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참 똘망진 그녀를 만났다
대전에도 중형서점 게룡문고 말고, 동네책방이 열 군데 정도 있다고 들었다. 우분투 북스와 도시여행자, 등이 나름 리더 역할을 한다고 들었는데 도시여행자는 거기 대흥동 공간에서 옮겼다 하는데 그 후속 이야기를 아직 못 들었다. 지역에 문화기획자 역할을 하는 공간이 없어지는 것, 슬프지.
그러던 차에 대전 '잠시서점'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나 인스타를 봐도 뭔가 일을 잘 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보고 싶었다. 진은정 대표와 한걸음에 가 봤더니, 와우...거기에는 똑순이인 그녀가 있었다. 그동안 보고 읽은 책방지기들 중에서 자기정체성이 뚜렷해서 사뭇 비장하기 까지 했다.
그 날 다녀와서, 우리방 게시판에 있는 글을 올렸다.
6개월 고민하고 생각하여 오픈했다는 대전 독립서점. 오픈한지 6개월된 대전 지역/독립서점 막내격인데요, 야무진 청년을 보고 왔습니다. 자기 정체성과 창업한 이유를 명확하게, 또렷하게 설명하는 똑순이였습니다. 그냥 묘한 매력과 끌어당김이 있는.
일단 공간활용과 콘텐츠 개발을 잘 하고 있었고. 그동안 봐 온 청년창업 중에 가장 영업이익에 대한 선이 명확했습니다. 만족하느냐, 라는 질문에 스스로 만족도가 높다고 했고. 인스타, 카페, 블로그, 페이스북을 통한 홍보를 하는데 대부분이 SNS를 통해서 유입된다고 하더군요. 세종, 신탄진에서 일부러 찾아오고 독서모임은 회비 2만원에 해당 책 한 권을 주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서, 책 판매비도 수익의 일정부분을 차지한다고 했습니다. 나름대로 좀 길게 버티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청년이 맘에 들어서 12월에 하는 우리 서점 컨퍼런스 강연자로 모시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더ㅣ니 야간에는 여기 서점에서 독자들과 하는 개별 모임들이 있고, 그 활동들이 모두 유료라 쉽게 일정 빼기가 어렵다고 했다. 와, 똑순이 맞구나. 적어도 경영자 마인드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여기도 독립출판물이 좀 있었고. 그런 책들의 제본은 거의 가제본 같은 엉성함이 있었으나 따뜻한 그 무엇이 올라왔다. 어느 젊은 부부가 자신의 집을 십 년동안 지우면서 건축주로의 좌충우돌한 이야기를 책으로 쓴 것인데 글 쓴 기간이 무려 십 년 된 자신의 집짓기 역사가 고스란히 있는 그 책을 샀다. 제목은 벌써 까 먹었으나 내용이 참 우직하고, 정직했고, 필력이 좋았다. 이런 글은 다시 책으로 제대로 묶여도 되겠다 싶더라만.
제목답게 '잠시 서점'에 머물다 왔다. 다시 시간 내어 가 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그 힘은 온전히 책방지기 그녀에게 있었다. 책방 인테리어? 그거 철물점 닦아서 페인트칠 한 것 같은, 그럼에도 아기자기한 그 무엇, 그 힘도 역시 그녀의 것이었다. 잠시 서점 가서 그녀를 보고 온 것은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