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내 방에 두고 간 것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 곤도 마리에'를 읽고.

by 이동민

'마음이라는 집에는 방이 있어.' '그런데 있잖아, 우리 같은 남자들은 방이 여러 개이고, 여자들의 마음에는 방이 단 하나뿐이야.' 대학시절. 뜨거웠던 첫사랑에 실패를 맛 본 내게 선배들은 이야기했다. 술잔을 따라주고 모두가 취해간다. 이내 술자리의 모두는 선후배 할 것 없이 각자가 경험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러브스토리'를 풀어간다. 그땐 그랬다. 이야기보따리를 풀다 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따로 없고, '건축학개론'을 찍지 않은 녀석이 없었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도 '건축학개론'도 그러했듯 우리들의 사랑은 결국 비극이며 다시 한번 '남/녀가 가진 마음의 방'이야기로 돌아간다. 그러니 결론은 '네가 사랑했던 그 여인의 방 주인은 더 이상 네가 아니야', '가끔 너는 아직 네 마음 어딘가의 방에 살고 있는 그녀가 떠오르기야 하겠지만, 그녀가 가진 하나의 방에는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게 되면 너는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야, 그러니 정신 차려!'가 되겠다. 당시에는 꽤나 서정적인 비유였다 생각했을지 모르겠다만, 지금 다시 돌이켜 보자니 이처럼 현실적이고 냉정하며 적절하기까지 한 비유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모진 마음을 '정리'라는 것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으니 바로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의 저자 '곤도 마리에'이다. 그녀는 저서에서 편안한 문체와 귀여운 일러스트를 활용하여 100가지 이상의 정리법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이 책의 원제는 '일러스트로 드높이는 정리의 마법'이다). 이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쉽고 편하게 따라 할 수 있게 하는 배려이겠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글이 결코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문체는 시종일관 간결하며, '정리로 시작하지만 목표점은 이상적인 생활, 좋은 인생'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담아두었고, 잊을만하면 다시 환기시키기도 한다.


설레지않으면버려라.JPG <옷장 깊숙이 박혀있던 메시의 유니폼 - '이걸 버려, 말아?'>


책을 읽으며 특히 내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그녀는 자신의 저서에서 108가지의 정리법을 단지 넓게 펼쳐놓은 것이 아닌, '탑다운 방식'에 의거하여 굉장히 디테일하게 분류해 두었다는 것이다. 공간이 주는 의미와 필수 요소를 잡아준 후, 그 이후에 장소에 맞는 소품들 그리고 디테일한 정리법을 알려준다. 그러니까 정리법에 관한 책이 그에 걸맞게 잘 정리되어 있다고 할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고 하듯 지금까지의 그녀의 이력은 모르겠지만 '그녀는 조직에서 사랑받아왔고, 스스로에게도 충실한 사람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연애에 있어서도.


'타임지 선정 100인', '정리의 여신'이라 불리며 해외 버라이어티에도 출연하는(넷플릭스에서도 보았다지) '곤도 마리에'는 이 분야에 있어 틀림없이 '대가'이다. 그리고 대가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집약해 놓은 서적을 훔쳐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많은 대가들은 소리 모아 이야기한다. '나아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의 자신을 철저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채우기에 앞서 먼저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쓰지 않는 것들과 아미 지나가 버린 것들 또한 과감히 버려보는 것은 어떨까. 그녀의 방에 두고 온 것과 그녀가 남기고 간 것들 역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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