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ff Aug 13. 2020

커피와 러닝

커피 한 잔 할까요?

"커피도 달리기처럼 열심히 하면 실력이 늘까요?"⁣⁣
⁣⁣
아까 낮에 손님이 제가 운영하는 카페인 커피인쇄소에서 커피를 드시다가 문득 던진 질문입니다. ⁣⁣
⁣⁣
물론 이 세상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 늘겠지요.⁣⁣
⁣⁣
하지만 달리기도 단거리, 중거리 혹은 장거리에 맞는 훈련법이 있듯 커피도 내가 하려는 분야가 무엇인지에 따라 전략을 잘 짜야만 실력이 늘어납니다. ⁣⁣
⁣⁣
예컨대 맛을 감별하는 센서리 적인 감각을 키우고 싶다면 커핑 쪽을 잘하시는 분들과 어울리며 캘리브레이션 생활화해야 하고,⁣⁣
⁣⁣
커피 로스팅을 잘하고 싶다면 때로는 한 달 월세 날린다는 생각으로 30만원짜리 콩도 과감하게 본인의 스타일로 볶아봐야 하고,⁣⁣
⁣⁣
바리스타나 브루잉을 잘하고 싶다면 대회도 한번 나가서 사람들 앞에서 내가 추구하는 커피를 내리며 설득도 시켜봐야겠죠.⁣⁣
⁣⁣
그 어떤 훈련도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정답이 없기에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야 하듯 커피도 일괄적으로 답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기복 없이 꾸준히 하는 것은 그 어떤 분야에도 적용되는 하나의 공통 key가 아닐까 합니다. ⁣⁣



저도 십 년 넘게 제 딴에는 열심히 커피를 공부했다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널려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막히는 게 많다는 점인데요.⁣⁣
⁣⁣
돌이켜보면 몇 달 안된 달리기도 그랬습니다.⁣⁣
처음 뛴 날 '3킬로만 지치지 않고 가봤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이젠 몇 배를 더 달려가도 부담이 없는데요. ⁣⁣
⁣⁣
문제는 그때보다 더 크게 좌절하고 '왜 이렇게 나는 항상 느릴까...'를 고민하는 저를 보게 되는데요.⁣⁣
⁣⁣
결국 뭐든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
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넘어야 할 '큰 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요.⁣⁣
⁣⁣
그래도 다행일까요? ⁣⁣
커피도 달리기도 그 '큰 산'이 있기에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주니까요.⁣⁣
⁣⁣
하물며 저~쪽 끝에 피니시 라인이 있는 것 같아 보였던 달리기도 '구라'였습니다.⁣⁣
⁣⁣
커피도 그럴 겁니다.⁣⁣
피니시 라인 없이 무형의 끝을 찾아 계속해서 산을 넘을 수밖에요.⁣⁣
⁣⁣
오늘의 그 손님을 비롯해서 손에 쥘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커피인들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
물론 셀프 응원으로 저를 포함해서요.⁣ :)



⁣⁣

작가의 이전글 사진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