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업무생산성(productivity)를 위한 UX 디자인
“Good Design is Good Business.”
이 말은 1950년에 IBM의 사장인 Thomas J. Watson이 한 말이다. 그 당시 IBM은 가장 기술적으로 앞선 회사였다. 그가 언급한 것은 처음에는 심미성 Look and Feel에 대한 것으로 보이나, 디자인 컨설턴트인 Eliot Noyes를 영입한 이후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을 물론 이후 회사의 문화로 발전한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디자인 씽킹 Design Thinking이 방법론으로 정립되는데에 IBM의 기여가 많았다. 지금도 IBM의 사무실에는 아래 그림과 같은 문구가 액자나 인쇄로 노출되어있는 것을 여러 도시의 사무실에서 보았다.
잘된 디자인 Good Design에 대해 정의해보자. 우리는 잘된 디자인을 심플함 simplicity으로 설명한다. 조금 상세하게는 심미성 aethetics, 직관성 intuitiveness, 학습성 learnability으로 설명할 수 있다. 휴대폰, 모바일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들이 적용된 디자인이 만들어지면 상품이 잘 팔리거나, 더 많은 사용자들이 방문하거나,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 잘 알려진 사레는 우버 Uber와 네스트 Nest Thermostat이다.
Uber는 택시를 부를 때 부터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지 않아도 되고), 목적지를 설명하고 (특히 외국에서 목적지 설명하기 어렵다), 비용을 지불할 때 (간지나게 문열고 내리면 되고, 바가지를 쓸 염려도 없애주었다) 까지의 경험을 매우 심플하게 정리했으며, 심미적이고 직관적인 UI를 제공한다. Nest Thermostat은 난방이 필요한 시간과 온도를 몇번만 하면 스스로 학습하여 수행하고, 현재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주며, 매월 얼마나 비용을 절약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컨수머) UX 디자인: Simplicity
하지만, 직원들이 업무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UX를 디자인하는 것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디자인과 많이 다르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구입하여 (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름)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며 (대안이 없음), 수행하는 업무가 길고 복잡하게 엮여있고 (여러 사람이 관여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필요한 정보가 많다 (없애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회사는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실수없이 일하는 것을 바란다.
이런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의 잘된 디자인 Good Design의 목표는 업무생산성 productivity 향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업무생산성은 업무에 들어간 인풋 (시간, 인력) 대비 아웃풋 (결과, 효과성)으로 정의되며, 회사 경영진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예로, 1시간에 30마리 통닭을 만드는 치킨집은 20마리 만드는 치킨집보다 업무 생산성이 1.5배 높은 것이다.
업무생산성은 자세하게는 효율성 efficiency (얼마나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의사결정지원 decision making-supportive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지), 커스토마이제이션 customization (고객이 원하는 데로 UI를 변경할 수 있는지)으로 설명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직원이 손님의 주문을 빠르게 입력하는 것은 효율성에 해당하는 것이며, 증권사 직원이 보는 주식관련 정보는 주식을 살지 팔지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것이며, 컨트롤 버튼과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르면 주식 매도창이 나오게 스스로 설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커스토마이제이션이다.
그렇다고 엔터프라이즈 UX 디자인에서 심플함 simplicity (심미성 aesthetics, 직관성 intuitiveness, 학습성 learnability)이 고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은 정보와 복잡한 절차로 인해서 그 결과물이 덜 심미적이고, 덜 심플하게 느껴질 뿐이다 (심플한 것이 안 중요한게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다. 위의 SAP CRM의 UI를 어떻게 더 심플하고 심미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게다가 정보가 하나라도 없어지면 누군가 불평을 한다).
엔터프라이즈 UX 디자인: Productivity (+ Simplicity)
그렇다면 엔터프라이즈 UX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다른 디자인 원칙이 적용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기존의 문헌들은 이미 엔터프라이즈 UX의 디자인 원칙을 커버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최근에 이 근본적인 원칙들을 너무 당연시 하면서 좀더 감성적으로 심미적인 관점으로 UX 디자인을 추구하기 때문에 낯설어진 것으로 사료된다.
아래 그림은 1997년에 출간된 Ben Shneiderman의 Designing User Interface 책과 그 책에서 정리한 8개의 디자인 원칙이다. 일관성을 지키고, 빠른 실행을 돕고, 피드백을 제공하고, 멘탈모델 형성 지원하고, 문제 해결을 돕고, 시스템을 주관할 수 있게 하고, 복잡하지 않게하라는 내용이다.
이 원칙들은 너무나 당연한 말로 보일 수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UX 디자인 원칙 들이다. 이 책이 쓰여질 당시 1990년 대에 UX 디자이너들은 어떤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었을까? 그 당시 UX 디자이너들은 증권거래소의 소프트웨어나, 회사에서 사용하는 이메일 시스템이나, 세금 정산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치과 의사들이 진료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고 있었다. 좀더 복잡하게는 항공기 조종실이나 원자력 발전소 주제어실을 디자인하고 있었다 (글쓴이도 석사과정 때에 연구실 프로젝트는 대부분 원자력 발전소 주제어실 관련이었다. 1990년 대 후반이 되어서야 웹과 가전제품의 UX 과제을 디자인했다).
또한 ISO (국제표준기구) 9241에서 정의한 사용성 Usability은 아래와 같다. 효과성 Effectiveness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완수할 수 있는지, 효율성 Efficiency는 그 과정이 얼마나 빠르게 할 수 있을지, 만족도 Satisfaction은 그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좋게 느껴지는지이다. 컨슈머 UX에서는 효율성, 효과성은 기본이고 만족도를 극대화 시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엔터프라이즈 UX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엔터프라이즈 UX를 위한 디자인 원칙은 1990년대에 이미 정리되어있다. 다만 너무나 당연해서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즉 UX 디자인은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했으며 계속 진행되고 있다. 다만 소비재 제품들(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의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엔터프라이즈 UX 시장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컨수머라이제이션의 영향으로 엔터프라이즈 UX 디자이너의 수요는 시장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컨수머라이제이션 Consumerization은 기업용 소프트웨어도 컨수머 제품처럼 쉽게 사용하기를 직원들과 회사가 원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슬랙 Slack, 드롭박스 dropbox, 아사나 Asana, 비즈니스용 구글 G Suite 등의 성공에 기여한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잘된 디자인 Good Design은 주변에서 쉽게 찾기 힘들다 (왜냐면 업무용으로 회사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수행한 프로젝트도 그 회사의 자산이므로 이 글에서 보여주는 것이 불가하다). 하지만 약간만 신경을 쓰면 엔터프라이즈 UX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병원에 가서 접수하거나 수납할 때 직원이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패스트푸드점에서 직원이 사용하는 단말기, 카카오택시 서비스에서 기사용 모바일앱, 카드사 고객센터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보험직원들이 태블릿 PC에서 사용하는 전용 프로그램, 골프장에서 캐디가 사용하는 태블릿 등. 또한 잠시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직원들이 소프트웨어를 잘못 사용하거나 능숙하지 못해서 생겼던 불편함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고객의 불편함은 잘된 UX로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잘된 UX는 기업의 업무생산성을 높여서 큰 이익으로 변환된다. 그래서 IBM, Salesforce, SAP가 UX 디자이너를 많이 채용했으며, 유명한 컨설팅 업체들이 UX 디자인회사를 인수했다.
정리하면 고객이 사용하는 앱/소프트웨어는 컨수머 UX이며 심플함이 디자인 목적이다. 그리고 직원이 사용하는 앱/소프트웨어는 엔터프라이즈 UX이고 업무생산성이 디자인 목적이며, 가능하다면 심플함도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컨수머 UX와 엔터프라이즈 UX는 서로 양립할 수 있으며, 과제의 성격에 따라 디자인 목적을 수립하는데 활용되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는 고객용 앱/소프트웨어와 직원용 앱/소프트웨어가 공존한다.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적합한 UX 디자인이 수행되어야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 택시 서비스를 보면 고객이 사용하는 앱(택시를 부르고, 탑승하고, 비용을 지불함)과 택시 기사가 사용하는 앱(승객의 콜을 받고, 태우러 이동하고, 고객과 소통함)이 있다. 이 두 앱의 디자인 목적은 각각 심플함과 업무생산성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사용 앱을 너무 심플하게만 만들고 업무생산성(얼마나 효과적으로 원하는 목적지를 가는 고객을 찾을 수 있을 지, 카카오 택시를 이용한 고객들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는 고객용 앱/소프트웨어와 직원용 앱/소프트웨어가 공존한다. 고객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심플함이 목적인 컨수머 UX이며, 직원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업무생산성이 목적인 엔터프라이즈 UX이다.
UX 디자인은 쉽지 않다 (더 정확히는 UX 디자인은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하기는 쉽지 않다). 엔터프라이즈 UX는 업무생산성 Productivity과 심플함 Simplicity을 둘다 추구해야하기 때문에 더 쉽지 않다. 게다가 프로젝트 규모도 더 크고 복잡하다. 하지만 잘된 UX의 가치는 훨씬 더 크다 (UX ROI는 이글 참조 https://brunch.co.kr/@dongseok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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