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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담Adam Nov 25. 2023

시골 가면 무얼 먹고 사나요

2편: 떠나려는 자 편도 티켓을 사라

어릴 적 내내 양복 입고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시는 아버지를 보아왔다. 거의 평생을 회사원으로 보내신 아버지는 나에게도 평범한 회사원의 삶을 권장하셨다.

"국문과나 영문과를 가."

회사에 들어가기에는 그냥 평범한 학과를 가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그게 싫었다. 언젠가 우리 집이 이사 가는 날에 아버지 직장 동료분이 오셨는데

"이 녀석은 둘째야, 좀 특이해서 미대를 갔어."

라고 나를 소개하셨다. 나는 미술대학을 갔다. 그림을 즐기기도 했었지만 전국 입시생 중 예체능 학생의 퍼센티지가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이 선택하지 않는 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직장에도 다녀봤고 작업실도 해봤으나, 머릿속에는 온통 시골에 가서 살 생각뿐이었다. 기회가 되면 이렇게 저렇게 들어가리라 주변에 떠들고 다녔다. 말만 하고 다닌 건 아니었다. 주말에는 수원에 농업기술연구원에서 예비 귀농인을 대상으로 개설한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거기선 진지하게 귀촌/귀농을 대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나도 뭔가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농업대학교에도 찾아갔다. 시골에서의 직업이라면 농사 외에 다른 직업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촌을 위해서라면 대학교 정도는 다시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농업대학은 학비가 전액(!) 국비지원이었고, 졸업하고 나면 (농촌에서 자리를 잡을만한 거액의) 지원금을 저리로 장기 대출 해준다고 했다. 게다가 1-2학년 성적이 50% 안에만 들면 3-4학년에는 해외 유학도 보내준다고 했다.

유학이래 봤자 뉴질랜드 튤립 농장 같은 데 가서 일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어디냐, 어쨌든 선진 농업기술을 보고 배워올 수 있지 않겠는가.


농업대학교를 찾아가 입시 상담을 받는데 상담하시는 분이 물었다.

"혹시 군대 다녀오셨나요?"

"네, 병장으로 만기제대했습니다."

"최종학력이 어떻게 되시나요?"

"4년제 대학 졸업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신 분이 지원하시면 가산점이 있습니다, 군필인 경우에도 가산점이 있고요. 현역 학생들은 군대 면제 조건 때문에 지원하는 학생도 적지 않거든요..."

"네에?? 군대 면제라고요??!" 

그때 처음 알았다. 농업대학교를 다니면 군대를 면제받는단다. 허허. 한 10년만 빨리 알았더라면... 하지만 인생이란 결코 지름길로 가는 표지판을 보여주지 않는 법. 대신 멀리 돌아가는 표지판보여준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 시기가 나에겐 그런 시기였다. 없는 길을 개척해서 만드는 시기.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농업'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없다. 오죽하면 농업대학교가 군대면제 카드를 들고 나왔을까. (그런 엄청난 혜택에도 불구하고 농업대학교는 인기가 없었다) 반면에 나에게는 이 모든 조건이 다 땡큐 베리 머치였다. 귀촌해서 뭐해먹고 살 지가 항상 걱정이었는데,  농업대학을 나와서 농업 관련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올해 입시는 지난달에 끝났거든요. 제가 볼 땐 이 조건들이시면 내년에 크게 무리 없이 합격하실 것 같습니다. 내년에 원서 접수해 주세요."

아, 좀만 더 빨리 찾아올걸. 1년을 기다리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농업대학에 원서를 낼 일은 없었다. 각보다 조금 더 빨리 시골생활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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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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