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킥거리며, 대충대충

하루키와 안자이

by 이동민


나는 비지니스적 관점에서 보자면 선호도가 꽤나 분명한 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작가'라는 호칭을 가졌음에도 글을 못쓰거나, 어렵게 쓰는 사람을 너무나 싫어하고, 반면 일반인임에도 불구 글을 잘 쓰거나 본질을 쉽게 풀어쓰는 사람을 너무나 존경한다. 이러한 예는 주변을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나는 많은 것에 감탄하고 자주 화내기도 한다.


아무것도 아닌, 그냥 하나의 플랫폼에서만 인정하는 '작가'가 되었다.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명예가 따라붙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어딘가 한 군데라 할지라도 '작가'라는 호칭을 붙인다면, 그곳에서 나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닌, 내 능력치 안에서 최대치를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단순히 작가라는 것을 논하는 것이 아닌, 직책이나 호칭을 등에 업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4월 목표 하나를 빨리 달성해서 기쁘지만, 이것은 올 한 해 목표 중 하나인 '출간'의 첫걸음이다. 애초에 내가 원하는 것, 나의 이상향은 '하루키같이 킥킥댈 수 있고 쉽게 읽어지는 에세이'에 '안자이같이 정성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을 혼자서 한 권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내 올 한 해 목표 하나를 이 글을 접하는 소중한 내 지인들이 올 연말 즈음에는 손으로 직접 받아볼 수 있도록 더 분발하겠다. 나는 계속 마케터이자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싶다.

존윅.JPG

영화 '존 윅 1'은 내가 손에 꼽는 액션 영화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는 이 영화는, '어느 날 보스의 아들이 슬픔에 가득 찬 킬러의 애완견을 죽이고, 그의 차 한 대를 훔쳐서 벌어지는 사단'이라 하겠다. 영화 속 100여 명가량의 악당 목숨에 비하면 그 계기가 되는 '비글 한 마리와 머스탱 69'는 너무 가볍다고 할 수 있기에, 죽음을 맞이하는 그 불량배조차 자신의 죽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영화. (물론 귀여운 비글과 머스탱 역시 너무나 소중하죠.)


하지만 그 악당들의 대장은 역시 다른 걸까. 그는 죽기 전 명대사를 남긴다. "우리 대부분은 과거 일에 대가를 치르게 되지. 그게 신이 너의 아내를 데려간 이유이자, 널 내게 보낸 이유야. 이 삶은 우릴 평생 따라와. 우리에게 가까운 모두에게 영향을 주면서 말이야."라 말하는 그는 자신이 죽는 이유를 처음부터 명확히 알고 있었다.


같은 계기로 세상을 떠나지만 죽는 이유는 다르다. 블로그 시절부터 혼자 참 많이도 끄적거려 왔지만, 각오와 다짐을 정하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일은 항상 무겁고 망설여지는 일이다. 오늘은 유독 더 그런 거 같다. 글로 남게 되는 오늘날의 내 각오는 어디까지 날 따라올까, 내 주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가장 수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