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총각 Mar 06. 2020

남들이 가는 길 vs 남들이 가지 않는 길

선택

"엄마 저 졸업하면 돈 좀 모아서 국내여행 좀 다녀오려구요"


"또 여행을 간다고?!"


"네, 진짜 해보고 싶은게 있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거 한 번만 더 하고 취업할게요..."


"엄마 친구 아들은 지금 너랑 나이가 같은데~ (이후 생략)"





"동영아, 너 이번에 졸업반이지? 졸업하면 우리 회사에서 일해보지 않을래?"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형... 저 취업하기 전에 진짜 해보고 싶은게 있어요"


"그게 뭔데?"


"국내를 좀 돌아다니고 싶어요..."


"야 대학도 늦게 졸업했는데, 무슨 여행이야"


"죄송해요. 형의 제안은 너무 감사한데... 거기서 일하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제가 정말 해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에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리고 너도 이제 정신 차려야지"


"죄송합니다..."




나는 무엇이 죄송했을까. 나는 왜 형에게 미안해했을까.





왜 우리는 남들이 하는 대로 해야 할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아왔다. 공부를 잘해야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좋은 대학에 가야만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만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물론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어려운 세상에선 안정적으로 사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모두가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렇다. 나는 안정적인 삶보다는 다이나믹한 삶을 원했다.(관종인 거 같다) 나는 뭔가 일정하게 정해진 길이 아닌, 내가 가고자 하는 '나만의 길'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남들이 취업 준비에 바쁠 때에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에 몰두하곤 했다. 남들 눈엔 쓸데없는 일이더라도, 내 삶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을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그런데 남들이 하지 않는 짓(?)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관심보다는 '그래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식의 눈총과 함께 수많은 조언을 듣게 된다. 이번 여행 준비를 할 때, 내가 들었던 것을 예로 들자면 이런 식이다. 



"졸업을 하고 공백기간이 있으면 취업이 어려워"


"배낭여행이 스펙이 될 거라고 생각해?"


"스펙도 없는데 공백기까지 생기면 안 되지"


"시골엔 뭐하러 여행을 가?"


"시골을 돌아다니면서 얻을 수 있는 게 뭔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에게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일까? 한창 취업 준비가 필요한 시기에 배낭여행을 간다고 하는 내가, 사회부적응자로 보였을까? 이러한 관심은 상당히 부담스러웠고,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나조차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항상 긍정적인 생각보다 강력하다. 언제나 자신감 있게 지냈던 늦깎기 졸업생이었던 나는 점점 자신감이 줄어들었고, 슬슬 남들의 말에 동요되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잘못된 것인가?'


'졸업하고 바로 취업 안 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왠지 모르게 취업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고, 뭔가에 떠밀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앞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도전의 후유증은 크지 않았고, 남들이 걱정하던 것들도 괜한 걱정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던 사람들은 내가 도전하려는 것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으며, 그들의 조언에는 '경험'이 빠져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걱정만 하다가,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아마도 어디선가 일을 하며 '아 그때 여행을 갔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의외로 '내 생각' 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선택을 좌우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즉, 눈치를 보다 '남들의 생각'에 따르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 뒤쳐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갈수록 내 생각의 자리가 좁아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며, 선택의 결과는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선택의 주체성을 가지고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 남들이 다 같은 길을 간다고 해서, 꼭 그 길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이게 내가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다녀온 여행을 통해 얻은 것 중 한 가지이다.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나는 선택의 순간이 주어질 때마다,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나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선택은 앞으로도 취업을 위한 스펙이 아닌, 내 자신(내 미래를)을 위한 스펙을 쌓아 나만의 길을 찾아가고자 노력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그 길이 험하고 빙글빙글 돌아갈지라도, 나만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ps.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저의 여행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이곳을.

작가의 이전글 여행에 필요한 두 가지 준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