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국 남의 돈으로 치룬 장례식

by 동메달톡

어제부터 일을 시작했어요. 남아 있는 멘토링을 줌으로 하고, 오늘도 다른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왔는데요...이게 뭐랄까. 몸이 후들후들 떨리면서 뭔가 이상한 기운이 와요. 이게 뭘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석양이 눈부시게 예쁘던데 몸이 후덜덜 떨립니다. 다행히 내일은 토요일이고, 그 다음날은 일요일이니 뭔가 내 안의 자아를 부여 잡으며 쉴 수 있겠군요.


줌으로 멘토링 중


생각해 보면 결국 남의 돈으로 장례식을 치루었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큽니다. 물론 그동안 나나, 동생들이 애경사 다닌 것의 돌아옴이다 할 수 있지만...뭔가 빚을 크게 졌다는 부담감이 아주 많이 누르고 있습니다.


한국의 장례 문화는 이렇게 사람들 속에서 서로 품앗이로 연결되나 봅니다. 이 문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더 정신이 번쩍 듭니다. 도대체 무슨 인연이 되어서 시간 내어서 남의 부모 장례식에 조문하러 올까요. 무슨 인연이 되어 부의금을 보내고 할까요. 두고두고 감사함이 넘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 마디로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것이다 싶습니다. 도대체 내가 이것을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까요.


장례 후 괜찮다고 했는데 직감적으로 아프겠구나 하는 촉이 옵니다. 몸살이라기 보다 그냥 마른 상처를 할퀴고 가는 그 손끝의 느낌이 온 몸으로 오고 있네요.


그럼에도 잘 견디고 버틸 것이다 생각됩니다. 오늘 다시 느낀 것은 내가 재능이 있다면, 내가 능력이 더 남아 있다면 결국 더 많이 퍼 주어서 그들의 성장을 온몸으로 느낄 때 내가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싶습니다. 어떤 가식적인 그런 나눔 말고요, 진짜로 잘 해서 제대로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그런 재능과 능력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기꺼이 다 쏟아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아프겠지만 그만큼 또 회복 탄력성으로 살아날 것 같습니다. 2025년 남은 두 달 열심히 글 쓰면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잘 쓰기 위하여 더 많이 읽으면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부디 저에게 조금만 더 능력을 주소서, 받은 것들 다 갚을 수 있도록 조금만 더 능력을 부여해 달라고 빕니다. 진심으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를 보내며 오래된 관습과 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