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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깼다

글이 고픈 요즘

by 동메달톡

자다가 깼다. 너무 답답해서 깼다. 역시나 창문이 다 닫혀 있다. 내가 어지간해서는 창문을 안 닫는데 비가 그제 엄청 쏟아져서 닫았다. 창문을 열었더니 살겠다.


이렇게 한 밤에 잠이 깨는 게 드문데 공기가 잠을 깨운 거다. 잠이 깨니 머리가 아프다.


요즘 글이 고프다. 상업적인 글 말고 내 감성을 표현하는 글이 고프다. 읽고 쓰는 일만 하는 글쟁이들이 부러워진다.


어제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지냈다. 그러다 <기적>영화 한 편을 봤다. 박정민 배우를 나는 책으로 먼저 알게 된 케이스라 도무지 배우라는 느낌이 안 왔더랬다. 영화 한 편 보고 나니 와…싶은 게. 박해일 배우에 꽂혀서 박해일 영화만 봤던 시절이 있었다. 박정민 배우도 그렇게 꽂히는 것 같다.


청룡 시상식 이 후 박정민 배우가 다들 지금 책 팔 때가 아니다,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는데 나는 그가 책도 많이 만들고 팔면 좋겠다. 내가 글이 고파지니 책 만드는 사람, 글 쓰는 사람이 다 고귀해 보인다.


글을 쓰고 싶다는 내 말에 어제 지인이 그랬다.

”쓰셔야 해요. 저도 글이 맘에 쌓여서 답답해요. 글이 쌓인다는 건 맘이 아프다는 거“ 이런 문장을 보내왔다. 글쟁이들만 느낄 수 있는 이 문장이 훅 내 안에 왔다. 어떤 문장, 어떤 말 보다 위로가 되더라는. 글을 잘 쓰니까 글을 쓰고 싶다가 아니고, 내 안에 끌어안고 있는 모든 마음들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가치치기를 위한 내 안의 응집을 결국 다시 글로 풀어야 한다는 것.


12월에 마무리할 원고가 있다. 하늘이 두 쪽나도 마무리할 생각이다. 마무리가 되면 이거 신나게 팔아보려고. 그게 내 치유가 될 것 같다. 글의 장르가 뭐든 신나게 팔아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창문을 닫았을 때는 비바람을 막아 잠을 푹 자겠다는 의지였을텐데 나는 창문이 닫혀서 결국 자다 깼다. 숨을 못 쉬겠다는 답답함이 결국 잠도 못 자게 한다. 이 답답함도 글로 풀어지겠지 싶다.



사진은 자동차 보험 가입한다고 찍어온 계기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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