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곱시 UX

UX 실력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 — 문제해결 역량

일곱시 일등급 UX #5

by 이동석


잘 준비해서 탑테크 회사(대기업, 네카라쿠배당토 등)에 취업하거나 이직해 UX 디자인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무엇을 공부해야 하고, 어떤 기준으로 실력을 쌓아야 하는지는 여전히 모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곱시 UX 매거진(https://brunch.co.kr/magazine/meetpm7)에서는 일등급 UX에 대한 글을 써왔습니다.

고만고만한 UX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기 (https://brunch.co.kr/@dongseok17/54)

UX 책을 읽어도 소용이 없는 이유 (https://brunch.co.kr/@dongseok17/55)

내 UX 포트폴리오 수준 체크리스트 (https://brunch.co.kr/@dongseok17/56)

디테일만 신경쓰도 큰 관점을 놓치는 이유 (https://brunch.co.kr/@dongseok17/58)


이번 글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UX 실력을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 중 하나인 ‘문제해결 역량’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 역량이 왜 중요한지, 많은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이를 포트폴리오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능력을 쌓기 위해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를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1. 문제해결 역량이 중요한 이유


UX 디자인 실력을 나누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눈에 보이는 문제를 고치는 사람인지, 숨어있는 진짜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인지.


많은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사용성 개선’, ‘UI 정리’, ‘비주얼 다듬기’에 집중합니다. 물론 이 역시 UX의 일부이고, 실무에서도 자주 요구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이런 작업은 누구에게나 시킬 수 있고, 외주로도 가능한 영역입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이런 반복적 개선 작업은 외부 리소스로 처리하고, 더 복잡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내부에 두고 싶어합니다.


이때 요구되는 핵심이 바로 문제해결 역량입니다.

단순히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문제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해결 방향을 설정한 뒤,

설계와 기능 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실력의 본질이며, 기업이 UX 디자이너에게 진짜 기대하는 역량입니다. 그런데 많은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회사에 가면 누군가 자세히 알려줄 거라고 오해합니다. 특히 “선배가 옆에서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매번 피드백도 친절히 주겠지” 같은 상상을 하곤 하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UX 디자인 팀은 항상 바쁩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테크 중심 조직일수록 시간이 없고, 여유가 없습니다. 심지어 탑테크 회사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주니어라고 해도

업무를 빠르게 이해하고,

업무의 맥락을 스스로 파악하며,

작은 업무라도 틀리지 않고 정확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예로, UX의 이론과 실행의 간극(https://brunch.co.kr/@dongseok17/26)에서 설명한 아래 케이스는 실무에서 주니어들이 담당하는 업무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링크에 있습니다).

서울여대 UX 디자인 수업의 첫번째 숙제: 사용자가 처하는 상황을 모두 찾아보고 램프 동작 규칙을 정해야 한다.


이런 역량은 단순히 도구를 익혔다고 생기는 게 아닙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 방향을 스스로 구조화할 수 있는 사고력, 즉 "문제해결 역량"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이 문제해결 역량은 원래 실무 경험과 축적을 통해 차근차근 길러지는 역량이지만, 최근에는 신입이나 주니어에게조차 이 역량을 요구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특히 탑 테크 기업일수록 단순 결과물보다 문제 정의 능력과 해결 설계 과정을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실무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그 경험을 어떻게 구조화해 보여주는지가 당락을 가릅니다.



2. 문제해결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


문제해결 역량은 실력의 핵심임에도, 많은 포트폴리오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인 과정은 그럴듯하게 정리되어 있어 보이지만, 왜 그런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진짜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많은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문제 정의 없이 바로 해결부터 시작합니다. 과제를 받자마자 와이어프레임을 그리고, 피드백을 받고, 수정을 반복하는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실력자는 문제를 정의하고, 사용자 흐름을 구조화하고, 다양한 해결 방향을 고민한 뒤 설계를 시작합니다. 이런 사고의 전개가 생략된 포트폴리오는 “디자인은 잘했지만,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둘째, ‘UX스러워 보이는 산출물’에만 집중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인터뷰, 페르소나, 시나리오, 와이어프레임, 프로토타입… 필요한 건 다 있지만, 툴과 결과 사이를 잇는 논리적 사고 구조가 비어 있습니다. 사고가 연결되지 않은 결과물은 단지 '겉모습이 UX처럼 보이는 문서'에 그칩니다.



3. 문제해결 역량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제해결 역량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 도구를 잘 쓴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이 역량은 반복적인 사고 훈련과 실습을 통해 쌓이는 체화형 능력입니다. 즉, ‘공부’가 아니라 ‘훈련’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건, 설계 이전에 문제 정의에 시간을 쓰는 연습입니다.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이게 정말 문제인가?”, “누가 어떤 맥락에서 이 문제를 겪는가?”, “이 문제는 왜 지금 해결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합니다. 이 과정이 없이 설계를 시작하면, 아무리 멋진 결과물이 나와도 본질을 벗어난 기획이 됩니다.


두 번째는 해결책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사고의 확장입니다.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에만 집착하지 말고, 최소 두세 가지 해법을 고민하고, 각각의 장단점, 리스크, 기대 효과를 비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비교 과정에서 설계는 논리적 근거를 갖게 되고, 설득력을 얻게 됩니다.


세 번째는 설계한 내용을 설명하는 훈련입니다. 단순히 '잘 만든 것 같다'가 아니라, “왜 이렇게 했는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설명은 '느낌'이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 맥락, 흐름에 기반해야 합니다. 이 연습이 돼 있어야, 포트폴리오도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작업’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문제 상황을 반복해서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 기회가 많지 않은 학생이나 주니어라면, 실제 사례 기반 케이스 스터디나 멘토 피드백을 통해 훈련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커리쿨럼이 잘 갖춰진 디자인 학과에서는 7~8 과목의 수업을 하면서 최소 십여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대기업의 프로젝트를 많이하는 UX 디자인 회사들의 디자이너들이 탑테크 회사에 많이 이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실제 프로젝트를 만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제가 운영하는 일곱시 UX (https://www.meetpm7.com )에서는 실무 케이스 기반 과제를 통해 문제 정의 → 흐름 설계 → 설계 근거 → 피드백까지 이어지는 ‘문제 해결 사고 흐름’을 반복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실무 케이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제해결 역량은 짧은 기간에 완성되지 않고, 제대로 오랫동안 훈련해야 쌓입니다.



마무리


문제해결 역량은 UX 디자이너의 실력을 가르는 핵심이며, 탑테크 기업은 이 역량을 신입이나 주니어에게도 기대합니다. 하지만 많은 포트폴리오가 이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는, 문제를 정의하지 않고 곧바로 해결부터 시작하거나, 사고의 흐름 없이 겉모습만 UX처럼 보이는 결과물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문제해결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문제 정의에서 시작해 다양한 해법을 탐색하고, 설계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며, 이를 반복 실습하는 사고 훈련 과정을 체계적으로 경험해야 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디테일만 신경쓰다 큰 관점을 놓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