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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곱시 UX

디테일만 신경쓰다 큰 관점을 놓치는 이유

일곱시 일등급 UX #4

by 이동석 Oct 20. 2025
작은 디테일한 일에 사로잡혀 중요한 방향을 놓치는 점을 고치고 싶어요.


우리가 디테일에 빠지는 이유는, 전체를 조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체를 조감하려면, 먼저 전체를 알아야 합니다.


UX 디자인은 하나의 층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픽셀 단위의 정교한 디자인부터, 사용자와 비즈니스 전략까지 겹겹이 쌓인 사고의 레이어(layer) 위에서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이 중 가장 얕은 층(Surface) — 눈에 보이는 시각적 완성도에만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디테일은 완벽한데 설득력은 부족한 디자인이 만들어집니다.



UX 디자인의 5가지 수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UX 디자인의 다섯가지 수준을 이해해야 합니다. 전체를 조감하려면 전체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아래 구조는 Jesse James Garrett의 『The Elements of User Experience』에서 제시한 개념입니다. 그는 UX를 “겉에서 안으로 (아래 그림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즉 결과에서 본질로 파고드는 다섯 단계로 설명합니다.


UX 디자인의 다섯가지 수준 (출처: Element of User Experience, http://www.jjg.net/elements/)



1. Surface: 겉 모습의 완성도

폰트, 색상, 여백, 버튼 위치처럼 눈에 보이는 부분을 다루는 단계입니다. 시각적으로 깔끔하고 정돈된 디자인을 만드는 게 목표죠. 하지만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냥 “예쁜 그림”일 뿐입니다.


2. Skeleton: 화면 배치와 동작방식

이 단계는 사용자가 실제로 화면을 어떻게 조작하는지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어떤 버튼을 쓰고, 어떤 동작을 해야 하는지 정리하죠. 즉, “사용자가 예상한 대로 반응하는가?”를 검토하는 단계입니다. 버튼 하나를 두더라도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합니다.


3. Structure: 화면의 흐름과 연결

여러 화면이 하나의 여정처럼 이어지도록 만드는 구조 설계입니다. 사용자가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리지 않도록 화면 간의 이동과 정보 흐름을 설계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끊기면, 아무리 화면이 예뻐도 사용자는 금세 길을 잃습니다.


4. Scope: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단계

“이 서비스에 어떤 기능과 콘텐츠가 필요할까?”를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사용자가 실제로 필요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지, 비즈니스 목표를 이루는 데 빠진 게 없는지를 검토합니다. 이 단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설계 전체가 흔들립니다.


5. Strategy: 서비스의 목적과 방향

가장 깊은 층으로, 이 서비스가 왜 존재하는가를 다루는 단계입니다. 비즈니스의 목표, 사용자의 니즈, 시장의 흐름이 만나는 지점이죠. 이 단계가 명확해야 다른 모든 결정이 의미를 가집니다. 좋은 UX는 결국 “이 서비스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변입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Surface: 예쁘게 보이게 하는 일

Skeleton: 잘 작동하게 만드는 일

Structure: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는 일

Scope: 꼭 필요한 걸 담는 일

Strategy: 왜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일



디자인은 순서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오르내리는 일이다.

UX 디자인은 비즈니스의 목적과 사용자의 니즈(Strategy) 에서 시작해 UI(Surface) 로 완성됩니다. 이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함정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실제로 단순히 전략에서 시작해 UI로 끝나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는 위 그림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바꾸었습니다. 왼쪽에는 ‘전략(Strategy)’이, 오른쪽에는 ‘UI(Surface)’가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UX 디자인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설명되나, 실제 프로젝트의 수행과정에서는 좌우로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진행해야함


교과서에서는 UX 디자인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이 두 끝을 오가며 끊임없이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많은 문헌들이 UX 디자인을 ‘전략에서 시작해 점차 구체화해 가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이유는, 전략 없이 디자인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과제를 수행할 때는, Strategy부터 Surface까지를 오르내리며 관점을 바꾸는 반복의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저 역시 매일 아침, 전날 디자인된 화면을 열어봅니다. 픽셀 단위의 디테일을 살피면서도, 동시에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화면은 비즈니스 목적에 맞게 정렬(align)되어 있는가?”

“이 구조로 사용자가 정말 편하게 쓸 수 있을까?”


그렇게 Surface를 보며 Strategy를 생각하고, 다시 Strategy를 점검하며 Surface를 다듬습니다. UX 디자인은 큰 그림 속에서 디테일을 다루는 일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균형이 깨집니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면 설득이 없고, 디테일을 챙기지 않으면 완성도가 없다.

진정한 UX 기획자는 전략과 픽셀을 오가며 사고하는 사람입니다. 경험의 전체 구조를 설계하면서도, 버튼 하나의 마이크로 인터랙션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양쪽을 잇는 시선’.


많은 주니어 디자이너들은 “나는 UI/UX 디자이너니까 디자인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UI의 완성도는 전략의 맥락 안에서만 의미를 갖습니다. 픽셀을 다듬는 손끝과 비즈니스 목적을 설계하는 머릿속이 연결될 때, 비로소 그것이 UX 기획이 됩니다.



디테일에 빠지지 않는 실용적인 방법


좋은 UX 디자이너는 디테일을 무시하지 않지만, 디테일 속에서 길을 잃지도 않습니다. 아래는 제가 학생들과 주니어 디자이너들에게 강조하는 실용적인 훈련 방법입니다.


매일 한 번은 ‘위에서’ 디자인을 다시 보라: 화면만 보지 말고 “이 디자인은 어떤 목표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하루 5분이라도 “이 화면이 서비스의 전략과 맞는가?”를 점검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Stakeholder Map을 자주 업데이트하라: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누가 영향을 받고,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를 시각화하세요. 관점을 넓혀보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User Journey Map을 ‘살아있는 문서’로 다뤄라: 초기에 한 번 만들고 끝내지 말고, 디자인이 바뀔 때마다 갱신하세요. 그렇게 해야 사용자의 흐름과 실제 화면이 계속 맞물립니다.

하루를 ‘전략→픽셀→전략’으로 진행하라: 디자인이 끝난 뒤에는 5분만 투자해 “이 화면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여전히 유효한가?”를 확인하세요.

동료나 멘토에게 ‘왜 이렇게 디자인했는가’를 설명하라: 이유를 말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맥락을 놓쳤는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설명이 막히는 부분이 바로 ‘전략이 빠진 지점’입니다.

큰 그림을 벽에 붙여라: 서비스 구조, 사용자 여정, 핵심 지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시각화하세요. 화면 디테일에 빠질 때마다 고개를 들어 큰 그림을 다시 보게 됩니다.



마치며


UX 디자인은 순서대로 수행하는 절차가 아니라, 겉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깊이의 여정입니다. 픽셀만 보던 눈이, 사용자의 행동과 서비스의 구조, 나아가 비즈니스의 전략까지 읽어내게 되는 순간 비로소 당신은 진짜 UX 디자이너가 됩니다.


큰 그림을 보면서 디테일을 챙기는 능력, 그것이 일등급 UX를 만드는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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