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만난 커피 인연, 그 사람
왜 이렇게 글쓰기가 어렵지,라고 물어봤더니 글 안에 사람이 있어서 그렇더라. 통영을 다녀와서 통영 이야기와 통영에서 일하는 그의 이야기를 풀어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그게 매일매일 시간만 헛헛하게 가고 도무지 한 줄도 진도가 안 나간다. 왜 그럴까? 그래 그의 이야기를 세 번(날짜로 사흘보고 풀어낸다는 거, 그것부터가 사실은 주제넘는다는 생각을 했거든.
통영 동네 모퉁이 커피숍에서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물었던 첫 번째 질문은 "왜 이 일을 하세요?"였다. 그 질문에, 다소 놀란 듯한(아니면 생뚱맞은 질문이다 생각한 것인가) 표정으로, 이 일요? 한다. 그 말에 답변도 안 듣고 바로 내가 다시 질문했다. 그 전에는 무슨 일을 했어요?라고 물었다. 둔탁한 시선에, 무심하게 그는 답변했다. 철거하는 건축 일을 했어요,라고. 나는 빠르게 생각했다. 철거와 여행, 그게 무슨 관계가 있지,라고.
그래, 통영 라이더 이승민 씨를 만났다. 작정하고 만난 것은 아니고, 겨울 여행길 코스가 통영으로 잡혔고, 내가 가기로 한 그 날에 하필 무슨 공연을 한다고 하더라. 정확히 무슨 주제의 무슨 공연인지 알 수 없으나, 지역의 끼쟁이들이 모여서 노래를 부른다는 그런 포스터를 온라인에서 봤던 터라, 와락 반가움에 그 공연을 보러 간다고 약속을 했다. 통영 윤이상 기념관 메모리홀은 작년 여름에 가서 보고는 홀딱 반해서 온 그 공간 아닌가 말이다. 그 공간에서 기타 치며 노래 부른다 하니, 어찌나 감성이 자극되던지.
통영 라이더 이승민 씨를 처음 본 것은 그 날, 햇살 같은 햇빛이 온 동네를 내리쬐는 여름, 유월에 어느 천막에서 만났다. 덥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고, 바다의 짠기가 도심 곳곳에 녹아서 후즐그레한 그런 날씨가 통영의 목을 잡고 있는 그런 날, 천막이라니. 무형문화재 추용호 소반장의 공방이 도시 계획에 맞물려 철거를 결정했는데, 그걸 막는 시민 역할을 하고 있더라. 그 날은 국회 교문 위 소속 손혜원 의원까지 내려와서 분위기는 아주 뜨거운 날이었고.
그날도 내 인사는 "커피 한 잔 드실래요?"였다. 대전 집에서 내려왔는데 커피 좋아하시면 한 잔 하세요,라고 시작하여 주변 몇몇 분들과 나눴는데, 두 달 만에 커피다운 커피 마신다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나는 그가 시민운동가라고 생각했지. 통영 라이더 여행가라는 생각은 못 했다. 명함을 받아보니 인력거로 도심을 돈다는 설명이 되어 있는, 지역 문화 여행가였다. 인력거로 도심을 돈다고? 군산의 '시간여행(군산 인력거 업체 이름)' 그 청년들과 비슷한 콘셉트이구나, 그 정도로 그 날의 첫 만남은 지났고. 그 후로 SNS를 통하여 또 다른 근황을 보기 시작했다.
통영의 원도심 투어, 섬 여행에, 뚜벅이 투어 등등 다양했고, 무엇보다 노래를 좋아하여 자신의 공간 '둠(거점, 지금은 운영난에 철수)'에서 강산에 노래를 부르며 이웃들과 소통하더라. 특히나 강산에의 '라구요'는 진짜 숨 막히게 내가 좋아하는 곡이 아닌가.
지인들과 여행이 결정이 된 그 날, 윤이상 기념관 메모리홀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기타를 치면서 강산에 노래를 연습을 하는 모습에서, 커피를 마시던 그 투사의 모습은 없다. 잠깐 인사를 나누고, 내일 우리 일정을 어떻게 할까요? 했더니, 나랑 같이 다니면 된다고 했고, 그러고는 내 일행에게 인사를 했다. 이게 두 번째 만남이다.
세 번째는 공연 그다음 날, 통영 라이더 이승민으로 만났는데 우리들 오전 일정을 감성 돋게 짜 주었고, 점심을 기점으로 우리 일행은 만났다. 통영 뚜벅이 코스를 힘들지 않게 다녀보자는 이야기를 하며, 일제 강점기의 적산가옥에 대한 이야기가 거침없이 나왔고, 통영 하면 온 국민이 다 가 본다는 동피랑 마을보다는 근현대사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가 보자는 제안, 그렇게 통영 원도심 투벅이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행과 철거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는데, 통영 도심의 옛 가옥들이 철거되는 것을 보고, 직접 그 철거를 하면서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단다. 어떤 형태로든 남겨 두어서 그 건축물들을 보면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도시에 더 큰 활력을 주는 것이고, 그게 주변과 연결고리만 있으면 뭔가 재미있는 꺼리들이 생기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만든 게 통영 라이더 인력거 여행과 뚜벅이 투어란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멋진 아이템인데 이게 밥벌이가 될까 하는 직업 근성이 확 올라오더라. 이게 돈이 되어야 재미있는 일이지, 하는 생각을 하니 울컥 뭔가 올라오더라.
통영을 사랑한 이중섭 화가 이야기를 했고, 통영 여인을 사랑한 시인 백석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쓰며, 함께 공감했을 예술적 영혼을 보면서 통영이라는 도시의 힘을 읽었다 하면, 그건 너무 유치한 소녀적 발상일까. 청마 유치환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쉼 없이 편지를 썼다는 그들 옛 가옥의 흔적을 보면서, 그리고 김상옥 시조시인의 흔적을 또 보면서, 사는 것은 흔적의 연결이구나, 하는 생각도 불쑥하면서 그 통영 원도심을 걷고, 걸었다. 내 생에 가장 큰 영감을 준 문학 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인데 그녀 역시 통영 여인이라는 생각을 하니, 새삼 통영이 무섭고(그 예술적 기운이 크다 싶어서), 새삼 애잔하게 느껴졌다. 이런 이야기를 통영 라이더 이승민, 이라는 사람을 통해서 들었다는 생각을 하니, 도심에서 사람이 주는 힘은 그저 문화 전도사이구나, 싶더라.
글쓰기가 이리 버거웠던 이유는 이 글 안에 사람을 이야기해야 하고, 그 사람의 철학과 정체성을 감히 몇 문단의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컸다. 그래서 주저주저했고, 그래서 서성이며 며칠을 보냈다. 그럼에도 통영 라이더 이승민, 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나마 언급하고, 스케치하면서 작은 응원을 보내는 것이, 찬바람 부는 요즘의 겨울날에 작은 햇살이라도 될까 싶어서 글을 쓴다. 응원하는 사람들 있고, 그 날 백석 이야기에, 박경리 선생님 이야기에, 웃고 울던 그 옛날이 기억된 그 감성을 또 느꼈다는 이야기와 함께 동행한 내 지인들도 행복해했다. 모르는 코스를 다녀 보는 것이 여행의 묘미인데 그거 느끼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는. 내가 다 들었다. 결국 그 안에 통영 라이더 이승민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음에 무한 감동받는다. 그래서 행복했다고 마음으로 전하며, 나는 다시 직업적 사명감으로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일거리는 없을까, 또 두리번거린다. 마음을 품은 통영에 건배하며, 거기 거기에 있는 이승민 씨에게도 축복을 담는다. 굿럭.
----
*통영라이더 이승민 이야기 http://blog.naver.com/tyrider7777
*사진 출처 / 이승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