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탐방, 괴산 거기에

숲 속의 책방, 거기에는 백창화 쌤이 있었다

by 동메달톡

학습 모임 두 번을 했고, 학습조 모임과 상관없이 또 한 권의 책을 읽기를 또 부탁했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좀 팝니다' 그 책을 읽고 가야 괴산탐방이 의미 있을 것 같아서 도서관에서 빌리든 구입을 하든 일단 읽고 오시라, 라는 간청을 드렸는데 도서관에서 빌렸다는 사람, 구입했다는 사람, 읽고 있다는 사람, 시간이 촉박하다는 사람, 요 몇 년동안 이렇게 책을 읽고 또 읽은 기억이 없다는 사람...10인10색이다. 그럼에도 읽어야 느낌이 있다, 는 강박으로 될 만큼 펌프질 했다. 그거 은근 슬쩍 잘 하기는 한다.

책방전경

드디어 첫 탐방이다. 아이들 포함해서 열 명이 움직였고, 승합차 같은 RV차량 두 대가 거기 괴산을 갔다. 괴산이라는 곳, 다들 처음 가 본단다. 국도나 자방도로 따라 지나는 가 봤으나 거기는 처음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고. 나도 처음이다. 낯설다. 호기심이 인다. 거기다 읍내에 책방이 있는 것이 아니고, 숲 속에 책방이 있다고 하질 않는가. 그것도 살림집과 같이 하고 있고. 일 년, 이 년이 아닌 제법 세월이 흘렀다 하니 완전 궁금함인데. 사실 동네에서 서점을 하는 책방지기들에게는 대모같은 설렙이더만. '유럽의 아날로그 공간' 을 백창화, 김병록 부부가 쓴 책이고, 이 책을 읽었음에도 정작 저자 이름은 정신줄을 놓았는지 기억에 없었다. 숲속의 작은 도서관, 이라는 것을 들으면서 아, 이거 어디에서 봤더라 하는 따로국밥식 기억으로 엉켜 있었다.

바닥에 그림을 두면까지 설명하는, 그 열정


'작은 책방, 우리 책 좀 팝니다' 라는 책의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백창화쌤은 정말 책을 잘 팔았다. 첫 탐방에서 우리 팀들은 홀리듯이 책을 사 왔고, 특히 최향랑 작가의 그림책은 꼬리를 물고, 서울 카페 에무(사계절출판사가 만든 북카페)에서 하는 최향랑 작가 토크쇼에도 다녀왔고, 심지어는 그녀가 입은 초록색 니트를 같이 구입하는 팬심 발동 참여자도 있었다. 그 시작은 단언컨대 최향랑 작가보다는 백창화 쌤의 설명이 더 컸다 싶다. 진심이다. '앨비스의 의상실' 그림책은 후에 구미 삼일문고에 가서도 봤다. 도대체 그 책의 힘은 뭘까, 그녀의 힘은 또 뭘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괴산은 가기 전에 미리 우리 프로젝트 이야기를 했었다. 이런저런 기획의도를 가졌으니 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전했는데, 오후 1시 오픈인데도 단체로 탐방 간다하니 오전11시에 기꺼이 책방 문을 열어주었다. 친정언니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주는 것처럼 책이야기와 도서관이야기, 그리고 서점 이야기, 또 그리고 수익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했다. 책 팔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래도 임대료 안 들어가고 급여 줄 직원 없고, 간간히 혹은 자주 들어오는 강연 등의 개인소득이 있어서 우리 부부 먹고 산다, 더구나 큰 욕심없이 전원생활이 목표였고. 도서관을 오래 운영하여 출판의 흐름을 그나마 알고 있고, 다행히도 이 산골까지 와서 기꺼이 책을 사 들고 가는 독자들이 있어서 운영은 돌아간다. 거기에 주말에 북스테이도 하고 있어서, 좋아하는 거이 일이 되어 잘 움직인다, 라고 했다. 그러나 지역서점은, 동네책방은 여전히 어렵기 때문에 독자들이 움직여야 하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책을 한 권 사 줘야 계속 글을 쓸 수 있고, 그런 작가의 책은 여기 동네 서점에 많다" 라는 설명을 하면서 지역서점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설명을 정말 꾹꾹 눌러 이야기 해 주었다.

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북큐레이션도 적절히 해 주었는데, 결국은 책방지기의 이런저런 설명이, 이런저런 추천사들이 책을 구입하게 한다. 우리팀들, 와....다들 지갑을 막 열더라. 그 덕분에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라는 책과 들뢰즈의 철학서 한 권을 집어들고 왔다.


아, 고구마를 김병록 쌤이 방금 캐 왔다고 마당에 들어서고 있어서, 고구마도 한 박스 사 왔다. 우리는 모두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었다. 거기 그 곳에서 백창화 쌤을 만나서는 지역서점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나누게 되었다. 그게 수확이다.


마당에 널린 고구마


햇살 받은 먹꺼리들, 이게 참 오래 기억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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