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노명우 교수가 운영하는 니은서점을 다녀왔다
니은서점은 괴산 백창화쌤 책방처럼 미리 예약을 하고 갔고, 미니 특강도 요청했는데 책방지기인 노명우 교수는 흔쾌히 수락해 주었고, 은평구 그 지역 국어과 교사로 있는 지인 부부도 참석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왜 지역서점인가?' 라는 주제로 근 한 시간 이상을 시간 할애 해 준 노명우 교수는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인생극장, 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올해 여기 책방을 인세로 만들었다. 책을 제법 팔았고, 그 인세로 뭔가 의미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며 책방이야기를 했고, 처음에는 좀 뜽금포 같았다. 교수가 무슨 책방은. 그런데 그게 실화가 되었고, 주말이면 책방에 앉아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가서 뭔가 이야기를 듣는다, 로 본다면 우리들 열정이 대단하다 스스로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 작은 책방에서 뭔가 이야기를 해 달라는 부탁이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그냥 자분자분 이야기 나누듯이 "왜 지역에 책방이 있어야 하는지" 그 소신을 이야기 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럼에도 이야기꺼리가 너무 어려워 우리 참여자쌤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면 어쩌나 그 고민이 되었다. 괴산 갈 때보다 맘이 갑절로 쓰인 것은 사실이다.
초록색 간판, 연신내역에서 한참 걸어서 들어온 거기에 '니은서점'은 딱 그 이름답게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으나, 나는 좀 걱정되기도 했다. 그 전에 재래시장 가서 떡볶이까지 먹고 와서 포만감이 확 온 터라, 혹이나 이야기 중에 누가 졸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사회과학 전문서적만 취급하는 곳이니, 혹이나 서로 결이 안 맞으면 어쩌지. 그런 민망한 상황들이 만들어지면 어쩌지. 이런 것들이 십 분만에 기우임을 느꼈다. 평소 책이든 강연이든 좀 많이 들었던 나로선, 어느 때와 다른 노명우 책방지기에 사실은 좀 놀랐다는 것. 적절한 조율과 적절한 사례로 소위 함께 간 4050 사람들과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많이 웃었고, 많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그거 잔잔하게 감동이더라는 것. 허긴 그 전에 니은서점만으로 보는 것 보다 노명우 책방지기의 글을 좀 봐 두는 것이 나름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조언했다.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읽기를 부탁했고, 신간 '인생극장'을 읽기를 당부했다. 얼마나 깨알처럼 읽고 니은서점을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몰입했고 경청했고, 책방지기는 정성을 다해 이야기를 풀었다.
왜 지역에 서점이 있어야 하는가? 왜 책을 읽는가? 무슨 책을 선택해야 하는가? 칠백에서 팔백여종의 천 권 정도가 있다는 서가에는 책방지기가 다 읽고 책을 배치하고 싶다는 바람을 언급했고, 동네에 책방이 있으면 선택의 폭이, 혹은 선택의 고민을 서로 나눌 수 있음은 글을 보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청소년 필독서, 직장인 필독서, 그런식의 나열되어진 목록 말고, 살아감에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주는 책 한 권, 그게 여러 방향에 도움을 준다는 말, 그리고 누구 이야기처럼 책을 읽는 이유가 '있어 보이기 위한' 도구 일 수도 있다는 것, 아무래도 책을 읽은 사람의 언어의 선택이 조금 더 세련된 것은 사실이라는 이야기에, 동행한 사람들 모두는 끄떡했다. 그치 있어보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그 한 줄에, 과연 우리는 무엇이 있어보이는 것일까.
책을 읽는 이유 중에 요즘 들어 크게 느끼는 것은 무례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방법론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책을 손에 쥐고 있되 무례함이 묻어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책도 별 수 없구나, 하기도 하더라는 것.
대학의 사회학 교수가 책방을 만들었음에 많은 사람들은 박수 보냈고, 그 안에서 여러 실험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 낭독회를 했고, 요리 관련해서는 육수를 만드는 체험적 북토크도 진행했고, 혹은 유료로 혹은 무료로 뭔가 꾸준히 생산해 내고 있음에 사실은, 그저 고마울 뿐이지. 지역에서 어느 지식인이 직접 팔 걷어부쳐서 지역 사람들과 부대끼고 있다는 것, 그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좋은 일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고. 멋지잖아. 이론적 설명을 뛰어넘어 실험적 자세로 현장에서 움직이는 것, 그게 사실 사회학자가 해야 할 일 아닌가 말이다.
대전 돌아와서도 우리팀원들은 노명우, 책방지기 이야기를 꽤 오래 했다. 그 여파를 받아서 이런 이야기를 우리만 듣고 있기 아까우니, 우리 대전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이런 이야기 더 들었으면 좋겠다. 왜 지역에 서점이 있어야 하는지, 그거 같이 듣는 거 우리 프로젝트와 연결고리가 있으니, 얼른 섭외를 해보라고 채근한다. 사실 이미 12월에 다시, 대전에서 뵙겠습니다, 라고 하고 왔다. 날짜는 다시 정하겠습니다, 라고. 그래서 12월15일 계룡문고에서 서점 컨퍼런스에 강연자로 다시 조우했다.
니은서점, 이런 전문서적이 사실 전국 구석구석에 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