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다이어리
아스트라제네카 1차 백신을 맞았다. 독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얼마 전까지 6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백신이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추천이지 누구나 맞을 수 있으며, 며칠 전부터는 백신 우선 접종 그룹도 해제되어 지금은 신청하면 누구나 맞을 수 있다. 원래 6월부터 우선순위 접종이 해제될 거라는 소식이 있었지만, 베를린에서는 계획보다 빨리 단계가 해제되었다. 정기적으로 가는 클리닉(독일에서는 큰 종합병원만 Hostpital이라 부르고 개인 가정의 병원은 보통 클리닉 Clinic이라 부른다)이나 주치의가 있는 사람들 경우는 클리닉에서 대기자를 받고 순서가 되면 전화를 해준다. 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어느 병원에서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직접 연락해 예약을 잡을 수도 있다. 독일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보다는 바이온텍(=화이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나, 남자 친구나 나는 꼭 바이온텍을 맞겠다는 주의는 아니어서, 크로이츠베르크의 한 가정의 전문의에게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예약을 했다.
클리닉에서 40분 넘게 기다린 후 우리 차례가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문진표와 개인 사인을 한 접종 동의서를 작성했다. 수다스럽고 친근한 터키인 여의사는 먼저 문진표를 확인하고, 다시 한번 혈액 응고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지, 현재 혈액 응고제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수술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는지도 물었다. 나는 서울을 다녀온 후 시차가 좀 남아있는 상태여서 괜찮은지 물었고, 의사는 사소한 질문에도 잘 설명해주며 괜찮다고 했다. 다리 뒤쪽에 하지정맥류처럼 혈관이 보이는지 물어보며 확인을 하더니 이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60세 이상에게 추천한다는 항목에 우리는 동의 사인을 한번 더 하고 드디어 AZ백신을 맞았다.
나는 주사약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바로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는데, 기분 때문인지 주사를 맞은 왼쪽 팔은 맞고 난 후에도 내내 뻐근하고 묵직했다. 접종 후 혹시나 모를 이상 징후나 응급 상황을 대비해 대기실에서 20분간 앉아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백신을 맞은 6시간 후까지는 아무 증상이 없었다. 산책 삼아 오래 걸었고 슈퍼마켓에 들러 장도 봤다. 하지만 8시간이 넘어가자 엄청난 두통이 왔고, 뼈와 근육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근육통은 처음엔 손목 관절과 무릎 등으로 먼저 왔다. 이어 등통과 팔, 다리까지 엄청 쑤시고 아팠다. 체온도 37.5도까지 올라갔다. 무엇보다 참기 힘든 건 두통이었다. 몸 안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며 잘 싸우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바로 진통제를 먹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사를 맞은 지 10시간이 지나면서 두통을 참기가 힘들어 물에 타 먹는 아스피린을 한 알 먹고 누웠다. 밤 10시 즘에 아픈 채로 잠이 들었고, 아침 7시에 깼다. 두통이 여전히 심했다. 근육통도 그대로. 이번엔 타이레놀을 하나 먹은 뒤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11시, 다시 깨었을 때 두통은 거의 사라지고 근육통만 조금 남아 있었다. 아스피린보다는 타이레놀이 확실히 나에게는 효과가 좋았다.
하루가 지나니 몸은 거의 말짱해졌다. 내가 말짱해질 무렵, 남자 친구는 근육통이 조금 더 심해졌는데, 그것도 잠시뿐 그는 아무 진통제도 먹지 않고 바로 나았다. 나만 하루 된통 아프고 나아진 셈. 뻐근한 팔은 그 뒤로도 2-3일은 간 듯하다. (약 안 먹기로 유명한 독일인들답게) 남자 친구는 내가 엄살이 심하다고 했지만, 나는 참을 만큼 참다가 약을 먹은 거였기 때문에 더 참는 건 불가능이었다.
12주 뒤에 2차 접종을 한다. 특이한 점은 두 번째 접종 때는 바이온텍으로 맞는다. AZ를 맞은 사람이 꼭 두 번째를 AZ로 맞는 것은 아니며, AZ를 맞은 후 2차를 바이온텍으로 맞을 경우 백신 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이 케이스의 백신 접종 상태를 계속 연구 중이고, 지금까지 발표된 바로는 이 조합이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도 가장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AZ로 1,2차를 다 맞는 것도 충분히 좋은 건 당연한 사실이다) 근데 문제는 2차를 바이온텍으로 맞을 땐 이번 1차 때보다 더 많이 아프다는 것. 아픈 것만 골라 맞는 건가 싶어 속으로 눈물이 찔끔 났다. 알려진 바로는 백신 부작용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 때, 화이자는 2차 때 맞고 나서 더 아프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서 두통이나 근육통 정도가 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느끼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 다르고 아예 별 증상 없이 넘어가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 미디어에서는 연일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백신 맞고 사망” 같은 기사로 불안을 조장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희귀 혈전 발생으로 사망하는 확률이 100만 명당 1.33건임을 상기한다면 백신은 모두가 하루빨리 맞는 것이 모두가 사는 길이다.
결론은 아스트라제네카든 화이자든 걱정하지 말고 모두가 빨리 맞고 또 맞을 수 있기를! 백신 접종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을 분들을 위해 이번 AZ 백신 접종 경험을 공유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베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