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 + @ 고양이 가족
21년 8월 19일. 출근한 남편이 부러울 정도로 혼자만의 조용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고양이에 대해 1프로도 모르는 무지한 인간이었다. 미덕이의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고양이의 임신기간과 출산징후에 대해 검색해 본 것이 다일 정도로.
고양이의 임신기간은 60일~65일 정도로 약 2개월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덕이의 정확한 임신기간을 알 수 없는 상태였고, 병원에서 진찰로 알게 된 출산 임박 소식! 그뿐이었다.
출산 징후로는 젖꼭지 부분의 털이 빠지거나, 주변을 자꾸 핥고 빨갛게 부풀어 오르며, 안정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한다고 한다.
동물의 출산…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내심 불안하고 긴장되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찾아보고,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 잠깐, 미덕이를 데리고 온 첫날밤으로 돌아가보자. 우리 집엔 고양이 화장실조차 없었던 상황이었다. 급한 대로 미덕이 집으로 만들었던 반투명 박스에 미니텃밭에서 쓰던 흙을 채워 복층 거실에 놓아주었다. 이것이 화장실이라고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박스 안에 들어가 흙을 파고 볼일을 보는 것이 아닌가! ‘정말 기특하고 똑똑한 고양이구나.’
이렇게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무지의 하우스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미덕이가 새끼를 안전하게 낳을 수 있는 ‘안락하고 깨끗한 산실’과 ‘고양이 화장실’ + ‘화장실 모래’. 그리고 ‘물과 사료 그릇’이 필요했다.
미덕이가 편히 있을 수 있도록 방바닥에 폭신한 매트를 깔아주고, 급한 대로 큰 박스로 산실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그리곤 가까운 대형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해서 돌아왔다.
다행히 아직이었다. 산실은 여러 개 놓아주는 것이 좋다고 해서, 두 개의 산실을 준비해 보았다. 고양이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새끼를 낳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산실을 눈에 안 띄는 곳에 놓아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처음엔 위층 거실 구석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조용한 화장실에 하나씩 놓아주었는데, 거실보다는 계단 쪽 어두운 곳이 좋을 것 같아 옮기고 또 옮기고…. 혼자서 분주한 고민이 계속되었다. 남편은 쓰지 않는 핸드폰으로 미덕이를 관찰할 수 있는 홈캠을 연결해 주었고, 고양이 안정음악과 선풍기까지 준비해 주었다. 벌써부터 지극정성 집사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었다.
미덕인 다행히도 첫날보다 훨씬 안정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미덕이에게 말을 걸면 ‘야옹야옹~ 앵~ 애옹~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대답해 주었다.
‘이 녀석 완전 수다쟁이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신기해서 자꾸만 말을 걸고 있었다. 좀 귀찮았으려나.
둘째 날 밤. 미덕이는 누워서 쉬다가도 애처롭게 울어대곤 했다. 그날 밤도 미덕이를 지켜보느라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하고 다음날을 맞이했다.
8월 20일이 되었다. 남편은 다시 출근을 했고, 나는 이틀밤을 새우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기절하다시피 낮잠을 청했다. 한 두세 시간가량 잤을까. 자고 일어나 보니 오후 4시경이었다.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복도에 누워있던 미덕이가 보이질 않았다.
‘어...? 어디 갔지... 미덕아~ 미덕아~’
두리번거리며 조용히 화장실로 향했다.
'서... 설마... 설마...'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고개를 숙여 화장실 구석에 놓아둔 산실 안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뒤돌아 누운 미덕이. 자신을 부르는 나의 목소리에 잠시 돌아보며 눈을 마주치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앙’하고 대답해 주었다. 그리곤 자신의 몸을 열심히 핥고 또 핥았다. 눈앞에 펼쳐진 이 상황이 꿈인가 생시인가…… 나 아직 자고 있는 건가…. 두근두근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새도 없었다.
“미덕아, 새끼 낳은 거야……? 미덕아, 괜찮아? 아가들은…? “ 나즈막히 들뜨고 설레는 억양으로 물어보았다. 미덕이는 마치 내 말을 알아들은 것 마냥 뒤를 돌아보며, 다리 한쪽을 들어 보였다. ‘여기 있어요.’하는 것 같았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더 뭉클하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내가 낮잠을 자고 있던 그 시간 동안 새끼를 낳았단 말인가.’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 놀라운 순간이었다. 수의사선생님께 ‘미덕이가 출산할 때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물어보자, ‘아마도 미덕이가 다 알아서 할 거예요.’라는 대답을 해주셨었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이야기였지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걱정스러운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믿기지 않게도 미덕이는 혼자서 4마리의 새끼를 무사히 출산했고, 나의 도움은 하나도 필요하지 않았다. 아니, 내가 자고 있는 동안이었으니 어떤 과정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떤 힘든 과정이 있었는지, 4마리가 어떤 순서로 태어났는지. 오로지 미덕이만 아는 사실이 되었다.
미덕이의 품에 숨겨져 '삐약 삐약?' 소리도 내고, 젖을 힘차게 빨고 있는 아기냥이라니... 젖을 빠는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산실 안이 어두워 그 모습들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작디작은 소중한 생명체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힝… 너무 감동적이다… 하나… 둘… 셋… 넷! 네 마리!
‘미덕아, 너 정말… 대단하고 대견한 엄마구나.'
엄마에게 기대어 눈을 꼭 감고 있는 저 쪼꼬미 생명체… '으앙. 너무 소중해. 어쩌지. 심장폭격...' 정말이지 어떤 말로도 형용하기 힘든 순간들이었다.
나는 이 벅찬 감동의 순간을 가족들에게 알려주었다. 제일 먼저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처음엔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못 믿겠지만 진짜라고!! 영상과 사진을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나는 내심 경이롭고 신비로운 출산과정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내가 보았다고 해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오히려 미덕이를 불안하게 만들었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친언니가 해준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집사가 놀랄까 봐 낮잠을 자는 동안 낳은 것 같다고. 미덕이가 참 기특하단다. 알수는 없지만...'정말 그런 걸까?' 하고 생각하니, 더 뭉클.
이제부터 진짜 내가 도와주어야 할 일들이 생겼다. 출산하느라 고생한 미덕이와 꼬물이들의 건강상태를 세심하게 살피고, 미덕이에게 영양식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우선은 화장실에 놓아둔 산실에서 출산을 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모든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했다. 산실 가까이 사료와 물을 놓아주고, 미덕이에게 영양식을 챙겨주었다. 아직 면역이 약한 꼬물이들이라 항상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덕이를 챙겨주고 보살폈다. 거의 사용하지 않는 깨끗하고 건조한 화장실이긴 했지만, 공간이 좁고 냥이들의 상태를 살피기엔 고립된 공간이었다. 아무래도 눈에 잘 띄고, 공기순환도 잘 되는 곳에서 고양이 가족의 상태를 살펴야 했기에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21년 8월 18일 늦은 밤 ~ 8월 20일 오후 4시경. 미덕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이틀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신기한 묘연으로 만난 사랑스러운 미덕이와 작고 소중한 꼬물이 4마리까지.
한마리가 다섯마리로~~~뻥튀기된 고양이 가족이 되었다.
고양이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나에게, 어느 날 고양이 별에서 떨어져 지구별로 여행을 하게 된 미덕이를 만났다. 미덕이와 나의 거리는 남편을 매개로 소리 없이 조금씩 좁혀져 갔다. 어느샌가 고양이 별의 빛 하나가 내 마음속을 비추기 시작했고, 그 따스하고 아름다운 빛에 거둘 수 없는 시선이 머무르게 되었다.
'사랑스러움으로 무장한 작고 부드러운 고양이.
크고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랑을 품은 고양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나와 남편을 고양이 엄마, 아빠로 살아가게 해 준 고양이.
신비롭기까지 한 묘연으로 가족이 된 우리가 앞으로 함께 할 날들이 기대 된다.
미덕아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