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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작업실 Mar 04. 2024

덕을 쌓은 고양이 (3화)

#3. 장대비야 제발 멈춰줘

 8월의 장마가 끝나질 않는다. 유독 많은 비가 내렸던 21년 8월 중순.

매일 아침저녁으로 미덕이를 찾아가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날이면 뿌듯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함께 했다. 하루하루 미덕이의 배가 점점 더 불러왔다. 배의 모양이 점점 아래로 처지는 것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새끼를 언제쯤 낳을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안쓰러운 상황의 미덕이를 집에 데리고 왔으면 하는 마음을 내비쳤지만, 나는 그때까지도 '고양이는 절대 안 돼!! 털도 많이 빠지고 안돼, 안돼!!'를 강하게 외치던 사람이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다는 건 그만큼 책임이 막중해지는 것이고, 아주아주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미덕이를 잠깐 임시보호 한다?' 임시보호라는 걸 해본 적도 없지만, 한번 집에 데려온 반려동물을 어딘가로 다시 보내기엔 정이 깊게 들것이 뻔했기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듯이 장대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엄청난 양의 물이 하늘에서 쉼 없이 쏟아졌고,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혹여나 '이 날씨에 새끼를 낳지는 않을까, 혹여 잘 못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커져만 갔다. 남편과 함께 집에 있던 반투명한 플라스틱 박스로 부랴부랴 집을 만들어 식당 앞으로 가져갔다. 다행히도 미덕이는 굳게 닫힌 식당입구 처마밑에서 비를 겨우 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딱하던지...... 우리를 보자 '냥냥~' 거리며 다가와 사료와 간식을 먹고, '냥~냥~' 인사하듯 소리를 내었다.

홀몸도 아닌 녀석이 비를 피해 어둡고 축축한 처마밑에서 홀로 있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안쓰러운 장면이다. 그날밤 미덕이에게 어설프지만 비를 피할만한 집을 놓아주고, 제발 들어가 주기를 바라며, 이 깊은 밤도 무사히 보내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미덕이와 헤어져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았다.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 마음만 앞서서 만들었던 반투명한 집. 그 앞에서 맛있게 사료를 먹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


 다음날 아침에도 저녁에도 찾아가 사료를 챙겨 주었다. 사료를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야~~ 옹 야옹"하며 다가와 다리와 손에 비벼대며 인사를 나눴다. 왠지 그 모습이 기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했던 기억. 다행히도 아직 출산을 하지 않았고, 감사하게도 식당 마당에 두었던 미덕이의 집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는데, 미덕이가 사용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 후에 길냥이 집을 검색해 보니 어둡고 입구도 작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가 놓아준 반투명 집은 산실로 쓰기에는 외부에 노출된 형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설픈 미니 캣맘, 캣파더 시절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마음만 앞섰던 날들이었다.


 고양이라면 털 때문에 절대 안 된다며 극구 반대하던 나인데, 어느새 미덕이를 향한 나의 걱정스러운 마음은 남편보다 더 커져만 갔다. 가끔씩 남편에게 '미덕이를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며, 정들어버린 마음을 애써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건 이미 정도 들고, 마음을 쓰고 있다는 증거였겠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미묘, 미덕아. 내일도 무사히, 반갑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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