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점 관련 기획을 하고는 그 사이, 10월초에 일본 츠타야를 직접 다녀왔다. 좀 더 생생한 그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고. 책에서 봤던 그 느낌들을 좀 더 다각적으로 보고 싶었다. 일본 동경 나흘동안 츠타야를 비롯한 책방만 보고 온 것 같다. 일본은 여전히 책방은 즐비했고, 북오프(BOOK-OFF)의 중고책방도 여전히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었다. 지하철안에서 문고판 책을 읽는 시민들, 문고판 책을 상의 윗 주머니에 넣고 행선지에서 내리는 사람들 뒷 모습을 보면서, 괜히 심술이 났다. 어쩔 수 없는 한일관계의 그 숙명적 역사성 안에, 저들이 책을 여전히 읽고 있음이, 책방이 좀 많이 보이는 게 그게 부러움이기도 했고, 한 편의 심술이기도 했다. 부러움보다 심술이 조금 많았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왜 책 씩이나 읽고 그러냐고, 하는. 그런거.
츠타야의 여러 지점들 중에서 그래도 규모가 제일 크다는 다이칸야마점을 갔는데, 구글지도의 힘은 컸다. 그냥 지하철 타고 슝하고 가 보니, 거기 있더라. 우리나라로 치면 청담동 부촌 동네 같은 거기에, 책방이 있다는 것, 조금 놀라왔다. 딱 책방의 영역만 아닌, 온통 잡동사니(내 눈에는 그랬다)를 다 파는 소위 잡화점 아닌가. 츠타야를 간다는 말에 일본에 사는 한국인 내 친구는 "거기 비디오 테잎 대여점이었구만, 거기를 뭐 하러 가 보노" 하는 핀잔 아닌 핀잔을 주었다마는 그 친구는 일본 문화에 대한 새로움을 잘 안 느끼는 토종 한국인(근데도 일본에서 이십 년 넘게 살았으니 대단)이라 그냥 한 쪽 귀로 듣고 흘려보내고는 한국에서 동행한 지인과 가 봤다. 그녀는 다이칸야마, 라는 지점명이 죽어라고 안 들어온다고 이야기하면서 졸졸 동행 해 주었다. 나흘내내 책방만 다녔으니, 이쯤에서는 츠타야든 뭐든 이제는 지겹겠다 싶어서 내심 미안했던 동행이었다.
건축물이 낮아서, 좋더라고
저기가 츠타야, 이네요. 라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와 이거 단독 건축물이네. 거기다 절대 높지 않은 삼층? 사층? 아니 이층짜리? 건축물의 외관이 낮아서 참 감사했다. 건축물이 하늘높이 치솟은 고층 빌딩이었으면 아마도 바로 실망 했을 것이다. 요즘의 나는 높은 건물에 거의 경기를 하는 버릇이 생겼고. 하늘을 가리는 고층 윗 부분을 가위로 자르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는 상황이니, 일단 건축물이 낮다는 그 첫인상이 배시시 웃게 만들었다. 아, 건축이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졌구나, 하는 애써 칭찬까지 하면서 츠타야 한 쪽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첫 느낌은, 어 이거 뭐지? 서점? 백화점의 잡화코너, 도자기 파는 곳? 주방기기 파는 곳? 처음 본 것이 하필 요리 관련 책이 진열된 서가였기 때문에 그 책과 연결된 요리 소스와 주방기구와 그에 맞는 요리 그릇과 등등 도대체 정체성이 없어보였다. 아, 그랬지. 츠타야는 그 취향에 맞게 요리 관련 책이면 그것과 연결된 것들이 바로바로 연결된다고 했지. 그거 책에서 봤잖아. 그럼에도 잠시 어리둥절 하기는 했다. 여행 관련 책을 본다 싶어 옆을 보니 실제로 여행사 사무실이 그 모퉁이에 있었고, 에코백 부터 각종 여행관련 잡화들이 또 진열되어 있었다. 아, 이렇게 뭔가 원스톱으로 연결된다는 느낌, 또 받았다. 그럼 여행 노선도 이 안에서 그냥 해결되나 보네. 여행사가 서점에 있는 것은 한국에서도 간혹 있으니 뭐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아주 많이 새롭게 보였고. 이런 마케팅에 능한 일본인들 하고는, 했다. 심술이 또 나는거지. 쯧쯧.
이런 게 서점에 있어
요리책 옆에 진열된 소품들
여행 책 코너
계단을 타고, 에스카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가니 음악 천국이다. 재즈가 있고, 오래된 전축이 있고, 헤드폰이 있고, 뭐 이것도 한국에 있잖아. 그만 감탄하라고. 음악을 워낙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 탓에, 특히나 흐느끼는 재즈를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호강에, 좀 많이 머물렀다. 2층 거기에서 헤드폰을 귀에 꽂고 오만 음악적 취향을 다 끌어안고 있는 듯한 눈빛을 하고는 소리를 몸으로 느끼고, 귀로 담고, 느낌으로 담았다. 와, 여기 잘 왔다. 이거 그냥 빠지는구나.
2층 연결 다리를 지나 건너편 다른 동으로 이동하는데, 사실 건축물을 느끼는 찰나적 기분은 거기 연결다리에서 더 느꼈다. 햇빛이 그 연결다리를 휘감고 있는데, 이것은 건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지었구나, 아니 이것은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제대로 주문을 헸구나. 햇빛을 담았고, 연결선에서 밖의 풍광과 사람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설계했고, 이웃의 건축물에 여백을 주는 뭔가의 운치, 이것은 부러웠다. 심술이 아니라 서점 공간의 상업적 시설에 이런 건축적 철학을 담은 건축주가, 건축가가 부러워 죽을 뻔 했다. 전체층이 낮아서 우선 후한 점수를 주었는데 들어와 보니, 낮은 건축물의 외형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책이 있는 공간, 상업시설의 공간,을 매출 동선만 따져서 짓다 보면 간혹 답답한 경우가 있는데, 답답하지 않았다. 건축에서 품격이 왔다. 와우. 후에 한국 돌아와 츠타야 대표가 쓴 '지적자본론' 책을 봤더니 츠타야 다이칸야마점의 건축 설계의 고민을 써 두었더라. 내가 느낀 것 그대로 빛을 담을려고 고민했고,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 여백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랬다고 했더라. 고민한 만큼의 결과물이 만들어졌고, 그 고민의 흔적을 내가 느끼고 왔구나, 싶어서 그거 또 반갑더라고.
음악 코너는 그냥 설렘했어
음악과 건축이 이미 나를 반하게 했으나,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을 찾으라고. 그래. 맘에 안 드는 것은 너무 영악한 상업 냄새가 나더라는 것이고. 뜬금없는 원단(가게에 원단 코너가 있다)판매의 의미는 뭐지(이것도 지적자본론에서 언급했는데, 그 내용은 기억이 흐리다, 다시 찾아보자). 비디오 대여로 시작했는데,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는 컨셉으로 시장이 변하니 궁여지책으로 그럼, 오만가지 고객들 취향을 설계하고, 기획하겠다는 취지로 츠타야의 컨셉을 정했다 하니, 바야흐로 복합공간이구나. 한국의 교보문고와는 또 어떻게 다르지, 영풍문고는? 한강진의 북파크는? 도대체 뭐가 달라서 여기 다이칸야마에는 외국 관광객들이 이리 많이 찾아올까, 나리타 공항에 츠타야 광고는 '문화'를 소비하는 곳으로 광고판을 깔아두었던데. 그 힘이 뭘까.
나무 뒤로 보이는 건물과 건물 연결사이, 저것이 그리 매력적이더라고
서점 관련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여기 츠타야를 온 것은 잘 한 것 같아. 눈으로 많이 담고, 사진(직원에게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된다고 해서)으로 남겨서, 우리들이 말한 문화복합공간에서의 서점 역할을 잘 고민해보자고. 가치를 따지기 전에 일단 재미있을 것 같잖아, 그치. 끄덕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