 그리고 랩과 아이돌의 정체성 등으로 소위 시장에서 이리저리 두들겨 맞을 때 아미는 정말 방탄소년단의 방패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팬과의 끈끈함을 나로선 알 수 없다.
5개월 덕질했으니 아미들과 방탄소년단의 깊이를 다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환대하는 법을 배웠다. 그네 일상에서, 내 지인들에게, 내 주변에서 환대하는 법을 잘 녹여내려고 한다.
"예뻐할게요, 사랑할게요, 아껴줄게요"라고 내 지인들에게, 내 가까운 내 편들에게 전하려고 한다. 아미 다섯 달 만에 나는 철학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