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꼰대 #2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합니다. 무조건 거짓말을 합니다. 빈도와 정도에서 차이는 있지만 말이지요. 연구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성인은 적게는 하루 두 번에서 많게는 10분에 세 번까지 거짓말을 한다고 하네요. (저는 말 자체를 잘 안 해서 거짓말도 적게 합니다. ㅠㅠ)
심지어 누구나 특정 상황에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 걸면 “사랑합니다. 고객님~”하는 상담사분 멘트가 대표적이겠죠? ^^) 거짓말인지 알면서도 어느 정도 눈감아 주는 것이 이미 우리 문화에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 상투적인 거짓말을 해서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도록 하고, 어느 정도 기분을 맞춰주어 호감을 사려는 의도가 담겨 있겠지요. 예의라는 이름을 한 거짓말이지요.
예를 들어 연인들 사이 혹은 연인이 되고 싶은 관계에서 호감을 얻기 위해서도 진실보다 거짓말이 더 효과적입니다. 카페에 앉아서 셀카를 찍다가 갑자기 "어마 나 얼굴에 살찐 거 봐. 오빠! 나 살쪘지? 그치?" 라고 물으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야. 살은 무슨, 어디에 살이 있다는 거야?" 라는 거짓말이 반사적으로 나와야 합니다. (거기 남자분, 명심하세요!! 그래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동공도 흔들리면 안 됩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상대도 거짓말을 합니다. "집 앞이야 잠깐 나와." 라고 연인이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면 "응, 금방 나갈게." 라고 하고 화장대 앞으로 달려갑니다. 얼굴에 있는 잡티를 급히 컨실러로 감추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눈썹을 그려 넣고, 자신 없는 신체 부위를 살짝 커버할 수 있는 옷을 옷장에서 꺼내고, 눈동자를 더 크고 반짝이게 만드는 렌즈를 끼고 나가서는 "뭐야, 급하게 나오느라 립스틱도 못 바르고 나왔잖아."라고 합니다. (진실입니다. 암요 그래야만 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주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래 전이지요. 그때는 지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알아차리기 쉬었다고 합니다. 왜냐면 커뮤니케이션할 때는 말뿐 아니라 목소리, 얼굴 표정, 몸짓들도 동원하는데, 거짓말을 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 수단들 간에 이루어지는 균형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내뱉는 말이 표정이나 몸짓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면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 방법을 동원해도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 수 없는 완벽한 거짓말쟁이도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가 하는 거짓말을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랍니다. 거짓말을 먼저 자기 자신에게 하고 그걸 사실이라고 믿도록 속이는 겁니다. 그런 거짓말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이념이나 사람에게서 결함이 발견되어도 그 사상이나 인물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잘못된 신념이 그래서 무섭습니다. (아, 심각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을 테니 다시 본론으로......)
요즘은 어떨까요? 물리적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제한되는 온라인 세상은 더 가관입니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내가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인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2001년, 캔자스에 산다던 백혈병 소녀 케이시 니콜 스웬슨 Kaycee Nicole Swenson이 정성 들어 올린 인터넷 투병일기는 어느 중년 여성이 꾸민 허구였습니다.
경력이나 학위를 속이는 일은 사건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ID가 '에스제이 Essjay'인 위키피디아 편집자는 박사학위를 여러 개 소지한 모 대학 종신교수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식견과 박학다식함으로 수많은 자료들을 검증하고 토론을 조율해서 명성이 높았습니다. 유명 잡지 인터뷰도 했던 그는 결국 교수는커녕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스물네 살 학부생으로 밝혀졌고, 이 ‘에스제이 소동 Essjay Controversy'은 위키피디아가 누렸던 위대한 집단지성이라는 명성을 박살 냈습니다.
거짓말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사악한 행위인지 구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저도 거짓말이 완전히 사라진 사회는 지금보다 더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은 왜 할까요? 거짓말은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생각과 감정을 감추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거짓말하는 이유가 상대 기분을 배려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되는 거짓말은 자신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이익을 보호하거나, 자신이 속한 집단이 누리고 있는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 중에서 최악은 상대방을 거짓말쟁이로 모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늘 거짓말을 할까요? 그럼 자신이 감추고 있는 진짜 속마음은 누구에게 언제 털어놓을까요? 우리는 그 수많은 거짓과 진실이 만들어 놓은 혼돈이 가득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누가 거짓말쟁이고 누가 진솔한 사람일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참고자료
마리-프랑스 시르, 강형식 옮김, 거짓말에 대한 진실, 서울, 철학과현실사, 2006.
로버트 펠드먼, 이재경 옮김,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고양, 위즈덤하우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