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과 집중
<흑백요리사> 두부 편부터 봤다. 그게 준결승전이라고 하더만. 한 재료로 서바이벌로 요리 경연을 한다는 것을 어느 글 모퉁이에서 봤다. 와우. 대단했다.
그거 보고 있는데 아이가 옆에서 우리나라도 노벨상을 받았네,라고 이야기하더라. 어느 분야? 문학분야. 그래서 내가 “아, 한강 작가겠네”했다. 문학 분야에서 외국에 이름을 제대로 알린 사람이 한강작가 밖에 더 있겠나. 나는 한강 작가 책을 한 권도 안 읽어서 그 세계관은 모르지만 그동안 기사 나온 것은 좀 봐서 대충 이름은 알고 있었다. 완전 축하이다. 고은 시인 노벨상 이야기할 때마다 한글의 한계, 번역의 한계 등등의 언론플레이가 별반 좋아 보이지 않더만. 그거 뛰어넘었네. 자랑스러운 한글,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국뽕 만랩.
다시 돌아서 <흑백요리사>. 기획도 구성도 탄탄해서 몰입해서 봤다. 특히 두부로 일곱 요리를 하게 하는 잔인함에 와우 싶더라. 요리지옥이 맞겠더라고.
요리에 어떤 스토리를 입히느냐, 요리의 식재료에 어떤 것을 주인공으로 만드느냐. 결국 집중력이다. 인생에서 모든 일이 체력과 집중이겠구나 싶더라. 끝까지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하고, 끝까지 집중해야 결국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 만고의 진리를 또 봤다.
최현석 셒이나 정지선 셒을 보면서도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다음 요리 준비했을 텐데 두부요리 처음에 떨어진 최현석셒. 방송에 오랜만에 나왔다. 그간 이런저런 사연들이 있었다 하더라. ”마파두부를 걷어내도 요리의 완성도가 있다 “그래서 탈락이다는 심사위원 설명이 아주 매력적이더라. 너 요리 잘해, 근데 이번 요리는 두부가 주인공이야. 조연을 너무 키웠어, 하는 배려. 그 말의 폼새를 배웠다. 최현석 셒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 등이 보기 좋더라.
이연복 셒이 자신의 제자로 인정하는 요리사가 정지선이라고 하더라. 딤섬의 여왕이라는 정지선 셒이 만든 황금두부. 이거 보면서 아, 떨어지겠다 싶더라고. 계란을 너무 많이 써서 두부가 묻히겠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럼에도 집에서 해 보고 싶은 요리였다. 동물성단백질과 식물성단백질이 딱 결합된 맛이고, 단백질이 맨날 부족하다는 나에게는 딱 좋은 황금단백질이 되겠더라고.
미슐링 3 스타. 트리플스타는 와우 정리가 장난이 아니더만. 그게 몸에 베였다고 할까. 조리대 정리하는 것까지 딱. 그거 매력적이고. 요리하는 돌아이는 마지막 요리에서 정말 다크 서클이 입까지 내려온 느낌이었다. 아 저 친구 정신이 나갔구나…두부로 다섯 번 요리했으니…
애드워드리. 1972년생.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고 싶어하는 마음이 뭉클했다. 거기다 무슨넘의 창의력이 그리도 좋은지. 나는 태어나서 떡을 믹서기에 가는 것은 처음 봤다. 막걸리에 참외, 미나리 넣어서 흔들어서 브랜딩한 막걸리를 음료로 내 놓는 베짱. 탁월하더라.
나폴리맛피아 손끝의 정성이 대단했다. 그리고 눈빛. 그냥 승부욕이 화면 너머까지 넘쳤다. 놀랐다. 나폴리에서 요리를 배웠다 하더만. 요리 마피아를 지향하는. 자신의 이름 걸고 하는 요리는 생명과 같다는 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10년 동안 집과 식당만 오고가며 요리에 집중한 한 자신을 칭찬하더라. 맞지. 한 곳에 10년 집중하는 게 쉽나. 95년생이던데. 그 집중이 부럽더라. 드디어 완전 스타가 탄생. 권성준 요리사. 하루에 6명. 2명씩 3팀만 받는다 하더만. 벌써 예약이 지구 끝까지 가 있다고.
요리 오디션은 나는 두 번째 보는 것이다. 첫 번째는 영국의 제이미올리버가 ‘피프틴’레스토랑을 열면서
거리의 불량 청소년들을 여기 피프틴의 직원으로 영입하는 과정을 그린 요리 교육 오디션이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출근하지 않는 아이의 집을 수소문해서 다시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제이미의 열정에 완전 매료되었더랬다. 좋은 요리사의 조건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환점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길거리에서 남의 조롱을 받고 살래, 그래도 내 밥벌이하면서 너를 존중하며 살래,를 설득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감동이었다. 그런 과정을 지나서 실제 오픈해서는 손님들에게 좋은 결과물을 제시간에 제공하는 것에 대한 압박 교육도 감동이었던 기억이 있다.
제이미 올리버 ‘피프틴’ 오디션 이 후 한국에서 이런저런 요리 오디션을 많이 했지만 본 적이 없었다. 음악 오디션은 귀로 들을 수 있으나 요리는 플레이팅이 아무리 좋아도 맛을 볼 수가 없는 영상이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고 할까. 그럼에도 어제 본 <흑백요리사_두부편_그리고 결승전>은 여운이 많이 남는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하루 아침에 성공하는 것이 뭐가 있겠나. 자신의 체력을 바탕으로 끝까지 집중하는 그 무엇들이 각자의 인생에서 성공이라는 카드를 주겠거니 싶더라. 체력과 집중력은 결국 평소 자신의 소소한 습관들이 뭉쳐져 있는 것이겠거니 싶다. 그래서 그 가치가 더 빛을 본다는 생각을 했다.
여하튼 전편을 본 것은 아니지만 두부라는 식재료에 꽂혀서 그 부분만 보려고 했는데 그게 결승전과 연결되게 편성이 되어서 결국 2편 봤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던 <흑백요리사>였다.
예능 보다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과 얽히면서 인생의 여러 좌표들을 생각했다. <소년이 온다>이 후 작품 목록을 보니 다작이더라. 역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없다 싶다. 여기도 체력과 집중인데 그 체력과 집중을 뒷받침할 것들은 뭔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 생각에는 만감이 또 교차하고.
<흑백요리사>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잡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