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준비와 정신적 준비
나는 여행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 두 가지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물질적인 준비. 우선 여행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얼마나 필요한지는 각자의 상황 그리고 어떤 여행을 가려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만약 친구와 해외여행을 가려한다면 우선 비행기 표가 필요할 것이고, 그곳에 가서 사 먹을 음식, 교통, 숙박 등등 경비를 계획할 것이다. 무전여행을 하겠다고 하면 돈이 필요 없을까? 여행을 가기 위해 필요한 가방, 옷가지 등등 이 모든 게 다 돈이다. (물론 집에 모두 있다고 하면 돈이 안 들어갈 수 도 있다)
두 번째, 정신적인 준비. 사실 나는 이게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 때문에 못가', '이번엔 시기가 안 맞아'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을 미루거나. '이번이 아니면 안 될 거 같아', '마음의 휴식이 필요해'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을 떠난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여행을 가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있어야, 비로소 계획을 세우고 물질적인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정신적인 준비는 시간적 준비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엔 물질적 준비는 쉬운 편이었다. 어떤 여행을 하겠다고 계획하면, 그 여행에 맞는 예산을 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혹은 막일을 해서라도 돈을 벌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준비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물질적인 준비보다 난관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국내배낭여행을 준비할 때도 역시 그랬다. 작년 2월, 학교를 졸업한 나는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그래서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두 달이었지만 내가 생각한 경비를 모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필요한 것들을 샀다.
내가 생각한 여행 방식은 시골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교통비 이외에는 큰돈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만약 여행을 하다 돈이 부족하면 근처 인력사무소에 가서 일을 하면, 부족한 여행 경비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는 여행에 필요한 정신적, 물질적 준비를 모두 완료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신적인 준비. 이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만 하는 성격이라, 처음엔 이번 여행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학생이라 가능했던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2010년 입학해 2017년까지, 약 8년이라는 기간 동안 나는 학생 신분을 유지해왔고, 학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특권을 누렸던 것이다. 학교를 졸업한 나는(28살이 된 나는) 이제 일을 해야 했다. 이제는 장기적인 여행을 간다고 하면 '왜 취업을 하지 않고, 여행을 가려는지' 설명해야만 했다.
나는 정신적, 물질적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압박할수록 정신적 준비가 허물어져 갔다. 그러면서 나 역시 의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걸 꼭 해야만 할까?', '내가 이 여행 때문에 1년을 날려서 취업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부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생각보다 항상 강하다.
안 좋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없어지고, 위축되어갔다. 그러면서 나조차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에서 나를 끄집어 내준 건 나를 응원해주는 친구들이었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내게 말했다.
"네가 왜 이 여행을 계획했고,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떠나는 여행이 아니다 라는 것을 보여줘"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여행에 필요한 사전 답사와 함께 내 여행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그때 만든 동영상) 나의 의견에 반대하던 모든 사람들을 모두 내 편으로 만들 순 없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무엇보다 나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비로소 내가 하고 싶었던 무전여행을 떠날 준비가 된 느낌이었다.
이렇게 이번 여행의 물질적 준비 그리고 정신적 준비를 마쳤다.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