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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Nov 03. 2023

밤에 그네를 타고 있어요

글이라도 쓰니 다행이지

아파트 단지에 이런 그네가 있는 줄 몰랐다. 무작정 나와서 우두커니 여기 앉았다.



엄마가 오늘부터 주간보호센터를 갔다. 센터 직원들이 집까지 올라와 엄마를 모시고 내려갔다. 엄마가 가진 소지품에 이름을 써 두고. 마치 아이 유치원 갈 때 소지품에 이름을 일일이 썼던 것처럼 썼다. 오후 다섯 시 조금 넘어서 엄마가 전화 왔다. 지금 집에 간다고. 그 시간에 저녁까지 다 드셨다 한다. 어떻게든 엄마는 거기 센터에서 하루를 보냈구나. 낯설지만 뭐 그렇게 하루는 지나갔구나 싶더라.


오후 6시 조금 넘어서 거기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그냥 평범한 첫날의 안부 전화거니 했다.


“다른 것은 뭐 특별한 것은 없는데요, 지갑이 없어졌다고 해서 애 먹었어요. 뭐 결국은 찾았는데요, 내일은 지갑을 안 가져오게 부탁해요. “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내가 지갑을 안 가져가게 가방에서 봤는데 내가 여차 하는 사이 지갑을 가방에 넣었나 보더라. 안 그래도 센터에서 집에 온 그때 가방에 지갑이 있어서 살짝 당황했다. 역시나 사달이 난 것이다. 엄마는 치매 초기인데 기본 인지능력은 괜찮은데 뭘 자꾸 없어진다고 한다. 핸드폰 충전기가 없어졌다, 같은 작은 것부터 지갑이 없다가 18번이다. 집에서도 그랬다. 한 번씩 지갑이 없다고. 그래서 엄마 방의 장롱을 다 뒤져서 찾았더니 사위에게 거기다 숨겨두었다고 며칠을 그랬다.



나는 엄마가 지갑이 없어졌다 해도 반응을 안 한다. 그 방에서 당신 스스로 며칠을 걸려 찾든가 해야 한다. 당신 스스로 찾아야 그게 해소가 되는데 사위가 답답해하며 찾아줬다. 그래서 내 남편에게 꽂혀서 김서방이 지갑을 숨겨두었다고 몇 날 며칠 그랬다. 남편 성격이 보살이라 그런가 보다 하는데.



오늘도 아마 그 사달이 났을 것이다. 안 봐도 그려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내가 내일 지갑 가져가지 마시라 했다. 왜 엉뚱한 곳에서 지갑 없어졌다고 하느냐 했더니 그때부터 엄마는 화가 났다. 내일 안 간단다. 거기(주간보호센터)에서 그냥 우두커니 앉아 있다 오는데 거기 뭐 하러 가느냐고. 그리고는 이불 뒤집어쓰고 누웠다. 내일 아침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가늠이 안 된다.




동네 한 바퀴 돌려고 나왔다. 아파트에 그네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기 희미한 가로등 아래 앉아서 글을 쓴다. 그네는 흔들거리고. 동네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지나간다.



육아보다 더 힘든 갓이 노인 부양이라고 하더구먼. 진짜다. 그리고 왜 이리 부모는 당당한가. 사실 나는 아이 키우면서 화를, 감정을 쏟은 적이 없다. 아이도 한 인격체이니까. 그런데 엄마는 왜 이리 나한테 감정을 다 쏟지. 이거 내가 어디까지 받아야 하지.



그네는 내가 체중을 실어서 밀기 시작하니 또 움직인다.

내일 아침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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