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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라 Mar 18. 2023

왜요? 왜 화를 내요? (1부)

화가 많은 당신에게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모든 성적 차별에 반대하며, 신체적 차이에서 비롯된 어떠한 도덕적 윤리적 정치적 문화적 억압에도 저항합니다. 아래에서 든 예시는 여러분을 자극하고 흥미를 끌기 위한 단면적인 것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남성들 사이에서 전설로 여겨질 만큼 어려운 질문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수많은 남성들이 그 질문들 앞에서 좌절했으며,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평생을 가기도 합니다. 정답을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현자들을 찾아다녔고, 수없이 많은 해법들이 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명쾌한 해답으로 여겨지지 못했습니다. 아마 인류가 소멸할 때까지 정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질문은 “(오빠는)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이며, 두 번째는 “뭐가 미안한데?”입니다.


“오빠는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미...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참고로 위 두 질문들이 가지고 있는 위상에 도전했던 “나 오늘 뭐 달라진 것 없어?”와 “어떤 옷이 더 예뻐?”라는 질문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질문들은 신묘한 해답이 도출되어 더 이상 난제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화를 내는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만큼 곤혹스러운 경우는 없습니다. 그 사람이 요구하는 것이나 욕망을 충족시켜주지 않는다면 결코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 이유는 보통 ‘화’가 위계적 관계에서 우월함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실제 가지고 있는 것을 상실하거나 장차 소유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또는 도출되었거나 예상되는 결과가 내가 원하는 수준을 충족하지 못할 때 표출되기도 합니다. 심리학적으로 상대적 결핍이나 예정된 손실은 보통 불안을 초래하며, 그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표출됩니다.


물론 흔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정말 찾아보기 드문 존재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도통 화를 내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런 분들은 어떠한 상황에도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주변에서 그 꼴(?)을 보다가 오히려 자기가 화가 나서 “야! 넌 화 안 나?”라고 다그치기까지 합니다. 우리 선조들께서는 그런 분들을 ‘부처’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부처핸섭!! 요!!)


부처님인지 동자승인지 모르지만 두 손 머리 위로!!


반면에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화부터 내는 사람이 (꼭 한 명쯤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분들은 화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싶은 것을 구하지 못하면 화가 나고, 내 것과 똑같은 것을 친구가 따라 사도 화를 냅니다. 배고픈데 음식이 늦게 나오면 화가 나고, 배가 불러서 그만 먹고 싶은데 더 먹으라고 하면 화를 냅니다. 게임을 조금 더 하고 싶은데 그만 자라고 하면 화를 내고,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밤에 잠이 안 와도 화가 납니다.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가야 할 정도로 일이 바쁘면 화를 내고, 할 일도 없고 친구가 연락도 안 하면 화가 납니다. 친구가 나보다 앞서 가도 화가 나고, 마음은 급한데 뒤에서 뭉그적거리고 있어도 화를 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난다.’와 ‘화를 낸다.’를 생각 없이 섞어서 씁니다. 그리고 ‘화’가 ‘짜증’이나 ‘분노’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화는 나도 모르게 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일부러 내는 것일까요? 화는 짜증이 심해진 수준을 말하는 것일까요? 화가 우리 몸 밖으로 나가는 순간 분노로 변하는 것일까요?


요즘 ChatGPT가 매우 인기입니다. 그래서 재미 삼아 한국어가 가능한 녀석을 골라서 먼저 화와 분노가 어떻게 다른지 물어봤습니다.


아래는 그 답변입니다.


화와 분노는 비슷한 감정이지만, 차이점이 있습니다. 화는 일시적으로 불쾌한 상황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으로, 급격하고 강한 감정을 느끼며, 자신의 감정이 통제되지 않는 것처럼 느낍니다. 반면, 분노는 더 오래 지속되는 감정으로, 화보다는 덜 강하고, 혼란스럽고, 자신의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분노는 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로 작용할 수 있고, 화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화는 일시적인 감정적인 반응이며, 분노는 오래 지속되는 감정적인 반응입니다.


제 생각과 비슷한 점도 있고, 너무 단순화해 표현하는 바람에 의미 전달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네요. 그래도 대화형 AI는 참 대단합니다.




우리는 ‘화’ 또는 ‘분노’라는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혹시 다른 감정이나 현상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 C. 이제는 화도 생각하고 내라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미우면 욕하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 아니야? “


워, 워. 진정하시고 제 말을 더 들어보세요.


많은 사건이나 사고가 화를 주체하지 못해 충동적으로 일어납니다.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 그러지 못해서 ‘치유’나 ‘치료’, 그리고 ‘회복’이 필요하다고 눈물로 호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요즘은 조금 덜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점에 ‘화’를 억누르고 마음에 난 상처를 낫게 하는 방법을 다룬 책들로 넘쳐났습니다.


통상 그렇게 화가 치미는 상황이 되면 이성적인 상태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선택과 행동이 나타난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그 ‘화’를 치료해야 할 질병이나 상처 또는 후유증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그러한 감정은 정상적인 것이며, 인류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없이 우리 조상들 생명을 위험에서 구했다고 말합니다. 어떤 학자는 그러한 감정은 우리가 고통에 저항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자신 안에서 비롯된 감정을 왜 조절하지 못할까요? 아니, 거꾸로 우리는 그 감정들을 왜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매우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와 같아서 순수하게 하나만 콕 집어내기 어렵습니다. 하나를 당기면 이것저것 다른 것들이 따라 나옵니다. 미운 것 같지만 좋아하고, 기쁘지만 눈물이 나고, 홀가분하지만 허탈하기도 합니다. “만수산(萬壽山) 드렁칡이 얼거진” 모습이 훨씬 단순해 보일 지경입니다.


저와 함께 배배 꼬인 실타래 중에서 ‘화’라는 녀석을 살살 달래어 끄집어 내 봅시다.



장원청, 김혜림 옮김,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고양, 미디어숲, 2020.

수전 앤더슨, 안인희 옮김, 마음 치유 여행, 서울, 북하우스, 2009.

레나타 살레츨, 박광호 옮김, 불안들, 서울, 후마니타스, 2015.

흑수저를 위한 나라는 없다 1화, 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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