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제는 집냥이로 살기로 했다.
‘우리 집 가장 높은 곳에 예쁜 고양이가 누워 있네.’
‘미덕아, 거기서 무슨 생각해? 괜찮은 거니?‘
21년 8월 18일. 미덕이가 집에 온 첫날밤.
가족이라고 하기엔 아직 낯설고, 긴장감이 감도는 어설픈 관계가 시작되었다.
우리 부부는 무엇부터 어찌해야 할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복층으로 올라간 미덕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예상치 못한 밤샘 작업을 시작했다.
‘야옹야옹, 애옹애옹……’ 낮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울어대는 미덕이 곁을 번갈아 가며 지키느라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불안해서일까, 괜히 데리고 들어온 걸까.’ 밤새 어떤 이유인지 애처롭게 울어대는 미덕이를 보며 걱정스러운 맘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름을 부르면 가까이 다가왔고, 우리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쓰다듬어주면 안정감을 느꼈는지 잠시 울음을 멈추고, 조금씩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늘어갔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고, 남편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채 비몽사몽 출근을 했다. 둘만 살던 우리 집에 새로운 생명체로 인한 변화가 찾아온 아침이었다.
나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미덕이의 건강상태와 뱃속의 아가냥들이 잘 있는지, 몇 마리나 있는지, 도대체 언제쯤 나올 것인지'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먼저, 가까운 곳에 있는 동물병원을 검색했다. 동물병원의 리뷰도 꼼꼼히 챙겨본 후, 거리도 가깝고 평이 좋은 곳으로 선택.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병원이었다. “그래, 여기가 좋겠어. 가보자.”
그다음, 미덕이를 캐리어에 넣어 차를 태워가야 하는 난코스. 나의 걱정과는 달리 캐리어에 들어가는 것은 수월한 편이었지만, 불안함에 울기 시작할 때부터 나의 긴장감도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강아지도 키워봤고, 동물병원도 자주 가본 사람이니까!! 침착하게 긴장감을 조절하며 불안해하는 미덕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병원에 도착해 대기하는 순간부터 긴장감은 누그러지고, 설레는 마음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새끼냥이들의 존재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미덕이의 진료 차례가 왔고, 수의사선생님에게 미덕이의 사연을 간단히 이야기해 드렸다. 미덕이의 미모를 단번에 알아보신 수의사선생님은 “아이고, 이쁘기도 해라. 배가 많이 불렀구나, 좀 말랐네.”하시며, 자세한 검사와 진찰을 위해 미덕이를 포근한 담요로 감싸 안고 검사실로 가셨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걱정반 설렘반… 제발 아무 이상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검사와 진찰을 마치고 진료실로 돌아온 미덕이는 정말 순한 고양이였다. 낯선 병원과 사람들을 보고도 얌전하게 있어주었다.
나는 이것저것 궁금증이 올라왔지만, 다 쏟아낼 수 없으니 차분히 수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수의사선생님은 넘치지 않는 따뜻한 미소로 친절하게 미덕이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설명해 주셨다. 내심 걱정이었던 날카로운 발톱도 정리해 주셨다.
미덕이의 외관상 건강상태 : 털과 피부, 귓속에도 진드기가 없고 깨끗하단다. 귓속에 귀지 조금, 바깥생활로 인한 약간의 눈곱이 있는 것 빼고는 아주 양호했다.
뱃속의 아가들 상태 : 꼬물이 4마리!!!! (ㅎㅎㅎㅎ대박) 그리고 그중에 머리가 큰 녀석이 하나 있다고 하셨다. 머리 큰 녀석이라니… 왠지 웃음이 났다.
출산 예정일 : 머지않아 나올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고, 출산하면 꼭 병원에 알려달라고 하셨다.
나는 낯설지만 설레는 이야기들을 듣고, 걱정스럽게 질문하나를 던졌다. “선생님, 미덕이 코옆에 검은색은 왜 그런 거예요?”라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건 점이에요~^——-^ 괜찮아요.”였다.
그냥 ‘점‘이란다. 걱정이 앞선 질문에 비해 뭔가 좀 허무한 대답이었지만, 아무 이상 없는 ‘점'이라니, 안심 또 안심이다!
'우리 미덕이 코옆에 미인점이 있었구나. 역시 넌 미묘였어.'
수의사선생님은 미덕이의 길냥이 출신 사연을 듣고 진료비를 10% 할인해 주셨고, 미덕이의 똘똘한 집사 간택을 뿌듯해하셨다.
그렇게 병원 진료를 마치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그때부터는 언제가 될지 모를 미덕이의 출산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너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어. 미덕아~ 이제 걱정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