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서 읽는 인간관계론
후배는 후배답고, 선배는 선배답더라. 서로 챙기고 서로 엄지척 해 주는 그들. 눈부시더라.
후배가 먼저 그러더라. 저희 형님들 덕분에 알려졌다고. 선배도 그러더라. 같이 할 수 있어 새판을 짠다고.
이장희의 #한잔의추억 이 그들에게 어떤 곡인지 나는 알지. #거울 이 또 어떤 의미인지 알지. 꼴라보 그 자체가 멋지잖아.
YB와 국카스텐 꼴라보 공연을 보고 왔는데 와ㅡㅡ진짜 이쁘더라. 괜찮은 인문학 강연 하나 보고 온 느낌.
국카스텐이 록밴드 인디에서 이미 실력은 있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을 때 '나가수' 출연하면서 대중과 인사를 했다. 그 때 들고 나온 곡이 이정희의 '한 잔의 추억' 인데...어제 그 곡을 YB와 국카스텐이 같이 부르는거야. 와우 그거 참 울컥하더라. 그 곡의 의미를 서로 아는거지. YB 때문에 우리가 이 정도의 인지도가 올랐다, 이번 공연도 우리가 하자고 많이 그랬다, 이렇게 꼴라보 해 줘서 고맙다, 는 인사를 하현우가 계속하고 그에 걸맞게 국카스텐 때문에 록판이 또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선배는 엄지척 답변들을 하는데, 나는 그게 참 눈부시게 아름답더라.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연을 맺고 사는가. 그 인연 안에서 삶의 좌표가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인연이 악연 되어 오만 상처를 입기도 하지. YB와 국카스텐의 꼴라보 공연, 몽타주를 보는데 울컥하는거야. 서로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그 모습들 안에서 진정성이 보이더라고. YB의 윤도현은 김제동을 데뷔시켜서 지금의 김제동이 되게 한 산파이기도 했잖아. 그 당시 윤도현밴드로 활동하면서 공연 사이, 사이 악기 정리하고 판을 새로 정비하는 틈새 사이사이에 김제동의 입담으로 그 관객들을 묶어두는 역할을 했다지. 그 역할을 너무 잘 해서 윤도현이 방송사 여기저기에 섭외요청 오게 홍보했다지. 그게 인연되어 김제동은 재야 묻힐 뻔 한 그 끼를 세상 사람들에게 풀어내고 있고.
김제동과 하현우의 공통점은 '자신을 세상에 나오게 한 그 역할' 딱 그거 하나만으로도 감사함을 윤도현에게 표하더라고. 그거 인사할 줄 알고, 그거 제대로 느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들이 좋더라. 세상에는 기본적 감사함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해 준 것은 다 잊고, 새로운 거 해 주지 않는다고 원초적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 많잖아. 굳이 성공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고마움을 제대로 알고 사는 사람들이, 미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 보다 소위 성공이라는 걸 하더라. 그게 세상사의 작은 이치 같기도 하니 그나마 다행이기는 한거지.
공연을 보러 가서, 인문학 강연 하나를 보고 온 느낌의 여운은 오래 남네. 작은 것에, 원초적인 것에 감사하는 후배나 그것을 발굴해서 끄집어내는 선배의 안목이나 결국은 같은 결을 가진거잖아. 그래서 참 보기 좋았고, 참 부럽더라는 것이지. 내 안목에는 언제쯤 저런 결들이 만들어질까 하는 생각을 문득 했지만, 그럼에도 해 줄 수 있는 작은 역할이라도 있음에 더 많이 감사하기로 하자. 그게 어른되어 가는 방법론이잖아. 감사할 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내 안목의 문제이지, 그들의 문제는 아닌 거 잖아.
YB, 국카스텐 꼴라보 공연 몽타주 그거 보고 다시 인간관계론이 생각나니 즐기고 배운 공연 되시겠다.
- 최초에 나를 인도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감사할 일이다
- 의기소침할 때 누군가 에너지를 발산하게 해 준 것이 있다면 그 역시 감사할 일이다
- 무엇이든 기회를 만들어 준 일이 있다면 정말 감사할 일이다. 잘 되고 못 되고는 그 다음 일이니
- 사람의 결을 잘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안목의 역량이다
- 결국 사람이 일 한다는 것, 그거 다시 명심할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