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시 1등급 UX #1
“면접 기회도 못 받았어요.”
“문제가 뭔지 모르겠어요. 열심히 했는데요…”
“제 포트폴리오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
제자들의 면담과 UX 포트폴리오 컨설팅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스스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는 점.
하지만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관점입니다. 취업이나 이직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방식으로 해결했는지를 설득하는 도구”입니다. 특히 대기업이나 테크 기업처럼 심사 시간이 짧은 곳에선, UX 전문가들이 빠르게 넘겨보는 포트폴리오 속에서 눈에 띄는 이유가 반드시 필요하죠. 그런데 많은 취준생/학생들은 고만고만한 비슷비슷한 포트폴리오를 만듭니다.
서울여대와 홍익대 디자인과에서 강의하고, ‘일곱시 UX’에서 수많은 포트폴리오를 리뷰하면서 왜 이런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지는지 그 원인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사용성 개선 수준의 과제 결과: UX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분야입니다. 사용성 개선은 한학기 수업을 들어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용성 개선은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하는 기본기로 간주됩니다.
뾰족하지 않은 인사이트: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인사이트 (예: 불편하다, 복잡하다) 또한 당연한 것입니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 인사이트가 있어야 포트폴리오가 차별화됩니다.
어디서 본듯한 포트폴리오 구성: 퍼소나, 저니맵, 시나리오 등의 UX 방법론을 "형식적"으로만 사용하는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따라 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죠. 실제로 많은 지원자의 포트폴리오가 서로 닮아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서사 구조가 없음: 심사관은 포트폴리오를 오래 보지 않습니다. 명확한 흐름으로 왜 이 과제를 했고,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었고, 결과가 어땠는지가 잘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정보는 많은데 (작은 글씨로 ㅠㅠ) 흐름이 없거나, 무슨 문제를 해결한 건지조차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반면 100명 중 3명 정도는 확실히 눈에 띄는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합니다. 이 포트폴리오의 공통점은 세가지로 보입니다. (1) 의미있는 문제를 다룸, (2) 새로운 관점과 적절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 (3)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디자인에 잘 반영됨.
고만고만한 포트폴리오를 보다가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보면 눈의 확 뜨이는 느낌이 듭니다. 이 친구는 꼭 뽑고 싶다는 느낌이 들죠. 이는 모든 포트폴리오 심사관과 면접관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여러 학생들과 면담을하면서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분석해왔습니다. 현재까지의 분석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알고있는 UX 디자인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라함: 저학년 수업이나 UX 학원에서 알려주는 기본적인 틀만 기계적으로 따라합니다. 하지만 UX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해야 하는 설계 작업입니다.
문제의 재정의가 없음: 겉으로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려고 하지 사용자 관점에서 깊이 들여다보며 근본적인 문제를 정의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디자인 씽킹 역량입니다.
용어는 알지만 개념은 모름: UX 서적을 읽지 않고 블로그나 영상만 보고 개념을 익히다 보니, 디자인을 설명할 때도 정확한 용어와 논리가 부족합니다. “사용하기 쉬워졌어요” 같은 말로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창의적인 시도를 하지 않음: UX는 입시미술과 달리 정해진 틀이 없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하지만, 대부분 안전한 길만 선택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고만고만한 수준의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1등급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아래에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다음 글에서 하나하나 설명하겠습니다.
UX 디자인의 여러 수준(Level)을 이해하자: UX 역량에는 명확한 수준이 존재합니다 (UX 기초 > 사용성 개선 > 차별화 발굴 > Product Thinking). 기업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지원자가 어느 수준의 UX를 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모든 시작은 내 눈높이를 올리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결과물을 “내가 다녔으면 하는 회사의 시니어 디자이너” 입장에서 바라보세요.
UX 바이블 책들을 완독하자: 책을 읽어야 저자의 "관점"을 갖게 됩니다. 블로그 요약으로는 생기지 않습니다. 관점이 생기면 시야가 달라지고, 의미있는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고, 잘된 디자인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신입/주니어를 뽑을 때에는 기본기를 꼭 확인합니다. 왜냐면 기본기가 탄탄해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넓고 얕게 UX 지식을 구조화하자: 신입/주니어에게 전문가의 역량을 바라지 않습니다. 전문가처럼 깊게 알 필요는 없지만, 전반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꼭 필요합니다. 이 글을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dongseok17/30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법을 익히자: 단순한 개선이 아닌, 비즈니스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https://brunch.co.kr/@dongseok17/51 에서 설명했습니다.
AI 동작 방식을 이해하자: 앞으로의 UX는 AI를 모르고는 설계할 수 없습니다. 제가 2년 전부터 수행하는모든 과제들은 AI 기능을 활용하는 UX 디자인입니다.
다음 글 예고: 내 포트폴리오의 수준 파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