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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민 May 22. 2020

"아미고, 아유 해피!?"

여행에서의 단순한 마음가짐.

"친구, 나에게 담배 하나만 주지 않겠어?" 세상에 내가 몰랐던 친구가 이렇게나 많았는지 여행을 하기 전에는 몰랐다. 일본에 살았을 때는 어지간해서는 서로 간에 담배를 빌리는 일이 없었으니 깨닫지 못했는데, 조금 다른 문화권에 왔다고 여기저기서 담배 아우성이다. 영미권에서는 담배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니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유럽에서는 아직도 담배를 여기저기서 빌리고는 한다. 택배를 가져다준 아마존 아저씨가 갑자기 내 친구가 된 것이 벌써 몇 명째인지 모르겠고, 공원이나 길거리의 갈 곳 없는 시인들이 말을 걸어온 것조차 여러 번이다.


하지만 그중 최고는 당연 이집트였다. 카이로에서는 내가 담배를 꺼내기만 하면 누군가는 꼭 다가왔다. 그들은 마치 주변의 누군가가 담배에 불을 붙이기만을 기다려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늘 거리에서 만난 동양인에게 담배를 얻게 될 것이다.'라는 파라오의 계시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특히 그들이 내게 접근하며 하는 첫마디, 그러니까 '아미고!'라 외치는 소리에 진절머리가 나고 있었다. 그들에게 아미고는 그리 쉬운 것인지, 물건 값을 흥정하면서도 그들은 말했다. "아미고, 아유 해피?" 그것은 때때로 나를 향한 확실한 비꼼이 되기도 했었다. "아니, 나는 행복하지도 않을뿐더러, 너의 친구도 아니야." 나는 답했다.

물론 이집트의 대부분은 좋았던 것이 사실이다. 나의 글에서도 아직 이집트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여행 후 나는 그 누구에게도 이집트 자유여행은 권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나 여행에 대한 희롱은 생각보다 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여행의 중반 정도가 되었으려나, 나는 충분히 날카로워져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때야 말로, 담배가 필요한 순간'이다. 나는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았다. 그런데 웬걸, 담배가 다 떨어진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순간 내 시야에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바로 담배를 피우는 이집트인이었다.


"헤이, 아미고!"나는 그에게 소리쳤다. 신경질적인 외침이었는지는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그 외침은 확실히 충동적이기는 했다. 그런데 그다음 나는 되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까. 그러니까 "담배 있어, 친구?"라는 나의 충동적인 물음에 그는 너무나 태연하게 자신의 담배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그의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이번에는 반대로 '오늘 거리에서 만난 동양인에게 담배를 주게 될 것이다'라는 파라오의 계시라도 받은 듯 보였다. 나는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이후로 이집트에서 담배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담배가 필요할 때면 주변의 보이는 사람에게 "헤이, 아미고!"라 외치며 다가가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짜 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이후 나는 아랍어로 쓴 내 이름을 왼쪽 팔에 타투로 새겨 넣기에 이르렀다. 처음 만난 이집트인에게는 내 팔을 보여주면 자연스레 친밀감을 나눌 수도 있게 되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LEE'라고 적힌 내 팔을 마주할 때면 십중팔구 '브루스 리'를 가장 먼저 떠올리며 쿵후 자세를 취하는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나는 더 이상 그것을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MJ'라는 글자를 보고 '조던이 먼저 생각나느냐, 잭슨이 먼저 떠오르느냐'정도의 작은 차이에 불과했다. 애초부터 그들의 땅을 여행하던 내게 필요했던 것은 가지고 싶은 것은 말하고, 남는 것은 나누면 되는 단순한 마음가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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