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수상하다.

'나니까, 닥쳐.'

by 이동민

"It's not your fault." 영화 '굿윌 헌팅'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대사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즈음에 나오는 명대사인 만큼,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용되고, 재해석되었을까.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 주었을까. 끄적거리기 좋아하는 나 역시 이 짧은 한 문장을 사용해 얼마나 많은 허세를 부려왔을까. 하지만 이제 와서 솔직해지자면 내게 이 'It's not your fault'는 극 중 최고 명대사가 아녔음을 고백한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의 명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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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여자를 만났어요"라 말하는 윌을 마주한 숀 박사는 오히려 '상대에게 완벽해 보이려는 것'에 대해 지적한다. 그는 연인 사이에 가장 소중하게 남게 되는 기억이란 결국 '가장 완벽해 보이지 않는 일상의 작은 조각들'이라며 '자다가도 방귀를 뀌던 아내의 습관'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지,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그 장면들에 대해 하나하나 다 풀어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내가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장면의 의미들이 아름다워서라기보다 실은 나 자신 역시 자다가도 방귀를 뀌는 종류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한다면, "아니, 자다가 방귀를 뀌는 사람이라니요!"라며 놀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고, 또 다른 누군가는 "원래 모든 사람은 자다가 방귀를 뀌기도 한답니다. 지극히 정상이에요"라는 위로를 건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누군가에게 "혹시 자다가 방귀를 뀌고 그 소리에 놀라 깨기도 하시는지요?"라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건 철저히 나 홀로 풀어내야 하는 난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왜 자면서 방귀를 뀌는 걸까?'라는 문제를 두고 여러 해 동안 고민해본 결과, 나는 한 가지 설득력 있는 이유를 생각해 내었는데 그건 바로 내가 방귀 뀌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몸안의 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결을 함께한다고 볼 수 있는 트림의 경우는 분명 '올림픽 메달권'이라고 장담하지만 방귀의 경우는 그 방법조차 모르다니 (그런데 다행스레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종종 있는 모양이다. '지식인'을 검색해 보면 종종 이러한 동류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몸이 그러하기 때문에 평소에 해결이 안 되던 것들이 자는 사이에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은, 이러한 문제가 평소 삶을 살아가는 데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히려 좀 더 편리한 삶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이 있기도 한데, 가끔은 공공장소에서 누군가의 활약으로 스멀스멀 그 내음이 올라올 때, 남들처럼 큰소리로 범인을 찾기에 앞서 자신을 한 번씩 의심해 본다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실수한 것인가'아니면 '주변에 있는 암살자의 소행인가.' 신중하게 살펴보고서는 앞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내가 뀌었으니까, 닥쳐"라는 친구의 대답이 들려올 때 즈음 나는 속으로 되뇐다.


'It's not my fault, It's not my 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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