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꼰대 (주말 번외 편)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The young
In one another's arms, birds in the trees
– Those dying generations – at their song,
The salmon‐falls, the mackerel‐crowded seas,
Fish, flesh, or fowl, commend all summer long
Whatever is begotten, born, and dies.
Caught in that sensual music all neglect
Monuments of unageing intellect.
그건 노인들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서로 팔짱을 끼고, 숲 속 새들처럼
- 저 죽어가는 세대들 - 이라며 노래하는 젊은이들
폭포 속 뛰노는 연어도, 바닷속 가득한 고등어도,
물고기든 무슨 짐승이건, 모든 여름 내내 찬양하는
그게 뭐가 되었든 잊히고, 태어나고, 그리고 죽는다.
그 관능적 음악에 사로잡혀 모두 무시하네
변치 않는 지성이라는 기념비들을.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Sailing to Byzantium 중에서
우리에게 영혼이 있다고 가정해봅니다. (없다면 너무너무너무 슬프거든요.)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영혼은 그대로일까요? 태어날 때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 다음, 자라고 상처받고 쪼그라드는 육체에 그대로 머물다가 죽으면 저세상으로 떠나는 걸까요?
우리 모두 본능적으로 알고 있지요. 그렇지 않다는 걸 말이죠. 갓 태어난 아기가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맑고 순수한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수시로 깨서 울고, 4시간에 한 번씩 엄마젖으로 배를 채우고, 기저귀를 심하게 더럽히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기도 합니다.) 반면에 세상 풍파와 스트레스를 힘겹게 헤쳐나가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마지못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직원을 쳐다보고 있으면 '얘는 왜 자기가 하는 일에 영혼이 없냐?'라는 핀잔이 목젖까지 차오릅니다. 그러다가 죽음이 가까워오면 남아있던 영혼 조각마저 스르륵 빠져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외계+인"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이미 후속 편까지 제작해 둔 상태인데 안타깝게도 흥행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는 로스웰 사건에서 살아남은 외계인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주장하는 간호사가 남긴 기록인 외계인과의 대화 Alien Interview라는 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남긴 자료에 따르면 이 지구는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제국이 운영하는 감옥 행성이라고 합니다. 우주 전체 패권을 놓고 벌인 전쟁에서 패한 외계 종족을 인간의 몸속에 가둬두고 관리해왔다는 겁니다. 원래 모든 외계인들은 물질이 아니라 영적인 존재라서 육체가 없답니다. 필요할 때만 바이오메카닉 형상에 들어가서 일을 한다네요.
어찌 되었든, 패배한 외계 종족은 기억을 삭제당하고 인간 몸속에 가두는데, 죽으면 영혼이 나오고 그러면 다시 그 영혼을 포획해서 기억을 리셋하고 다른 인간 육체에 집어넣는 방식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답니다. (아직 영화도 보지 않았고 책도 겨우 시작했지만, 인류가 끊임없이 증식해서 수가 늘어나는 것은 어찌 설명하는지 사뭇 궁금합니다.)
글머리에서 예이츠의 시를 한 구절 번역해서 올려봤습니다. 예이츠가 저 시를 쓸 당시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에서 나이 든 기성세대들이 비슷한 하소연을 했겠지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집트 벽화를 해석하다가 "요즘 어린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구절을 발견했다고도 합니다. 예이츠는 단지 철없는 젊은이들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머지 시구를 읽어보면 물질적 풍요와 젊음에 취해 진정 의미 있는 이상적 가치들을 외면하는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추장스러운 육신, 시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모습인 영적인 존재가 되어 이상향인 비잔티움으로 가고자 했습니다. (진짜 비잔티움으로 여행하자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
그런데 잘 살펴보면 외계인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우리 우주에 살고 있는 외계 종족 설정과 비슷합니다. 육신은 영혼을 가두는 감옥이고 진정한 모습은 세포나 분자로 구성된 물질적 존재가 아니라 영적인 것이라는. 어쩌면 우리는 가끔 외계인이 영혼을 육체에 가두기 전에 했던 초기화에 오류가 생겨서 진정한 모습을 떠올리는 걸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믿어온 신화, 신이 입김으로 생기를 불어넣어 인간이 태어났다는 전설도 그런 기억 중 일부일지도 모르겠네요.
가만, 그럼 우리는 하찮은 고깃덩이에 갇혀 지내다가 죽으면 다시 초기화되어 다른 덩어리에 밀어 넣어지는 영원한 순환 지옥에 수감된 건가요? 저기요, 하나님! 아니 외계인 간수님! 이 형벌은 언제 끝나는 건가요? 혹시 비잔티움으로 가면 퀘스트가 끝나는 건가요?
참고로 예이츠 시 번역은 제가 그냥 발로 한 거니까 대충 봐주세요. 태클은 사양합니다.
또 하나 참고로 제목에 있는 배경이미지는 그림 그려주는 AI DALL-E에 시 제목을 키워드로 넣어서 나온 결과 이미지들 중 하나입니다. 재미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