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시 일등급 UX #3
열심히 만들었는데 왜 포트폴리오가 눈에 띄지 않을까?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예쁜 디자인 모음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풀었는지를 설득하는 도구입니다. 면접관은 짧은 시간 안에포트폴리오를 보고 지원자가 어떤 사고를 하는지, 성장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고만고만한 포트폴리오는 곧바로 잊히고,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는 눈에 띕니다.
이 글에서는 내 포트폴리오가 고만고만한 수준인지, 아니면 매력적인 일등급 포트폴리오인지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일등급 UX 포트폴리오 6대 체크리스트
내가 어떤 과제를 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지 리뷰어가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가?
그냥 사소한 불편이 아니라, 사용자나 서비스에 진짜 영향을 주는 문제를 해결했나?
문제 재정의(디자인 씽킹)를 통한 참신한 인사이트가 있는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어 있는가?
UI 디자인에 어색하거나 실수한 부분은 없는가?
문제 → 인사이트 → 아이디어 → 디자인 흐름이 자연스러운가?
1. 빠르게 이해되는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자주 빠뜨리는 것이 바로 ‘무엇을 했는지 명확히 설명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했더라도, 리뷰어(포트폴리오를 평가하는 사람)가 “이 사람이 뭘 한 거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가치가 전달되지 않습니다.
특히 포트폴리오를 평가하는 리뷰어는 나와 세대가 다르거나,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 그램 쇼핑을 돕는 서비스의 기획 과제는 요즘 MZ 세대는 인스타그램에서 쇼핑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리뷰어 입장에서는 그런 경험이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해결하려는 문제가 왜 중요한지조차 공감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가장 앞에, 명확하게 들어가야 합니다:
어떤 서비스 또는 제품에 대한 과제였는지
그 서비스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중에서 내가 집중한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첫 장에 예쁜 이미지나 목차부터 넣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과제를 통해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를 한 문장으로 명확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한 문장이 있어야 리뷰어는 이후 내용을 ‘문제 해결 과정’으로 읽을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게바로 일등급 UX 포트폴리오의 출발점입니다.
2.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나?
좋은 UX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었다"는 수준을 넘어야 합니다. 리뷰어는 "이 사람이 진짜 중요한 문제를 잘 골랐는가?"를 가장 먼저 봅니다. 이는 단지 디자인 실력을 넘어, Product Thinking, 즉 제품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UX를 바라보는 사고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단순한 사용성 문제—예를 들어 버튼이 작거나, 문구가헷갈리거나, 위치가 어색한 UI—는 사실 누구나 지적할수 있고,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개선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런 문제는 일등급 UX 포트폴리오의 중심 주제가 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복잡성에서 비롯된 사용성 문제, 예컨대 정보구조가 얽혀서 사용자가 길을 잃거나, 기능이 너무 많아 본질을 가리는 경우는 구조적인 분석과 해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위 수준의 UX 사고력과 설계 능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적은 수의 설문조사나 간단한 수준의 사용성 평가만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소수의 사용자 의견만으로 문제의 중요성을 일반화하거나, 이미 알려진 자잘한 불편만을 다루는 UX 과제는 깊이가 얕고 설득력이 약합니다.
문제가 중요한지 판단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외부 근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해당 서비스나 제품과 관련된 언론 기사, 분석 보고서, 리서치 자료 등을 찾아보면 (1)어떤 문제에 대해 사용자들이 실제로 불편을 느끼고 있는지, (2) 회사가 어떤 전략적 방향을 갖고 있는지, (3) 시장이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자료를 함께 제시하면, "내가 다룬 문제는 실제 사용자와 회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이슈였다"는 설득력을 줄 수 있습니다.
3. 디자인 씽킹을 했나?
디자인 씽킹은 UX 디자이너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입니다. 기획자나 엔지니어는 문제를 ‘각개 격파’하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즉, 주어진 문제를 빠르게 분석하고 각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강점을 가진반면, UX 디자이너는 문제를 다시 바라보고 다르게 정의하는 역량을 통해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발굴합니다. 이것이 디자인 씽킹의 핵심입니다. 좋은 UX 포트폴리오는 단지 문제를 발견하고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 즉 인사이트를 도출합니다.
포트폴리오를 빨리 훑어보는 리뷰어조차도 인사이트가 적힌 페이지는 유심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만큼 “이 지원자가 얼마나 깊이 있게 문제를 바라봤는가”, “문제의 본질에 다가갔는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중요한 건, 그 인사이트가 명확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분명하거나 애매한 표현보다는, “사용자는 기능을 모르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 아니라, 기능이 언제 필요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편하다”처럼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한 문장이 필요합니다.
또한 리뷰어도 UX 실무자이기 때문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인사이트는 이미 다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기본적인 수준은 갖춰져 있어야 하고, 그 위에 “이거 새롭다” 싶은 참신한 인사이트가 한 개 이상 있으면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결국, 문제 재정의는 디자인 씽킹의 출발점이자, 일등급 UX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았고, 그 안에서 어떤 통찰을 끌어냈는지를 보여주는 이 한 장면이 지원자의 사고 수준, 분석력, UX 역량의 깊이를 드러내는 핵심이 됩니다.
4.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있나?
UX 포트폴리오에서 아이디어는 단순한 제안이 아닙니다. 앞에서 내가 지적한 UX 문제들이 내 아이디어를 통해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합니다. 이 연결이 부족하면,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라도 "문제와 상관없는 기획"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리뷰어를 실망시킵니다 ㅠㅠ).
따라서 포트폴리오에서는 “이 아이디어가 정말 문제를해결할 수 있는가?”를 리뷰어가 납득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말고,
왜 이 아이디어가 이 문제에 적합한지, 어떤 방식으로 효과가 있을지를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이때 설득력을 높이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UX Metric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탐색 시간이 줄어든다, 전환율이 높아진다, 에러 발생률이 낮아진다와 같이 사용자 행동의 변화를 수치나 지표로 설명하면, “이 지원자는 디자인을 넘어서 실제 결과를 고민하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인사이트가 분명히 정리되어 있다면 아이디어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즉,좋은 인사이트는 자연스럽게 좋은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그 인사이트가 구체적일수록 아이디어도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5. UI에 실수가 없나?
UX 포트폴리오에서 UI 디자인은 단순한 ‘보여주기’ 수준이 아닙니다. 아무리 기획이 훌륭하고 인사이트가 좋아도, UI에 눈에 띄는 실수가 있다면 채용을 망설이게 됩니다. UI는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영역이며, 작은 실수 하나로도 ‘과락’의 요인이 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정렬이 어긋나 있거나, 버튼이 겹치거나, 스타일이 일관되지 않거나, 간격이 불규칙한 디자인은 경험 부족 혹은 완성도 부족을 드러내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런 실수들은 결과적으로 “현업에 투입해도 괜찮을까?”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기획 단계에서 정의한 문제 해결 흐름이 실제 UI에 잘 반영되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주요 행동을 단순화하겠다고 했는데 실제 화면은 여전히 복잡하고 길다면, 기획과 UI 사이에 연결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UI 디자인은 시각적 미려함보다도 명확함, 일관성, 완성도가 먼저입니다. 화려한 비주얼보다는 실수 없는 기본기와, 문제 해결 흐름을 담은 구조가 더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기 전에 UI 요소 하나하나를 꼼꼼히 검토하는 디자인 QA 과정을 반드시 거치세요. 일등급 UX 포트폴리오는 눈에 띄는 실수가 없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6. 포트폴리오 흐름이 매끄러운가?
망한 영화들을 보면 줄거리의 연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UX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등급 UX포트폴리오는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과정으로 해결에 이르렀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이야기 구조로 정리되어야 합니다. 가장 왼쪽의 사용자에서 출발해서 가장 오른쪽의 디자인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 사이에는 사용자 목적과 맥락, 사용자 페인포인트와 니즈, 인사이트,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리뷰어는 복잡한 설명 없이도 “아, 이 사람은 진짜 문제 해결형 디자이너구나”라는 신뢰를 갖게 됩니다. 많은 리뷰어는 포트폴리오를 처음부터 꼼꼼히 읽지 않습니다. 대부분 흐름을 빠르게 스캔하며, 논리적 연결이 끊기지 않는지,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따라서 각 단계는 시각적으로도 명확히 나뉘고, 내용적으로도 앞뒤 맥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되어야 합니다.
추가로 사용자나 페인포인트, 문맥(Context) 등은 물론 중요하지만, 이 요소들은 결국 ‘좋은 인사이트’를 끌어내기 위한 재료입니다. 그리고 이 인사이트가 설득력있는 아이디어로 발전하고, 그 아이디어가 디자인으로 구현되면서 비로소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드러납니다.
즉, 포트폴리오의 중심은 아래 세가지입니다.
문제를 어떻게 새롭게 정의했는지 (Insight)
어떤 해결책을 제안했는지 (Idea)
그것이 어떻게 디자인으로 구현됐는지 (Design)
나머지 요소들은 이 주인공들(인사이트 → 아이디어 →디자인 )이 빛날 수 있도록적절한 맥락과 근거를 제공하는 조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됩니다. 이 구조를 제대로 보여주는 포트폴리오가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일등급 UX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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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소개한 여섯 가지 체크리스트는 단순한 평가 기준이 아닙니다. 이것은 일등급 UX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사고의 흐름을 보여주는 기준이자, 디자인 결과물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입니다.
눈에 띄는 일등급 UX 포트폴리오는 결과물만 잘 만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왜 이 문제를 이렇게 풀었는가’라는 설득의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제 당신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열어, 이 여섯 가지 질문을 기준 삼아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법을 고민해보세요. 그 고민의 시작이, 바로 일등급 UX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다음 글 예고: 문제 해결 역량 (Product Thinking) 쌓는 연습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